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3일, 수원교구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가 쓰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희종(요한 세례자) 신부를 보좌주교로 임명하면서 교구 설정 이래 처음으로 세 명의 주교가 사목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새 부르심 앞에 선 문희종 보좌주교
문희종 주교의 임명 소식이 공식 발표된 것은 2015년 7월 23일 오후 7시(로마 시각 정오)였다.
임명 직후 문 주교가 가장 먼저 찾은 이들은 교구와 한국교회의 목자들이었다. 24일 교구청에서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와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를 만난 데 이어 여주 산북공소를 찾아 전임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를 예방했다. 25일에는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신앙선서와 충성서약을 하고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과 정진석(니콜라오) 추기경을 예방했다. 새 직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교회의 목자들에게 인사하고 기도를 청한 것이다.
교구민들도 새 주교의 탄생을 기도로 준비했다. 교구는 전 교구민에게 영적예물 봉헌을 요청하고, 주교 서품을 앞둔 9월 1일부터 9일까지 9일 기도를 바쳤다. 교구민들이 봉헌한 영적예물은 주교를 위한 기도 1229만3140회, 묵주기도 528만5078단, 희생 30만3091회, 미사 참례 110만1449회, 성체조배 24만7472회에 이르렀다.
주교 서품식은 9월 10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신자 30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거행됐다.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임명장을 펼쳐 보이고 임명장을 낭독하자 신자들은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한목소리로 응답했다. 교구 설정 이래 처음으로 두 명의 보좌주교가 함께하게 된 순간이었다.
문 주교는 새 직무의 중심에 ‘보좌’와 ‘섬김’을 놓았다.
“저는 교구장 이용훈 주교님과 총대리 이성효 주교님을 열심히 보좌하고 도와드려야 하는 사람입니다. 두 분과 한마음 한뜻으로, 또 교구청 식구들과 함께 즐겁고 기쁘게 생활해야죠. 그래야 우리 교구가 기쁨이 넘치는 교구,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교구로 발전하리라고 봅니다.”
특히 문 주교의 시선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했다.
“교구 관내에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있어요. 가난한 이들 속에서 살아가는 교회를 강조하시는 교황님께서는 저를 주교로 임명하시면서 아마도 이런 점을 고려하시지 않았나 싶어요. 그 뜻에 따라 노동자, 이주민들에게 다가가는 주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다짐은 첫 공식 일정에서도 드러났다. 문 주교는 서품 다음 날인 9월 11일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천주교 부스를 방문해 세월호 참사 추모미사를 주례했다.
앞서 문 주교는 8월 10일 ‘마리아를 통하여 그리스도께로, 사랑·겸손·순종’을 사목표어로 발표했다. 겸손한 자세로 신자들 가운데 머무는 ‘섬기는 자’로서 주교 직분을 수행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표어였다. 문 주교는 “신앙의 모범이신 성모 마리아를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야 한다”며 교구의 주보인 ‘평화의 모후’ 성모님을 사목표어의 배경으로 삼았다.

교구 첫 ‘3인 주교 체제’의 시작
문 주교의 임명은 급격하게 성장한 교구의 사목 환경에 대응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당시 교구의 신자 수는 약 85만 명에 육박했다. 204개 본당과 150여 개 교구 승인 복지시설, 16개 성지가 있었고, 신도시 개발과 주택단지 조성에 따라 인구 유입도 이어지고 있었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와 총대리 이성효 주교 두 명이 넓은 교구를 사목해 온 가운데 교세 성장에 따라 두 번째 보좌주교의 필요성도 꾸준히 커지고 있었다.
문 주교의 임명으로 수원교구는 이용훈 주교와 이성효·문희종 보좌주교가 함께하는 사상 첫 ‘3인 주교 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용훈 주교는 문 주교 임명 당시 서한에서 이를 이성효 주교 임명 이후 4년 6개월 만에 맞는 “큰 경사와 축제”라고 표현했다. 또 2013년 교구 설정 50주년을 지낸 교구가 ‘소통과 참여로 쇄신하는 수원교구’를 표어로 100년을 향해 나아가는 시점에서 새 주교의 임명은 큰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교구사제 450여 명과 55개 남녀 수도회 소속 수도자 1350여 명, 수도사제 100여 명이 복음화에 힘쓰고 있었다. 새 보좌주교의 임명은 늘어나는 신자와 본당, 다양해지는 사목 현장에 보다 세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문 주교가 서품식 답사에서 특별히 강조한 대상은 교구 사제들이었다. 사제들이 건강하고 기쁘게 직무를 수행해야 신자들도 기쁘고 신명 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는 보좌주교의 역할을 단순히 교구장의 행정적 업무를 나누는 데 두지 않고, 사제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짊어지는 직무로 받아들였음을 보여 준다.
2015년 7월 23일 시작된 새로운 부르심은 그해 9월 10일 주교 서품으로 이어졌다. 이로써 교구는 성장한 교세에 걸맞은 새로운 사목 체제를 갖추게 됐다. 교구장과 두 명의 보좌주교가 함께 다양한 사목 현장을 돌보고, 사제와 신자들의 목소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문 주교의 임명은 교구 설정 50년을 넘어 100년을 향해 나아가던 교구가 변화하는 사목 환경에 응답하며 새로운 체제로 전환한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