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주에는 보통 메달이 매달려 있지요. 그렇다면 이 메달은 무엇일까요? 아마 많은 분이 ‘기적의 메달’을 떠올리실 것입니다. 그만큼 기적의 메달이 달린 묵주가 많이 있기 때문이죠.
묵주 줄이 세 방향에서 모이는 자리에 메달이 있는데요. 꼭 기적의 메달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파티마와 루르드, 과달루페 등에서 발현하신 성모님의 모습이 담긴 메달 등 성모님에 관련된 메달이나 예수성심, 성 베네딕토의 메달 등 다양한 메달이 묵주에 달리곤 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기적의 메달이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신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죠.

기적의 메달은 1830년 프랑스 파리 뤼드박에 있는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모원에서 성 가타리나 라부레 수녀님께 발현하신 성모님의 형상을 새긴 것입니다. 성모님은 당신의 모습을 메달에 새기도록 지시하고 “메달을 지니는 사람들은 큰 은총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이후 이 메달을 지닌 사람들이 병이 낫거나 회개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기적의 메달’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기적의 메달은 묵주와 함께 한국교회 초기 성모신심에 빠질 수 없는 성물이었습니다. 1865년 제4대 조선대목구장 성 베르뇌 주교님은 파리에 보낸 편지를 통해 십자고상, 묵주 등의 성물들과 함께 기적의 메달을 요청했습니다. 이 기록으로 박해 시기 신자들에게도 기적의 메달이 전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 이전부터 기적의 메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1846년 제3대 조선대목구장 페레올 주교님과 당시 신부였던 제5대 조선대목구장 성 다블뤼 주교님은 충남 공주 수리치골에서 한국교회의 첫 성모신심 단체라 할 수 있는 ‘성모성심회 조선지부’를 설립했는데요. 성모성심회 회원들은 회칙에 따라 기적의 메달을 지니고 다녀야 했기 때문입니다.
또 1850년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님은 르그레즈와 신부님께 보내는 편지에서 “(조선 신자들은) 성물을 장만하기 위해 전 재산을 파는 한이 있더라도 무엇이든 선뜻 다 내놓는다”고 신자들에게 얼마나 성물이 간절한지 설명하고 “십자고상, 성패, 상본” 등을 요청합니다.
여기서 성패는 메달인데요. 어떤 메달이라 말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에는 기적의 메달도 포함됐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참고로 최양업 신부님은 신학생 시절부터 성모성심회 회원이었고, 르그레즈와 신부님이 머물고 있던 파리외방전교회 본부도 기적의 메달의 성모님이 발현하신 수녀원과 불과 100m가량 떨어진 곳입니다.
기적의 메달 둘레에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님, 당신께 매달리는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라는 기도문이 적혀 있습니다. 박해 시기에도 기적의 메달을 품고 믿음을 잃지 않았던 신앙선조들처럼 원죄 없으신 성모님께 매달리는 마음으로 묵주기도를 바쳐보면 어떨까 합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