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숙원 사업이었던 교회 사료(史料)의 체계적 보존과 통합 활용이 디지털 아카이브 ‘어제와 오늘(Heri et Hodie, kcda.cbck.or.kr)’을 통해 실현됐다. 10년간 추진된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의 결실로 문을 연 ‘어제와 오늘’은 전국 교구와 수도회, 연구기관 등에 흩어져 있던 기록유산을 한데 모은 공간이다. 디지털 아카이브 화보 목록집에 수록된 차기진 박사(루카·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역사전문위원)의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 추진의 성과와 의의’를 바탕으로 사업의 의미를 살펴보고, 공개된 이색 사료들을 소개한다.

흩어진 사료, 하나의 기준으로
한국교회는 1980년대 초부터 교회사 연구기관 등을 중심으로 사료를 정리하고 검색 체계를 마련하는 노력을 이어왔다. 하지만 기관마다 사료 관리 방식이 달라 전국에 흩어진 자료의 현황을 파악하고 연계해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주교회의는 2015년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 추진을 결정했고, 이듬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2017년부터 본격 시작된 사업은 사료 조사와 목록화, 디지털화 등을 거쳐 대국민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으로 이어졌다.
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전국 교구와 수도회, 연구기관 등이 소장한 사료를 공통 기준에 따라 정리하고, 함께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표준화된 메타데이터를 도입해 기관마다 달랐던 사료 정보를 체계화하고, 각 소장기관의 관리 권한을 유지하면서도 사료 정보를 통합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개별 기관 중심의 사료 관리를 한국교회 전체의 공동 협력 체계로 확장해 기관 간 정보 교류와 공동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
사업 과정에서 귀중한 사료도 발굴됐다. 오랫동안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보관돼 있다가 2025년 공개된 성 앵베르 주교와 성 모방·샤스탕 신부, 성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함께 모셔진 유해함과 유해 증명서가 대표적이다.

교회만의 기록에서 공공의 문화유산으로
디지털 아카이브에 수록된 사료에는 교회의 신앙과 선교 역사뿐 아니라 당시 한국 사회와 지역 공동체의 모습도 함께 담겨 있다. 이는 교회 내부의 역사 기록인 동시에 한국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사업은 교회 사료를 문화 콘텐츠로 활용하고 대중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교회 안팎의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사료 정보를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교회 사료가 공공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널리 활용될 가능성도 커졌다.

1962년 이후 기록유산의 목록화는 과제로
이번 사업은 한국 천주교회가 시작된 1784년부터 교계 제도가 설정된 1962년까지의 사료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1962년 이후 한국교회 사료에 대한 조사와 관리는 향후 과제로 남았다.
현대 한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따른 교회 쇄신, 1984년 한국 천주교회 창설 200주년과 103위 순교자 시성식, 1989년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등 굵직한 변화를 겪었다.
이 시기의 사료는 문서와 도서뿐 아니라 사진·박물·영상 자료 등 형태가 다양해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2024년 국가유산청이 출범하고 종교유산협력과가 신설되면서 종교 유산의 보존과 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주교회의 사무국장 송영민(아우구스티노) 신부는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1962년 이후의 사료도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갈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교회의 소중한 유산을 지속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국 각 교구와 교회사 관련 연구소, 수도회 등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