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강진과 대규모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의 1·3·4호기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TV 화면을 통해 전해진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폭발 장면은 아직도 많은 이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핵발전소 사고로 광범위한 지역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자 일본 정부는 원전 반경 20km 이내 지역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20~30km 지역에서도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 계획적 피난을 시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일반인의 연간 방사선 피폭선량 한도인 1mSv(밀리시버트)를 20mSv로 확대 적용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는 시간당 2.28µSv(마이크로시버트) 이하의 방사선량에 노출되는 것은 안전하다고 제시한 일본 정부의 기준입니다. 우리나라는 연간 1mSv 기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인근 지역은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0월 초 저를 포함한 우리나라 탈핵 활동가 7명이 일본 후쿠시마 일대를 다녀왔습니다.
2025년 한일탈핵평화순례 기간 방문했을 때는 핵오염토와 핵오염물질 1톤을 가득 채운 검은색 프레콘백이 잔뜩 쌓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방문한 핵발전소 인근 지역은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깨끗해 보였습니다.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토양을 제염한 뒤 중간 저장 시설에 보관하고, 재생해 사용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오염도가 높은 물질은 2045년까지 후쿠시마현 밖에서 최종 처분하겠다는 목표도 세워 놓고 있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 후타바마치에 새로 세워진 ‘동일본 대지진·원자력 재해 전승관’에서는 쓰나미와 핵발전소 폭발 사고로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지역을 어떤 기술로 새롭게 가꾸어 나갈 것인지 ‘부흥(復興)’이라는 이름으로 선전하고 있었습니다. ‘부흥’이라는 단어로 핵발전소 사고의 상처를 덮어 버리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곳에는 각급 학교에서 단체 견학을 온 어린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근 귀환 곤란 지역에서는 여전히 일본 정부 허용 기준의 10배, 국제적으로 제시된 일반인 피폭선량 기준의 200배가 넘는 시간당 23.43µSv의 방사선량이 측정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본의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약 12km 떨어진 미나미소마시에는 주민들이 스스로 설립해 운영하는 ‘우리들의 전승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 1946~1958년 태평양 비키니 환초에서 진행된 미군의 핵폭탄 실험,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핵발전소 사고, 1986년 소련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희생되거나 고통받아 온 이들에 대한 기억을 전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우리들의 전승관’은 핵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생명과 평화를 미래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생명과 평화, 인권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는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하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과연 어디겠습니까?

글 _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