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는 나라와 국민을 보호하는 곳이지요. 하지만 때로 그 무력이 전쟁이라는 참상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평화’를 가르치는 교회와 군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그런데 교회에는 군대가 있습니다. 심지어 그 군세가 전 세계에 수천만 명이나 됩니다. 아마 이미 어떤 군대인지 예상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바로 총과 칼이 아닌 십자가를, 그리고 묵주를 들고 ‘영적 투쟁’을 하는 군대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군대’가 여럿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성모님이 지휘관이신(?) 군대가 참 많은데요. 먼저 레지오 마리애(Legio Mariae)는 이름부터가 라틴어로 ‘마리아의 군대’라는 뜻입니다.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복음 전파와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고대 로마 군대의 조직을 본떠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쁘레시디움’, ‘아치에스’ 등 라틴어 군사 용어를 사용하는 점이 특징입니다.
1917년 성 막시밀리아노 콜베 신부님이 창설한 성모 신심 운동인 성모기사회(Militia Immaculatae)의 명칭도 라틴어로 ‘원죄 없으신 성모님의 군대’라는 의미입니다. 성모님께 자신을 봉헌하고 기도와 복음 선포를 통해 영혼 구원에 힘쓰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은 설립 당시 명칭에 따라 ‘푸른군대(The Blue Army)’라고도 불리는데요. 1917년 파티마 성모 발현 메시지를 실천하기 위해 시작된 국제 신심운동입니다. 성모님의 요청에 따라 회개와 보속, 묵주기도를 봉헌하며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중세의 군대라 할 수 있는 기사단에서 시작된 곳도 있습니다. 1113년 설립된 몰타기사단, 바로 ‘오더 오브 몰타(Order of Malta)’입니다. 예루살렘에서 순례자와 병자를 돌보던 병원 공동체에서 시작된 이 기사단은 중세에는 군사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국경을 초월해 신앙을 지키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콜럼버스기사단(Knights of Columbus)은 1882년 미국에서 창설됐습니다. 중세부터 이어지는 기사단은 아니지만, 기사단의 전통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남성 평신도 단체입니다. 자선·일치·형제애·애국심 등의 고유 원칙을 바탕으로 신앙을 수호하고 가정·교회·사회를 위한 다양한 자선·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교회에 이처럼 군대가 많은 건 어쩌면 예수님을 따르는 신자들의 활동이 군대의 전투와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성 바오로 사도는 “악마의 간계에 맞설 수 있도록 하느님의 무기로 완전히 무장하십시오”(에페 6,11)라고 가르치시고, 또 “그리스도 예수님의 훌륭한 군사답게 고난에 동참하십시오”(2티모 2,3)라고 당부합니다. 온갖 죄악에 맞서 예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예수님의 훌륭한 군사’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무기’를 잘 점검해야겠습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