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아이와 매일 함께 지내는 일상에서, 원고를 미리 써두고 마지막 글만 남겨둔 시점. 아침부터 컨디션이 처진다 싶었지만 어렵게 예약한 운동을 안 갈 수 없어 2시간 운동을 하고 나니 몸이 이상했다. 힘이 하나도 없어 바로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집에 왔는데 이제는 열이 나고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침 이날부터 휴가를 냈던 남편은 세 아이를 혼자 돌보겠다며 온종일 외출해 주었고, 덕분에 나는 온전히 혼자 아플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혼자만의 ‘푹 아픈 시간’은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다. 홀로 있는 시간도 오랜만이었거니와, 이렇게 몸을 운신하기 힘들 만큼 아픈 것도 참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플 때는 엄마든 남편이든 누군가가 돌봐주는 게 당연했던 일상이었기에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 동안 밀려오는 약간의 외로움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아픈 와중에도 배는 고팠다.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부엌으로 가 죽을 끓여 좀비처럼 천천히 먹고, 열이 떨어지지 않아 자꾸만 마르는 물수건을 화장실에서 계속 적셔 이마에 대기를 반복하며 지친 시간을 보냈다.
며칠이 지나면 좀 나아져야 할 텐데, 아픈 부위가 바뀌더니 급기야 아이까지 아프기 시작했다. 겨우 재워놔도 새벽 3시쯤 깨서 자지러지게 울며 고통스러워했다. 상황이 나빠지면 본능적으로 드는 생각. ‘나, 뭐 잘못했나? 죄를 지어서 벌을 받는 걸까?’
살아온 과거를 돌아보며 내가 지었을 만한 죄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남의 것을 빼앗은 적도 없고 누군가를 해친 적도 없는데 무슨 죄를 그렇게 지었길래 이렇게 아픈 걸까 고민하던 차에, 아차 싶었다. 물리적으로는 아니지만, 말로 참 많은 사람을 해쳤다는 생각이 스쳤다. 가장 가까운 부모님께도 그랬고, 오래된 친구들에게도 그랬다.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니 ‘아파도 싸다’는 고백이 절로 나왔다.
이 지면을 빌려 사과를 전하고 싶다. 정말 죄송했다고. 지금도 철이 없어서 화가 나면 여기저기 가시 돋친 말을 쏘아대는 나이지만,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물론 세상의 모든 아픔이 죄의 결과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늘 달고 사는 위염과 계절별로 찾아오는 각종 질병에 장기를 교체하고 싶다며 징징거리던 내가, 이번 아픔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으니 이건 ‘쟤는 한번 대차게 아파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 하셨을 하느님의 뜻인 것만 같아 마음 깊이 반성하게 된다. 이제는 그 뜻에 따라 질병으로 인한 불편과 고통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내가 입으로 지은 죄들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 한다. 정말로 아파도 하느님께 불평하지 않으리라!
어느새 아이도 언제 아팠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지내게 되었고, 나의 큰 아픔도 어느 정도 지나간 듯하다. 어제보다 오늘 더 말조심하고, 조금 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기를. 그리하여 나로 인해 세상이 아주 조금이라도 더 따뜻해지기를 기도하며 마지막 연재 글을 마친다. 8주간 저의 시시콜콜한 일요한담으로 재미있으셨기를, 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따뜻한 말을 하며 살아가길, 아프지 말고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글 _ 마예은 엘리사벳(웹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