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4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인터뷰] 예순여섯에 첫 책 펴낸 ‘리앤 할머니’ 윤혜연 작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60을 넘긴 나이, 어렵사리 인스타그램(@leanne_grandma) 계정을 만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담백하면서도 웃음과 눈물이 깃든 이야기에 그의 글을 좋아하는 이들이 늘며 ‘리앤 할머니’로 불리기 시작했다. 3년이 흐른 뒤, 어렸을 적 부친이 말하곤 했던 “우리 딸은 나중에 커서 시인이 될 거다”라는 말처럼 작가가 됐다. 예순여섯에 첫 책 「제법 쓸 만한 인생」(280쪽/1만9000원/달먹는토끼)을 펴낸 윤혜연 작가(에스테르·서울대교구 가재울본당)다.

“어느 날 가방을 열어 보니 손녀들 머리핀을 만들 재료가 가득했어요. 문득 ‘우리 딸은 할머니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겠구나’ 싶었어요. 제 잘못도 아닌데 자꾸 미안해지더라고요.”

10대에 부모님을 여읜 뒤 오 남매 중 둘째로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온 그였다. 그 마음을 담아 딸과 손녀의 사진과 함께 짧은 글을 올렸다. 처음에는 ‘좋아요’가 세 개뿐이었지만, 글 쓰는 재미에 빠져 지나온 삶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렇게 쌓인 글은 한 권의 책이 됐다.

글쓰기는 그간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성격 차이로 자주 다투던 남편의 이야기를 쓰면서 남편 역시 자신 못지않게 힘들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운한 마음을 글로 풀어내며 과거를 보듬고,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도 자라났다고.

윤 작가가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한 데는 신앙도 큰 몫을 했다. 그에게 신앙의 첫 기억은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했던 시간이다. 독실한 신자였던 할머니는 글을 읽지 못했지만 기도문을 모두 외울 만큼 열심히 기도했다. 한글을 일찍 깨친 어린 윤 작가는 할머니 곁에서 기도문을 읽어드리곤 했다.

“할머니가 기도문을 읽어 달라고 하셨어요. 할머니 곁에서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하며 기도문을 읽곤 했어요.”

하지만 먹고살기 위해 애쓰는 사이, 신앙은 요원한 일이 됐다. 그러다 딸을 미국으로 시집보낸 뒤 불안과 상실감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중 딸의 권유로 성당을 찾았다.

“성당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도 기도하면 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그렇게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이어온 지 10여 년이 됐다. 윤 작가는 삶 곳곳에 하느님의 은총이 깃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과거 이웃과의 잦은 갈등으로 고통스러워하며 원망을 품었던 윤 작가는 그 고통이 더 큰 어려움을 대신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미움이 사라졌다.

“하느님께서 제게 미워하는 마음을 거두라고 하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끝까지 주님의 옷자락을 붙잡고 살려고 해요. 그걸 놓지 않아야 제가 무너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굴곡진 삶을 지나 꿈을 이룬 윤 작가. 그는 이제 가지지 못한 것보다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하며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가려 한다.

“오늘 하루가 조금 흐렸다면 내일은 맑을 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거예요.”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6-10-1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10. 14

루카 2장 19절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새겼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