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오랫동안 청소년과 청년을 가르치고 이끌어야 할 사목의 대상으로 바라봐 왔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단순히 보호와 가르침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교회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함께 신앙의 길을 걸어가는 주체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교회의 시선을 바꾸고, 청소년 사목의 새로운 길을 열어갈 기회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 창간 19주년을 맞아, 2027 WYD가 교구 청년 사목에 어떤 변화를 남겨야 할지 묻는다. 10월 14일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WYD와 청소년 사목: WYD와 함께 여는 청소년 사목의 새로운 지평’ 학술발표회에서 제시된 성찰과 제안을 바탕으로,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넘어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교회로 나아가기 위한 청년 사목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가르침의 대상에서 교회를 이루는 주체로
‘희망의 사건으로서 2027 WYD: 세 교황에게 배우는 청소년 사목’을 주제로 발표한 교구 사목연구소장 박상일(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기존 청소년 사목의 한계를 짚었다.
박 신부는 “성사 준비에 집중된 교육이 첫영성체와 견진성사 이후의 지속적인 동반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행사와 프로그램 중심의 사목 역시 젊은이들의 실제 삶을 지속적으로 동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교회가 청소년과 청년을 가르침과 돌봄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로 인식하면서, 이들의 목소리와 주체적인 참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신부는 청소년 사목의 방향을 찾기 위해 성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에 주목했다. 세 교황은 젊은이들을 단순히 부족하거나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교회와 세상에 참여하는 주체로 바라봤다.
박 신부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젊은이들을 교회의 희망이자 살아 있는 구성원으로 여겼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이들이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교회의 삶을 이루는 주체임을 강조하셨다”며 “이러한 가르침을 토대로 청소년 사목이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청년 사목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젊은이들 안에서 이미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하고, 그들을 통해 교회에 전해지는 목소리를 듣는 것이 먼저”라며 “‘나는 어떤 동반자가 될 것인가’, ‘젊은이들에게 공간을 내어주기 위한 동반의 적절한 모습은 무엇인가’를 우리 모두가 고민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함께 걷고 기다리는 사목
젊은이들을 교회의 주체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이들과 관계 맺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일방적으로 신앙을 가르치고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신앙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동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리교육의 장으로서 WYD: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을 주제로 발표한 제1대리구 복음화2국장 김승철(안토니오) 신부는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이야기(루카 24,13-35)에서 청년 사목의 방향을 찾았다.
루카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낙담해 예루살렘을 떠나는 제자들에게 다가가셨지만, 곧바로 가르침을 전하지 않으셨다. 먼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이야기를 들으셨다.
김 신부는 “예수님은 먼저 가르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인내로이 들으심으로써 제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체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도와주셨다”며 “결국 루카복음의 결말은 개인의 이야기와 교회가 간직한 복음의 이야기가 만나고 나눠지는 공동체가 성숙한 신앙의 모태라는 점을 우리에게 알려준다”고 말했다.
또한 “WYD에서 돌아온 청년들에게 무엇을 배웠는지 묻기보다 어떤 일을 경험했는지 먼저 들어야 한다”며 “청년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공동체가 이를 함께 식별할 때, WYD는 일회성 행사를 넘어 지속적인 신앙의 여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합토론에 참여한 충북대학교 이새별(프란체스카) 교수도 기다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청소년기와 청년기는 기존의 가치에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시기인 만큼, 기성세대가 서둘러 정답을 제시하려는 태도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WYD 이후에도 지속될 변화, 본당에서 시작돼야
WYD가 청소년·청년 사목 쇄신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대회에서의 경험이 본당 공동체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젊은이들이 교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종합토론에서 김 신부는 “청년들이 본당 사목평의회 등에 참여해 필요한 프로그램과 사목 방향을 직접 제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다만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기에 앞서 사목자와 공동체가 청년들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들을 준비가 돼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젊은이들이 본당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교구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신부는 “내년도 교구장 주교님 사목교서에 청소년·청년 대표를 한시적으로 본당 상임위원회에 초대해 본당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며 “청소년과 청년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지원을 요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당 운영과 예산 등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참여에 머물지 않는 것이다. 살레시오회 돈보스코 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 이진옥(페트라) 박사는 “청년들의 의견이 실제 본당과 교구 운영에 반영되고, 그 변화를 청년들이 확인할 수 있을 때 교회에 더욱 마음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목의 성과를 바라보는 기준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교수는 “비록 적은 인원이 참여했더라도 누군가 신앙 안에서 변화하거나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성과일 것”이라며 “교회가 평가하는 행사의 성공 여부는 세상의 시각과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교회가 젊은이들에게 언젠가 다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의 고향’이 돼야 한다”며 “삶의 다른 일들로 잠시 교회와 멀어지더라도,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편안했던 공동체를 떠올리고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젊은이들과 밀도있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