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 떠 있다. 다음 날에는 함박눈이 소복이 쌓였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뽀드득 소리를 내며 눈길을 걸어 성탄 미사에 참례하러 가고 있었다. 유난히 성탄절이면 마음이 설렜다. 설날이나 추석보다도 신나는 캐럴이 울려 퍼지는 성탄절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때는 11월이면 도심 한복판이 성탄 캐럴과 장식으로 뒤덮였고, 성당에서는 성탄제를 준비하느라 연극과 콩트, 성가 연습이 한창이었다. 맞다. 성탄은 캐럴이었다. 그 신나는 캐럴이 없었다면 성탄절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예수님은 캐럴과 함께 오신 것이다.
어렸을 때는 성모님을 잘 몰랐다. 예수님을 알기에도 벅찼기에 성모님에 관한 설명을 듣거나 성모님을 공경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어머니를 따라다니던 성당과도 성인이 되어 세상 때가 묻어갈수록 멀어졌다. 그렇게 10여 년 동안 냉담하던 중 어머니는 하느님 품으로 떠나셨다. 곧 냉담을 풀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야 그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 아침, 장례식장에서 10년 만에 고해성사를 보고 그 주일부터 다시 성당에 나갔다. 나는 스펀지처럼 신앙생활에 빠져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령의 이끄심이었을까. 나는 묵주기도를 제대로, 또 자주 바치기 위해 묵주기도 CD를 구매했다. 개봉도 하지 않은 채 자동차 뒷좌석에 던져 놓았는데, 다음 날 새벽 신부님이 꿈에 나타나셔서 두 손을 뻗어 성령을 내려 주셨다. 마치 2만 볼트의 전기에 감전된 듯한 느낌이었다.
6개월 뒤에는 대부님께서 꿈에 나타나셔서 성혈 잔에 담긴 뜨거운 금빛 액체를 내 입에 부어 주셨다.
또 6개월쯤 뒤에는 성모님께서 꿈에 나타나셔서 나를 위해 기도해 주셨다. 까만 밤하늘에 하얀 유리알처럼 나타나신 성모님은 왼쪽 뺨만 보여 주신 채 창공을 향해 천상의 목소리로 주님의 기도를 바쳐 주셨다. 너무나 황홀하고 아름다운 성모님의 모습을 다시 보기 위해 잠을 청하며 계속 기도했지만, 성모님은 다시 나타나지 않으셨다. 그토록 아름다운 목소리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잠에서 깨어 보니 새벽 5시였다. 이후로 나는 성모님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다짐으로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거창한 봉사는 아니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어 가고 있다. 흔들릴 때도 끝까지 의지할 수 있는 분이 생긴 것이다.
작년에는 신부님을 모시고 성당 신자들과 함께 스페인과 프랑스로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프랑스 루르드 대성당에서는 밤 10시경 전 세계에서 온 가톨릭 신자들이 각국의 언어로 돌아가며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는 행사가 있다. 나도 성가대원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묵주기도를 노래로 바쳤다.
까만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 떠 있고, 창공을 가르며 성모님께 바치는 묵주기도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천사가 알리신 말씀 그대로, 아베~ 아베~ 아베 마리아, 아베~ 아베~ 아베 마리아~.’

글 _ 이규환 니콜라(수원교구 성음악위원회 아르스노바 합창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