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재건지원단(이하 한빛부대) 21진과 해군 순항훈련전단에는 각각 군종교구 사제가 파견돼 낯선 작전지역과 대양 한가운데서 장병들과 함께하고 있다. 장병들의 신앙생활을 돕는 것은 물론 다른 종교 장병들의 종교활동을 지원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10월 11일 군인 주일을 맞아 특별한 환경에서 장병들의 곁을 지키는 군종교구 여상민(베드로) 신부와 홍석진(요한 보스코) 신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남수단 재건지원단 여상민 신부
장병들과 동고동락하며 ‘밀착 사목’
평화를 일구러 왔습니다
“그간 멀리서 기도지향으로만 만났던, 굶주리고 분쟁으로 고통받는 현장을 직접 접하고 이곳 주민들을 만나면 마음 한편이 아픕니다.”
내전과 종교·부족 간 갈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남수단. 국제적 도움이 절실한 이곳의 종글레이주 보르 지역에 한빛부대 21진이 파견돼 도로 구축과 부대 주둔지 정비, 한빛농장을 통한 현지 주민 농업기술 전수, 유엔 직원 대상 한국어 교실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파병 장병 중 신자는 30여 명으로 여상민 신부가 이들과 함께 파견돼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한빛부대 21진에 군종장교는 여 신부가 전부다. 주일에는 한빛성당에서 신자 장병들과 함께 주일미사를 봉헌하는 한편 타종교 장병들의 종교활동도 돌본다. 여 신부는 “각 종교 대표 신자가 주관하는 예배나 법회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돕는다”고 했다. 평소에는 군종병과 함께 아이스커피와 팥빙수를 준비해 작업현장을 두루 다니며 나눠주고, 성당과 교회, 법당과 같은 종교시설도 관리하는 등 행정업무도 많다.

한빛부대는 간부와 병사 구분 없이 모두 부대 내에서 단체 생활을 한다. 이는 군종사제도 마찬가지여서 여 신부는 아침 점호부터 식사, 부대 회의까지 모두 군인들과 함께한다. 여 신부는 “평소에 일과를 보다가 신자 군인을 마주치면 조용히 강복을 해 주는 등 색다른 재미가 있다”고 전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신자 군인들을 만나다 보니 말 그대로 같은 부대원처럼 가깝게 지낸다. 시간이 맞을 때는 장병들과 함께 여가를 보낼 때도 많다. 일과를 마친 후에는 함께 운동하며 저녁을 보낸다. 여 신부는 “한 부대 울타리 안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니 군 사목도 아기자기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7명의 장병이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새 자녀로 태어났다.
한빛부대에서 군종장교의 역할은 남수단이라는 고립된 환경 속에서 장병들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도록 돕고, 때로는 함께 견뎌내는 것이다. 여 신부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내전의 상흔과 굶주림에 따른 약탈로 불안정한 치안이 계속되는 상황은 부대원들에게 항상 긴장감을 준다”며 “여기에 더해 매우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부대원들은 ‘국가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 “군종신부로서는 언제 이렇게 장병들과 그리고 신자들과 밀도감 있게 한 공간에서 어울려 살아볼 수 있을까 싶다”고 전했다.
해군 순항훈련전단 홍석진 신부
고립된 함정 속 ‘영적 버팀목’으로
태평양 한가운데서도 이어지는 군종 사목
“군종장교란 지휘관부터 이등병까지 구성원 모두를 돌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군종 사목은 태평양을 누비는 배 위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홍석진 신부가 동행하고 있는 해군 순항훈련전단은 해군사관학교 81기 사관생도 140여 명을 비롯해 지휘부와 승조원, 해군 군악대, 해군특수전전단(UDT) 등 총 39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약 20명의 장병이 신자다.
이들은 교육 훈련함인 한산도함을 타고 지난 9월 11일 경남 진해에서 출항해 내년 1월 22일까지 약 5개월간 미국과 과테말라, 파나마, 칠레 등 7개국을 방문하며 해군사관학교 사관생도 군사실습과 군사 외교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각자의 임무가 달라 신자 군인들이 자주 모이지는 못하지만, 매주 수요일 저녁과 주일 오전에 종교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홍 신부는 “신자 군인들은 수요일에는 성경을 묵상하거나 교리 교육을 받고, 주일에는 미사에 참여하며 신앙생활을 이어간다”며 “해군은 함정 생활로 인해 주일을 지키지 못하는 때도 있는데, 특히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지 못한 장병들이 편안하게 고해성사를 드리고 훈련 기간에도 신앙을 지킬 수 있도록 옆에서 동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순항 중 들른 육지에서 미사를 봉헌하기도 한다. 9월 27일에는 진주만 기념공원 등을 견학하기 위해 들른 미국 하와이의 호놀룰루교구 성 베드로와 바오로 성당에서 지역의 한인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홍 신부는 신자가 아닌 장병들에게도 직접 찾아가는 사목을 펼친다. 장병들의 당직 개소에 간식을 직접 나눠주고, 휴식시간에도 방을 찾아오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해 담소를 나누거나 상담도 해 준다.
순항훈련에 동행하기 전 홍 신부는 해군사관학교 3학년이 받는 ‘연안 실습’에도 참여하며 배 위에서의 군종 사목 경험을 쌓았다. 홍 신부는 “확실히 국내 연안과 대양은 다른 것 같다”며 “함정을 타고 태평양을 횡단하는 것 자체로도 힘들지만 전단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이 군종장교들을 배려해 주신 덕분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순항훈련전단은 각기 다른 부대에서 다양한 인원들이 모인 데다, 400명 가까운 인원이 한 척의 함정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구성원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군종장교들의 몫이기도 하다.
홍 신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서 밤낮없이 헌신하는 수많은 해군 장병이 있다는 것을 교우들이 기억하고 또 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