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로 시추 사업을 이어온 석유 재벌 디거 록웰은 부와 권력만 쫓다 결국 자신이 불러온 재앙을 마주한다. 반복된 자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린란드 빙하에 설치한 시추 시설에서는 균열이 발생하고 대재앙으로 번진다. 사람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쓰나미와 지진으로 물과 토사에 뒤덮여 한순간 사라진다. 최근 개봉한 영화 <디거> 속 한 장면이다.
영화 속 모습은 최근 네팔에서 발생한 홍수를 떠오르게 한다. 영화를 보면서도 현실의 지구를 보는 듯했다. 블랙코미디를 보면서 마음 한편이 불편했던 이유도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사실과 무엇이 문제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 속 디거가 “나를 환경을 파괴하는 자라고 하지만 정작 당신들도 석유를 원하지 않는가”라고 했던 질문은 우리에게도 향한다.
10월 1일 국제 다종교 기후운동 단체 그린페이스는 ‘화석연료 없는 미래를 향한 정의로운 전환’을 주제로 기후정의 포럼을 열었다. 여러 종교인이 기후위기 앞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기업과 반환경적인 정부에 어떻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나눈 자리였다. 이들은 생명이라는 공통의 가치 아래 불편하고 오래 걸리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나무를 심고,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윤리적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공동의 집인 지구를 걱정하면서도 편안한 삶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우리 역시 또 다른 디거인지 모른다.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위기에 대한 공감을 넘어 우리의 삶과 행동을 바꾸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종교인인 우리는 공동의 집인 지구를 위해 정말 바뀔 준비가 되어 있는가?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