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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그리스도교 영성] 「천국의 열쇠」: 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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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종교나 시간이 지나면서 창립자의 본래 정신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중간중간에 쇄신 운동이 일어난다. 가톨릭교회도 지난 2000년 동안 변화에 대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10세기에 일어났던 클뤼니 수도원 개혁운동, 16세기 반종교개혁의 핵심 역할을 하였던 트리엔트 공의회.

1960년대 시작된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현대의 대표적인 개혁운동이다. 스콜라 철학 중심의 교조주의에서 벗어나 급변하는 현대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변화를 위한 노력이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의회는 “교회의 모든 쇄신은 본질적으로 교회 소명에 대한 충실성의 증대에 있다”라고 명시한다.(「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 6항)

세상의 필요에 응답하기 위해서는(‘밖으로’, ad extra), 우선적으로 복음의 원래 정신으로 돌아가 교회의 내적 쇄신이 필요하다(‘안으로’, ad intra). 복음의 원천인 성경과 초기 교부들의 가르침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르수르스망’(ressourcement) 정신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정확히 예견한 A.J. 크로닌의 소설

중국 선교 활동하는 한 사제가 보여주는 연민과 사랑의 정신

교만 버리고 복음으로 돌아가 내적 쇄신 이루는 삶 몸소 증언

의사이면서 영국의 대표적 소설가인 A.J. 크로닌은 가톨릭 정신과 박애주의를 바탕으로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작품 속에 녹여내어 세계적인 가톨릭 작가이면서 휴머니스트로 평가받는다. 1941년 출판된 「천국의 열쇠」는 약 20년 후에 개최될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예견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가톨릭 사제인 프렌치스 치셤의 60여 년 생애와 36년간의 중국 선교 활동을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여러 가지 갈등 구조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소설의 가장 핵심적인 긴장은 고통받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치셤의 사목활동이 방어적이고 관료적인 교회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던 당시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함께 일하던 수녀들은 각각 프랑스와 독일 편으로 갈라져서 아이들과 함께 각자가 지지하는 나라를 위해서 기도한다. 수녀들은 프랑스의 추기경과 독일의 대주교들이 자신들의 나라가 “하느님의 이름으로 조국의 명예와 영광을 위해 최후까지 싸워” 승리하기를 독려하는 편지를 읽는다.

그러나 주인공은 “몇백만이라는 충실한 신자들을 축복하여 전쟁터로 보내서 영혼과 육신을 갈래갈래 찢기며 서로 죽이고 서로 파괴하게” 하는 행위는 “교회의 가르침을 배반하는 짓”이라고 주장한다. 예수님은 산상설교에서 “죽여라! 증오로 대항하라! 서로의 가슴에 총칼을 찔러라!”가 아니라, “영원한 사랑을 설교하고 인간의 인류애를 말씀”하셨다.

치셤은 사람들을 항상 우선적으로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보살핀다. 여러 명의 선교사와 함께 포로로 붙잡혀서, 목숨이 위태롭고 험난한 상황에서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 대해서 “가엾은” 마음을 잃지 않는다.

중국에서 선교할 때, 챠 씨의 아들이 위중한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주인공은 “만일 자기가 손을 대서 실패한다면 자신이 당해야 할 질시와 냉대”를 예측할 수 있었지만, “위급한 아이의 생명을 생각할 때 그대로 방관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안전상 위험을 떠안고 아이를 치료한다.

다행히 아이는 잘 회복하였다.

“이교도의 권력자”인 아이의 아버지가 세례를 받고 싶다고 찾아온다. 주인공에게 “이 순간이야말로 수개월 동안의 비참한 고난을 겪은 뒤 겨우 올라선 승리의 정점이며, 선교사업에서 최고의 수확이면서, 첫 열매를 따는 순간”이었다.

