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에 있을 때, 미사가 끝나면 어르신들의 성토대회가 열리곤 했습니다. “신부님, 우리 아이가 예전에 초등학생 때는 복사도 하고 주일학교도 열심히 다녔는데, 성인이 된 지금은 도통 성당에 오질 않습니다. 어쩌면 좋나요?” 처음에는 저도 함께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다니던 아이들이 왜 성당에 나오지 않게 되었을까?’
그래서 여쭤보았습니다. “중고등학생 때도 성당에 나오지 않았나요?” “에이~ 신부님. 그때는 학원에 가야 해서 성당에 안 나왔지요.”
지금 성당에 나오지 않는 청년들도 한때는 주일학교에 빠지지 않고 나오고, 여름 신앙학교를 기다리고, 친구들과 성당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할 것은 많아지고, 학원에 가야 하는 시간도 늘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성당에 오는 횟수가 줄어들고, 어느 순간 아예 모습을 볼 수 없게 되기도 합니다.
중학교에 올라가는 무렵은 아이들의 신앙생활에서 중요한 갈림길입니다. 이 시기에 교회와 멀어지기 시작한 아이들은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쉬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남겨 주어야 할까요?
저는 아이들 마음속에 좋은 신앙의 기억을 남겨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당에 오면 나를 반겨 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기억, 힘들 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는 기억,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었던 기억 말입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 주었다는 기억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내가 다른 사람을 도왔을 때 느꼈던 기쁨, 경쟁해서 이기는 것보다 함께할 때 즐거웠던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아이들에게 남겨 주어야 할 것이 단순히 즐거운 시간만은 아닙니다. 함께 지내는 기쁨 속에서 공동체를 배우고, 경쟁하기보다 서로 협력하는 법을 익히고, 받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내줄 때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어려움에 놓인 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마음도 배워야 합니다.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은 우리가 교리를 통해 배우는 복음의 가르침과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내주는 경험은 교리의 내용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합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 주는 것,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기도해 주는 것. 어쩌면 이런 경험들이야말로 아이들의 마음에 오래 남는 신앙교육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청소년 사목에서 우리가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은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경험하고 마음에 간직할 수 있는 신앙의 순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교회를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만이 청소년 사목의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성당에서 멀어지더라도 다시 하느님을 찾고 싶을 때 돌아올 수 있는 길을 마음속에 만들어 주는 것, 그 길 어딘가에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 주었던 사람들, 함께 웃었던 친구들, 그리고 자신을 위해 기도해 주었던 공동체의 기억이 남도록 돕는 것. 그것이 교리를 가르치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신앙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남겨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언젠가 그들이 다시 하느님을 찾고 싶어졌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사랑의 기억이 아닐까요?

글 _ 이규성 요셉 신부(수원교구 제2대리구 청소년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