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의 일상화부터 직분에 대한 인식 변화, 개인화된 신앙생활과 청년 사역의 위기까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개신교 신자들의 신앙생활도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분석하고 앞으로 개신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 「한국교회 트렌드 2027」(지용근, 조성실 외 지음/336쪽/2만2000원/규장)이 발간됐다.
국제구호개발 NGO 단체 ‘희망친구 기아대책’과 목회데이터연구소(이하 연구소)가 공동 기획한 ‘한국교회 트렌드’는 목회자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와 실제 교인들의 인식 사이의 차이를 살피고, 탈종교화와 신앙생활의 개인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교회가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지를 조사해 2027년 한국 개신교회를 전망했다.
올해는 5월부터 한 달간 목회자와 개신교인, 청년부 사역자 등 3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10가지 트렌드를 선정했다. 주요 키워드는 ▲신앙의 질문과 고민을 AI에게 묻는 ‘프롬프트 크리스천’ ▲직분을 맡지 않고 신앙생활을 이어가려는 ‘노 타이틀 성도’ ▲자신에게 필요한 설교와 신앙 콘텐츠를 직접 선택하는 ‘DIY 신앙’ ▲양적 성장보다 예배와 관계, 돌봄의 밀도를 중시하는 ‘고밀도 청년 사역’ 등이다.

먼저 생성형 AI는 이미 개신교인의 신앙생활과 목회 현장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었다. 조사에서 성도의 45.6가 생성형 AI를 월 1회 이상 사용한다고 답했으며, 목회자는 86.6가 같은 빈도로 AI를 목회 사역에 활용하고 있었다. 목회자 10명 가운데 9명 가까이가 AI를 사역에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연구소는 신앙적 질문이나 고민을 AI에게 먼저 묻는 이들을 ‘프롬프트 크리스천’이라고 이름 붙였다. ‘프롬프트(prompt)’는 생성형 AI에 입력하는 질문이나 지시문을 뜻한다. 연구소는 AI를 이용한 신앙적 질문 자체를 차단하기보다 그 답변을 어떻게 읽고 검증하며 신앙 공동체 안에서 분별할 것인지를 가르치는 일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직분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장로나 안수집사 등의 직분을 맡는 것을 신앙생활의 중요한 과정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직분을 제안받고도 미루거나 고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구소는 직분 없이 신앙생활하기를 원하는 이들을 ‘노 타이틀 성도’라고 설명한다.
그 배경에는 과도한 봉사와 책임에 대한 부담이 자리한다.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가치관이 확산되면서 기존의 직분 문화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임기제 리더십과 협력적 의사 결정 등 새로운 직분 문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개신교회 안에서 제공되는 신앙 콘텐츠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을 직접 찾아가는 ‘DIY(Do It Yourself) 신앙’도 주요 변화로 꼽혔다. 이는 설교와 교육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벗어나 자신의 영적 필요와 삶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신앙 콘텐츠를 스스로 선택하고 조합하는 신앙생활을 뜻한다.
조사에서는 개신교회에 출석하는 성도의 73.3가 자신이 다니는 교회 밖의 설교를 듣고 있었고, 10명 중 6명 이상은 신앙 강의나 성경 공부를 위해 외부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필요한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는 환경이 일상의 빈틈을 활용해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 사역에서도 ‘얼마나 많이 모이는가’보다 ‘얼마나 깊이 연결되는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개신교 역시 청년 인구 감소와 늦어진 취업·결혼, 불안정한 노동, 교회에 대한 신뢰 약화 등이 겹치면서 청년 사역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연구소는 단순히 많은 청년을 모으는 방법을 찾기보다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이 복음 안에서 살아D갈 이유를 발견하도록 돕는 ‘고밀도 청년 사역’을 제시했다. 이른바 ‘규모의 시대’에서 ‘밀도의 시대’로의 전환이다. 조사에서는 예배의 깊이와 관계의 개방성, 환대와 실제적인 돌봄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을수록 청년들이 공동체에 건강하게 뿌리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아날로그 영성’, ‘리얼리즘 선교’, ‘전도 리포메이션’, ‘느슨한 공동체’, ‘대 은퇴 시대’, ‘두 번째 가정’ 등이 2027 한국교회 트렌드로 제시됐다.
연구소 대표 지용근 목사는 「한국교회 트렌드 2027」에서 “시대의 변화가 곧 교회의 변화 방향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세상의 변화 속에서 교회가 무엇을 붙들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분별하기 위해 트렌드를 읽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연구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2년부터 매년 한국교회와 사회의 변화를 분석하고 미래 목회의 방향을 제시해 오고 있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