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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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부터 하자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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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 캠핑을 갔다. 누군가는 텐트를, 누군가는 취사도구를 가져왔고, 다른 친구들은 낚시를 하거나 음식을 준비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말한다. “내가 불을 잘 피워 밥을 먹게 됐으니, 오늘 고기는 내가 절반은 먹어야지? 그래야 내일도 열심히 불을 피우지.” 불 피우는 솜씨가 좋아 편하게 캠핑을 한 것은 맞지만, 우리는 모두 어딘가 불편했다. 

이 불편함은 어디서 오는가? 정치철학자 제리 코헨이 평등과 공동체의 원리를 설명하며 내놓은 질문이다. 캠핑 온 친구들은 누가 더 많은 재능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에게 더 많은 몫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구나 그것이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나누고 즐겁게 보내려고 캠핑을 온 것이지 불 지피는 값을 내려고 온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공동체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평등과 상호성에 대한 감각이 있다.

문제는 이 감각이 사회의 규모가 커질수록 희미해진다는 데 있다. 수많은 사람이 익명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면 누가 무엇을 만들고, 누가 어떤 부담을 졌으며, 누가 무엇을 가져가는지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는 거대한 캠핑장과 다르지 않다. 도로와 철도, 전력과 용수 같은 사회의 기반시설은 공공재정과 시민의 세금, 수많은 사회적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다. 기업의 활동과 노동자의 노동, 지역사회의 생활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함께 기여한다. 

그런데 이런 공공투자와 사회적 협력의 결과로 토지와 주택의 가치가 상승했을 때, 그 이익이 주택과 토지 소유자에게는 자산 증가로 돌아가고 세입자에게는 임대료 상승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순간 이미 성장의 과정에서 분배의 격차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장 후에 세금을 거두어 복지로 돌려준다고 해서 이 문제가 그냥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성장의 방식 자체가 이미 분배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장과 개발이 누구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누구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더 많이 생산하는 것과 공정하게 함께 살아가는 것은 동일한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부유해졌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회가 평등한 것은 아니다. ‘보다 좋은 삶’에 필수적인 사회의 평등은 단순히 성장이 끝난 뒤 결과물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함께 부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거를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공동선에 관련된 기본 조건으로 파악한다.(「세계 민중운동과 우리의 사회교리」) 중요한 것은 성장의 의도가 아니라 성장의 과정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누구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하며, 그 결과 사람들의 실제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이다.

지난달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지표는 개선된다는데 내 삶은 왜 바뀌지 않는가, 아니, 왜 더 나빠지는가’라는 물음에 더 적극적으로 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회복과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성장의 기회와 과실을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그 대답 가운데 하나를 여기서 찾았으면 한다. 10월 17일 세계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는 ‘아시아의 빈곤과 불평등’을 주제로 콘퍼런스가 열린다. 아시아 각국의 빈곤 현실을 살피고 사회보장과 공공부조의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이다. 

좋은 정책은 의도나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제도가 어떤 사회적 태도와 실천 속에서 이루어지며, 그 정책이 실제 사람들의 삶에서 무엇을 가능하게 했는가가 문제이다. 이것이 없다면 성장의 지표가 아무리 좋아져도 ‘왜 내 삶은 왜 나아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은 계속될 것이다. 대통령의 선의가 어떤 선의인지 의심하는 사람이 늘어만 간다. 불을 지폈으니 고기의 반을 먹겠다는 쪽에 더 이상 서지 않기를 바란다.

글 _ 박상훈 알렉산데르 신부(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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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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