2026년 10월 12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말씀묵상] 연중 제28주일, 군일 주일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사랑하는 사람을 초대할 때 우리는 먼저 상을 차립니다. 그 정성에는 손님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하는 식탁은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친교를 이루는 자리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대하시는 모습도 이와 비슷합니다. 그분은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먼저 생명의 상을 차려 놓으시고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성경에서 상과 잔치는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하느님은 왜 잔치를 베푸실까요? 성경에서 ‘상’과 ‘잔치’는 그저 풍성한 음식을 나누는 행사가 아니라, 하느님의 구원과 친교를 상징합니다. 함께 식사한다는 것은 관계를 맺고 친교를 이루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잔치는 관계와 친교, 배부름과 생명 등 하느님의 복을 나타냅니다.

제1독서에는 잔치가 종말론적 구원의 의미임이 잘 드러납니다. 이 잔치는 하느님께서 먼저 준비하시고 죽음과 눈물과 수치를 모두 제거해 주시는 생명의 잔치입니다. 그분은 모든 민족을 위하여 살지고 기름진 음식과 잘 익고 잘 거른 술로 잔치를 베푸십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 마련하시는 잔치는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모든 이를 향해 열려 있습니다. 그 넓은 구원의 사랑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상을 차려 주시는 하느님의 따뜻한 돌보심 속에서 드러납니다.

시편 23장 5절에서는 “당신께서 저의 원수들 앞에서 저에게 상을 차려 주시고”라고 합니다. 이는 위협 속에서도 목자이신 하느님께서 당신을 믿는 이들을 돌보시고 먹이시며 평화를 누리게 하신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상은 하느님의 보호와 환대와 친교를 상징합니다. 이 상을 차려 주시는 하느님의 모습은 목자이신 그리스도께서 성체성사의 식탁에서 당신 백성을 먹이시는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임금이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푸는 이야기로 비유하십니다. 임금은 먼저 잔칫상을 마련한 뒤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그러나 초대받은 사람들이 오지 않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초대를 거절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종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였고, 다른 이들은 밭으로 가거나 장사하러 갔습니다. 그들은 임금의 초대, 곧 하느님의 초대보다 자기 일과 관심사를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았습니다. 우리는 세상일에 마음과 힘을 다 쏟으며 일과 책임, 계획과 걱정에 매여 하느님의 초대를 뒤로 미루기도 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다른 것들로 가득 차 있어 그분의 부르심에 선뜻 응답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자주 세상의 일들을 더 중요하게 여겨 하느님께서 차려 놓으신 잔치의 기쁨을 놓치곤 합니다.

초대된 이들이 거절하자 임금은 종들에게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마태 22,9)라고 합니다. 이에 많은 사람이 잔치에 들어옵니다. 하느님의 초대는 인간의 자격이나 공로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자격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애와 은총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먼저 잔치를 마련하시고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그리고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당신의 풍요로움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 주십니다.”(필리 4,19 참조)

그런데 복음은 잔치에 들어온 사람들 가운데 예복을 입지 않은 한 사람을 보여줍니다. 이 예복은 세례로 그리스도를 입은 사람이 받은 은총에 합당하게 살아가는 삶을 상징합니다. 예복은 하느님의 초대를 받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이미 받은 은총에 대한 응답입니다. 하느님은 먼저 우리를 초대하시지만, 그 초대에 응답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그래서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마태 22,14)라고 하십니다.

오늘도 우리는 미사를 통해 주님께서 마련하신 생명의 식탁으로 초대받습니다. 혹시 우리는 그 초대를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요? 주님께서는 먼저 생명의 식탁을 차려 놓으시고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그 사랑에 감사하며 사랑의 예복을 입고 주님의 식탁으로 나아갑시다.

글 _ 전봉순 그레고리아 수녀(예수 성심 전교 수녀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6-10-0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10. 12

시편 119장 105절
주님의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이오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