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교구에도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순례길이 있다. 도보 성지순례길 ‘디딤길’이다. 선선한 바람과 단풍이 어우러지는 가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기도하며 순례길을 걸어 보는 것은 어떨까.
디딤길은 수원교구 내 성지와 사적지를 연결하는 도보순례길로 2011년 교구 청소년국 도보순례연구팀이 개발했다. ‘디딤길’이라는 이름에는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기도하며 하느님께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교구청에서 출발해 수리산성지-손골성지-남한산성성지-구산성지-양근성지-천진암성지-여주성당-죽산성지-어농성지-단내성가정성지-은이성지-미리내성지-요당리성지-남양성모성지-왕림성당-수원화성순교성지를 거쳐 다시 교구청으로 돌아오는 경로다.
교구 내 성지들을 둥글게 잇는 전체 구간의 거리는 약 410㎞에 달한다. 주말 등을 활용해 평균 20~30㎞가량의 코스를 하루에 걷고, 여러 차례에 나눠 순례할 수 있도록 17개 구간으로 구성했다.
가장 짧은 코스는 약 8㎞로, 어농성지에서 단내성가정성지로 이어지는 제10코스와 수원화성순교성지에서 교구청으로 이어지는 제17코스다. 반면 가장 긴 코스는 천진암성지에서 여주성당으로 이어지는 제7코스로, 약 46㎞에 달한다.
가을 순례길로 특히 추천할 만한 곳은 제12코스인 은이성지~미리내성지 구간이다. 약 11㎞, 3~4시간이 소요되는 산길로, 한국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삶과 신앙이 깃들어 있다.

은이성지에서 출발해 신덕·망덕·애덕고개를 넘어 미리내성지에 이르는 길은 김대건 신부가 사목 활동을 위해 오갔던 길이자, 순교 후 유해가 옮겨진 길이기도 하다.
순례자들은 가을빛으로 물든 숲길을 걸으며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켰던 김대건 신부의 삶을 묵상할 수 있다. 고개를 하나씩 넘는 발걸음은 단순한 산행을 넘어 순교자의 믿음을 되새기는 기도가 된다.
디딤길 순례자는 각 성지에서 「디딤길 순례수첩」을 구입해 출발지와 도착지의 확인 도장을 받을 수 있다. 교구는 정해진 도보순례 완주 기준을 충족한 신자에게 교구장 주교 명의의 축복장도 수여한다.
교구 성지위원회 산하 디딤길팀이 운영하는 올해 마지막 공동 순례는 11월 7일과 21일 열릴 예정이다. 7일에는 여주성당에서 이포보까지 약 17.3㎞를, 21일에는 수원화성순교성지에서 교구청까지 약 10.5㎞를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함께 걷는다.
디딤길 이덕종 팀장(알베르토·수원교구 제1대리구 오산본당)은 “순례에 앞서 성지와 순교자들의 역사를 미리 공부하면 그 길이 지닌 의미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며 “각 성지를 잇는 길을 걸으며 순교자들의 삶을 기억하고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순례가 더욱 뜻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디딤길은 대부분 20㎞가 넘는 장거리 코스이고 험준한 산길도 포함돼 있는 만큼 배낭과 등산화, 스틱 등 적절한 장비를 갖추고 순례에 나서길 권한다”고 당부했다.

※ 문의: 010-5953-1702 디딤길팀(문자만 가능)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