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의 배아줄기세포 논란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 자체가 ‘엇나간 논쟁들’이라는 것이 전혀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 여전히 아쉬운 것은 이 논란이 결국은 인간 생명의 수호라는 관점에서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인간 배아의 ‘생명권’에 관련된 것이다. 거짓이 없는 정직한 연구 논문도 중요하고 양보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에 앞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인간 배아의 생명을 담보로, 그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논란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운 일이다.”(가톨릭신문 2005년 12월 25일자, 16면)
황우석, 그 엇나간 논쟁들
2000년대 초 전 세계 과학계를 강타한 황우석 서울대학교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은 전례 없는 사회적 참사였습니다. 당시 한국 사회는 외환 위기 이후 새로운 국가적 성장 동력을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대중적 열망과 정치권의 조급증, 그리고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행태가 결합해 과학적 연구 성과마저 우상화하는 ‘황우석 신드롬’을 탄생시켰습니다.
국가적 자긍심 고취와 막대한 경제적 이익 창출이라는 환상에 매몰된 우리 사회는, 과학적 연구의 절차적 투명성이나 생명윤리에 대한 기본적인 성찰조차 철저히 방기했습니다. 하지만 거짓 위에 세워진 신화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기극의 전모
황우석 교수는 동물 복제 기술을 바탕으로 2004년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며, 「사이언스(Science)」지에 논문을 발표해 세계적인 스타 과학자로 부상했습니다. 이듬해인 2005년 5월, 황 교수팀은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환자 맞춤형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11개 라인을 확립했다는 내용의 후속 논문을 발표, 난치병 치료의 획기적 전기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신화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2005년 11월 22일, MBC <PD수첩>이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 편을 방영하면서부터였습니다. 이 방송은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필수 재료인 난자의 출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난자 매매 및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압적 난자 공여 가능성을 폭로했습니다.
이어 젊은 과학자들의 모임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커뮤니티의 익명 연구자들은 논문에 첨부된 데이터의 치명적인 조작과 오류를 과학적으로 논증했습니다. 의혹이 확산되자 서울대학교는 자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검증에 착수했고,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애초에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결국 황우석 교수는 연구비 횡령 및 생명윤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의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서울대학교에서의 파면 처분 역시 정당하다는 확정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여성 인권의 유린: 비윤리적 난자 채취
황우석 사태는 단순히 과학적 진실을 조작한 연구 윤리 위반의 영역을 넘어, 여성의 신체를 실험의 도구로 전락시킨 중대한 인권 유린 사건이었습니다. 황우석 연구팀은 여성들로부터 연구에 필요한 다량의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인권이나 신체적 건강에 대한 배려를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그 결과 난자를 공여한 여성 중 무려 20가 난소과자극증후군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습니다.
나아가 연구팀은 논문에 밝힌 수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총 119명의 여성으로부터 139회에 걸쳐 2221개의 난자를 제공받아 실험에 무단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금을 직접 지급하거나 난임 시술 비용을 감면해 주는 등 사실상의 ‘난자 매매’ 행위가 100여 회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심지어 연구실 소속 여성 연구원 2명에게 난자 공여를 강요했음이 밝혀졌습니다.

가톨릭교회, 배아의 생명권 수호
당시 한국 사회는 황우석의 연구 성과를 국익으로 맹신하고 찬양하는 광기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어떠한 합리적 비판이나 의혹 제기조차 국익을 해치는 매국적 행위로 매도되었습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의 입장은 단호하고 확고했습니다. 애당초 교회는 ‘인간 배아 역시 하나의 온전한 인간 생명체’라는 대원칙에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배아의 외벽을 허물고 내부 세포괴를 떼어내야만 하므로, 이는 명백히 배아 상태의 초기 인간 생명을 살해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주교회의는 2005년 6월 4일 성명서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발표하며 이러한 생명 수호 원칙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했습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 역시 한국 사회의 맹목적인 배아복제 연구 지지 여론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생명 파괴를 근간으로 하는 맹목적인 과학 발전의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엇나간 논쟁’, 본질은 배아의 생명권
가톨릭신문은 황우석 사태와 관련해 연일 수많은 보도와 해설 기사, 사설 등을 쏟아내며 일관되게 인간 생명 수호를 강조했습니다. 특히 황우석 사태의 전개 과정에서 이어진 숱한 논란들이 정작 가장 중요한 ‘인간 생명의 수호’라는 관점에서는 제대로 전개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표시했습니다.
특별히 2005년 6월 5일부터 6회에 걸쳐 게재된 기획 시리즈 ‘배아는 생명, 황우석을 반박한다’는 인간 배아의 천부적 생명권, 언론의 편향된 보도 행태, ‘종교 대 과학’이라는 이분법적 대결 구도의 허구성 그리고 난치병 퇴치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진정성 있는 의지 등을 두루 다루며 황우석 사태의 본질적 이슈들을 폭넓게 짚었습니다.
또한 2005년 12월 11일자 사설 ‘윤리논란 속에 파묻힌 생명윤리’는 절차적 의미의 ‘연구윤리’와 본질적 의미의 ‘생명윤리’를 분리해 성찰함으로써 사태의 핵심을 꿰뚫었습니다. <PD수첩>의 최초 보도 이후 사회적 논란의 초점은 연구의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는 ‘연구윤리’ 문제에만 매몰되었습니다. 이는 자칫 “절차적 정당성만 온전히 확보된다면 배아 파괴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거짓된 결론으로 이어질 위험이 다분했던 것입니다.
결국 황우석 사태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인간 배아를 파괴하는 연구와 실험은 곧 인간 생명을 파괴하고 살해하는 행위라는 엄중한 인식, 즉 ‘배아의 생명권’에 대한 망각에 있습니다. 황우석 사태라는 뼈아픈 경험 이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생명 과학 연구 관련 기관들의 관리 체계가 한층 강화되는 등 긍정적인 제도적 변화들이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배아 역시 엄연한 생명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고하게 뿌리내리지 않는 한, 제2, 제3의 황우석 사태는 언제든 다시 재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