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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원주교구 정선본당 ‘열린마당’ 현장…“신앙과 정선 아리랑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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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의 가을이 아리랑으로 물들었다. ‘제51회 정선아리랑제’가 열린 10월 1일부터 4일.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의 흥겨움은 원주교구 정선성당 마당으로도 이어졌다. 본당은 정선아리랑제에 발맞춰 처음으로 ‘정선아리랑성당 열린마당: 아리랑, 생명을 품다’를 열고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성당 문을 활짝 열었다. ‘한’의 고개를 넘어 희망으로 나아가는 아리랑과 수난을 지나 부활에 이르는 십자가의 길. 두 길이 만난 정선의 가을을 걸었다.

정선아리랑제가 개막한 1일, 주무대가 설치된 정선군 공설운동장 주변은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창공에는 축제를 알리는 애드벌룬이 떠 있고, 정선아리랑을 주제로 한 공연팀들은 대형 무대에서 구성진 노래와 역동적인 춤사위를 펼쳐 보였다.

정선본당(주임 이동훈 프란치스코 신부)도 때를 맞춰 문을 활짝 열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정선아리랑과 가톨릭 신앙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정선아리랑성당 열린마당 첫날, 최종삼(요셉) 전 본당 사도회장은 성당을 찾은 이들에게 지역사회와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본당의 역사를 들려줬다. 설명은 자연스럽게 본당을 ‘정선아리랑성당’으로 새롭게 각인시키고 있는 ‘골고타 아리랑 십자가의 길’로 이어졌다.


올해 3월 8일 축복식을 갖고 선보인 골고타 아리랑 십자가의 길은 본당과 정선아리랑제를 이어준 특별한 매개이기도 하다. 성당 외벽 세 면을 따라 조성된 14처에는 복음의 토착화를 추구해 온 본당의 고민이 담겼다. 정선아리랑과 그리스도의 십자가 여정이 지닌 닮은 점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했다. 축제 기간 성당을 찾은 이들의 눈길이 가장 먼저 머문 곳도 이 14처였다.

평소 음악에 조예가 깊고 전통문화에도 남다른 애정을 지닌 이동훈 신부는 3년 전 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뒤, 정선의 상징인 아리랑과 가톨릭 신앙의 만남을 고민해 왔다. 이 신부는 축제 기간 성당을 찾은 이들에게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선아리랑에는 한국인의 전통적 정서인 한과 눈물이 담겨 있지만, 한으로 끝나지 않고 아리랑 고개를 넘어 희망을 찾아갑니다. 십자가의 길도 고통과 수난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부활이라는 희망에 다다릅니다. 골고타 아리랑 십자가의 길 14처 기도를 모두 바친 후 바로 성당 안에 들어가면 제대 뒤에 부활 십자가를 보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설명을 듣고 다시 14처를 바라보니 조금 전과는 달라 보인다. 정선의 굽이진 산길과 아리랑에 서린 한의 정서가 그리스도의 수난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신앙의 언어로 새롭게 읽힌다.

본당 아리랑성가대 김정희(마틸다) 대장은 “매월 마지막 주일 교중미사 전 본당 신자들이 골고타 아리랑 십자가의 길을 바치며 신앙의 토착화를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 토박이인 이용식(토마스) 사도회장에게 올해 정선아리랑제는 더욱 각별하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지변이 있던 몇 해를 빼고 매년 10월경이면 어김없이 열리던 정선아리랑제에는 동네 짐승을 빼고 사람이면 다 모였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본당이 축제에 참여했다는 것은 우리 공동체가 지역과 하나 된다는 의미여서 뿌듯합니다.”

행사 실무를 맡은 신주선(마르첼리노) 본당 총무분과장 역시 “아무리 힘든 시절에도 정선아리랑제 기간만큼은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면서 “올해 본당이 개최한 행사에 참여한 분들은 정선아리랑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당 마당에서는 아리랑 가락도 울려 퍼졌다. 2일 오후 신자 가족과 소공동체 등이 참여한 ‘골고타 아리랑 경창대회’가 열렸고, 자연과 생명, 평화의 메시지를 노래하는 가수 ‘인디언 수니’의 초청 공연도 이어졌다. 인디언 수니는 무대에 오르기 전 “성당에서 열린 축제 무대에 선다는 것이 가수로서 가슴 따뜻하고 설레는 체험”이라고 말했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4일, 본당은 교중미사를 창조 시기 폐막미사로 봉헌했다. 오후에는 신자와 지역 주민 모두 골고타 아리랑 십자가의 길을 바치며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 생명과 희망을 묵상하고 첫 정선아리랑성당 열린마당을 마무리했다.

정선 사람들의 삶과 함께 흘러온 아리랑, 그리고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따라 걷는 십자가의 길. 서로 다른 듯했던 두 길은 ‘고개 너머의 희망’이라는 한 지점에서 만났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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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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