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가 시시각각 현실로 다가오는 데다, 석유 고갈을 의미하는 피크오일의 불안감은 세계 곳곳의 깨어있는 시민들을 움직이게 했다. 이대로 정부만 믿고 가다가는 심화하는 자연재해와 에너지 위기로 피해를 보는 것은 시민들 자신이라는 생각에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서 이웃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화석연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시급했다. 시민들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그룹으로 모여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전환마을(Transition Town)’의 시작이었다.
영국의 데본주 토트네스는 오래전부터 마을과 지역을 연구한 많은 사상가가 협업과 연대를 했던 곳이다. 예를 들면 인도의 시인 타고르를 비롯해 엘름허스트, 간디, 사티시 쿠마르, 에른스트 슈마허 등이다.
슈마허의 이름을 딴 대안대학인 슈마허 칼리지는 토트네스 외곽에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쓰고, 이를 통해 적정기술을 주창했던 슈마허의 정신을 이어받아 인문학적 생태교육을 수행한다.
슈마허 칼리지를 설립한 것은 1990년대 초인데, 첫 강의를 담당한 교수가 바로 가이아 이론으로 유명한 제임스 러브록이었다. 그만큼 토트네스는 영국 내에서도, 대안적 생활 양식을 개발하고 도전하려는 시도와 실험이 많은 곳으로 매우 유명하다.
토트네스의 이러한 토양 아래서 2006년 세계 최초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전환공동체 운동인 전환마을이 선언되었다. 전환마을 운동을 주도한 사람은 롭 홉킨스인데, 당시 그는 아일랜드 킨세일 교육대학에서 퍼머컬처를 강의하고 있었다.
자연 친화 농업인 퍼머컬처가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 문제에 해답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롭은 학생들과 함께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생활 계획서인 「킨세일 2021」 보고서를 만들었다. 에너지, 식품, 건강, 교육, 경제, 농업 등 다양한 영역들을 지역 중심의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계획은 킨세일 시의회에서 채택하여 2005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킨세일에서 전환 운동의 기초 이론과 성과를 이룬 롭 홉킨스는 토트네스로 옮겨와 주민들과 함께 전환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최초의 토트네스 전환마을을 선언했다. 킨세일 보고서를 발전시켜 2010년에 「행동하는 전환: 토트네스 및 주변 지역 2030(Transition in Action: Totnes & District 2030)」을 출간했다. 여기에는 석유 의존의 시대에 지역의 회복력을 갖추기 위한 다양한 실용적인 방법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유럽과 북미로 확산된 전환마을 운동은 우리나라에도 곧바로 전파되었다. 퍼머컬처를 실천하면서 기후위기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는 크고 작은 공동체들이 전국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유기농 농사와 에너지자립은 물론 플라스틱 프리와 평화, 인권 등 대안적인 삶의 양식을 활발히 실천하고 있는 전환공동체다. 제각기 이름은 달라도 지향점과 맥락이 같은 많은 공동체가 활발히 움직인다는 것은 이 시대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임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글 _ 강신호 스테파노(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