신부는 그에게 하느님을 믿는지, 교리를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질문한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을 믿지 않고, 교리를 배울 겨를도 없지만, “은혜를 갚고” 싶어서 세례를 받고 싶다고 한다. 이런 그에게 세례를 주고자 하는 “유혹은 너무나도 강하고, 마음도 그편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러나 굴복할 수는 없다. 하느님을 속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에게 이야기한다, “당신은 내게 아무 빚진 것도 없어요.” 이 장면은 선교지에서 사람들을 사랑과 연민으로 보살피는 행위가 그리스도교 신자 수를 늘리는 수단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개종 숫자를 확장하는 것보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봉사가 더 근본 목적이다.

과연 우리의 주된 관심 대상이 무엇인가의 문제이다.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 관심이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치셤 신부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사랑이 그리스도교의 근본 목적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어린 시절 친구인 안셀모 밀리의 삶과 대조적으로 더 잘 드러난다. 밀리는 대중을 사로잡는 강론과 연설, 인맥 관리, 모금 활동 능력 등 여러 면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영국 북구 감독 관구의 최연소 주교와 성당의 참사 위원에 선출된다. 사람들은 그의 화려한 승진과 성공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가 해외 선교 담당 업무를 책임지고 있을 때,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치셤을 사목방문 한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와 만남에 대한 기쁨과 동시에, 그곳 선교지 성당의 초라한 모습에 몹시 놀란다. 성당 앞에 친구와 함께 있으면서, “성당은 어디 있나?”라고 질문한다.

그러면서 친구에게, “솔직히 말해서 이건 내 생애에서 처음 느껴보는 실망이네”라며 씁쓸함을 드러낸다. 사실 그는 중국을 방문할 때 여러 계획이 있었다. “온 세계의 관심이 불행한 중국으로 향하고 있던 시기에,” 자신이 중국의 선교지를 방문하여 “훌륭한 건물”(성당)에서 “장엄미사를 올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교구에 보고할 생각이었다.

더욱이 영국으로 돌아가서 “중국 벽지에 계신 하느님”이라는 “근사한 제목”으로 “런던의 해외포교단 본부에서 강연”까지 약속해 두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 이 허름한 건물은 “참담한 광경”이었다.

작가는 결코 밀리의 재능이나 직책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것들을 자신의 개인적 야망을 충족하고 신분을 상승하는, 즉 출세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그의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외적으로는 하느님 나라를 건설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의 주된 관심은 교회 안팎에서 능력 있고 매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눈부신 활동을 했던 밀리”와는 달리, 세속적 시각에서 별로 드러낼 것이 없는 치셤은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 겸손의 인물로 그려진다. 하늘나라에서 진정한 성공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천국의 열쇠」는 타종교와 타문화에 대해서도 참된 그리스도인의 태도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당시 역사적으로 종교적 갈등과 서구 문명의 우월주의가 여전히 남아 있던 시기였다. 주인공도 어렸을 때, 부모님이 스코틀랜드의 반가톨릭적 폭동으로 돌아가신 트라우마를 겪었다. 또한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자신을 방문한 친구 밀리는 종교와 문화 측면에서 서구중심주의 시각을 드러낸다. 밀리는 “중국 사람과도 기쁘게 악수를 할 작정”이지만, “그 중국 사람이 하느님을 믿고… 세숫비누를 쓰고 있어야 한다”는 우월의식을 드러낸다.

그러나 치셤의 사랑은 타종교와 타문화로까지 확장된다. 가톨릭 사제이면서도 중국의 문화를 경멸하지 않고, 문화와 종교와 상관없이 한 사람 안에 있는 선함과 존엄성을 발견하고 존중한다. 중국어를 배우며, 자신의 종교와 문화를 강요하지 않는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중국 파이탄 인근에 부임해 온 미국 개신교 선교사인 피스크 박사 부부, 그리고 치아 스님과 깊은 우정을 나눈다. 종교를 뛰어넘어 병자를 치유하는 모습은 착한 사마리아인을 떠올리게 한다.

글 _ 김치헌 바오로 신부(예수회, 서강대학교 영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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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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