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수학을 가르쳐 온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봉사자 강현숙 씨(클라라·서울대교구 난곡동본당)에게 삶은 오랫동안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수학과를 졸업하고 학원 강사로 일하며 합리성과 논리를 중요하게 여겼던 그는 50세에 뒤늦게 세례를 받았다.
논리와 이성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했던 강 씨에게 세상의 부조리와 불의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였다. 그로 인해 분노하고 지칠 때도 많았다. 그러던 그가 세례를 받은 뒤 마음을 두게 된 인물은 샤를 드 푸코 성인이었다.
“예수님만을 바라보며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을 찾아 이방인들의 사막으로 들어간 샤를 드 푸코 성인의 영성을 본받고 싶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많은 이가 가장 낮은 곳에서 세상과 단절돼 갇혀 있는 곳이 교도소였습니다. 그곳에서 푸코 성인의 영성을 따라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강 씨는 2024년 서울동부구치소 여사에서 봉사를 시작해 수용자들을 만나 왔다. 오랫동안 누군가를 가르쳐 온 자신의 경험 역시 하느님께서 맡기신 탈렌트라고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수용자들에게 그리스도가 누구이신지, 하느님 나라를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구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가르치는’ 능력이 저만 잘되라고 주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어 주고 싶었습니다. 비록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왔지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돕는 데 제가 가진 능력을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봉사를 이어 갈수록 누군가를 변화시키려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곁에 머무는 일이라는 깨달음이었다.
교정시설 특성상 봉사자가 수용자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관계를 이어 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강 씨는 그런 아쉬움을 품어 오다 최근 출소한 한 여성을 대녀로 맞았다. 이제 사회에서 대녀가 신앙생활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보다 가까이에서 곁을 지킬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대모가 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언젠가는 담장 안에서 만난 분의 대모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6월 말 출소한 한 분이 세례를 받고 싶다고 직접 교정사목위원회에 연락해 왔어요. 감사하게도 제가 그분의 대모가 됐습니다.”
강 씨는 수용자나 출소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죄를 지었다는 사실만으로 한 사람의 삶 전체를 판단하고 낙인찍는다면 그리스도인이 세상의 시선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지금 무엇이 어렵고 무엇이 가장 절실한지를 먼저 살피는 것,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신앙인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죄를 지었다고 평생 그 사람을 낙인찍어 바라봐서는 안 돼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선과 악이 공존합니다. 하지만 누구든 하느님 앞에서는 소중한 사람이고,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의 한 지체라고 생각합니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