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육지 순례를 이어 온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가 바다 건너 제주도에 도착하였다.
제주교구는 10월 27일 주교좌 중앙 성당에서 WYD 상징물을 맞이했다.
환영 예식에는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를 비롯해 교구 사제단, 수도자와 평신도 등 250여 명이 참여했다. 모든 이가 깃발과 풍선을 흔들며 상징물을 반겼고, 십자가와 성모 성화 행렬에는 유치원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했다.
환영 예식 강론에서 문창우 주교는 십자가를 통해 얻는 위로를 강조했다. 문 주교는 “십자가 앞에서는 눈물을 감추지 않아도 되고, 힘들면서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다만 그 자리에서 주님께 마음을 열고, 우리 곁에서 당신의 위로를 전해 주시는 주님을 돌아보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문 주교는 이어서 “청년들이 진로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 관계의 어려움, 말하지 못한 외로움 속에서도 자신이 하느님께 사랑받는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기 바란다”라면서 “상징물이 우리 교구 곳곳을 찾아가는 순례를 통해 우리가 주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그 사랑을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강론 후 신자들은 십자가 경배를 하며 WYD 상징물 순례와 제주 교구대회 준비를 위해 마음을 모았다.

부산교구에서 상징물을 인수해 온 장영일(가롤로·화북본당) 씨는 “제주로 십자가를 보내는 부산 청년들이 눈물을 흘리는 걸 보며, 그 뜨거운 마음을 제주가 이어받아 모두가 진심을 담아 WYD를 준비하면 좋겠다”고 했다.
리스본 WYD 참가자 주지환(에피시오·동문본당) 씨는 “먼 나라에서 봤던 상징물이 제주에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벅차오른다”면서 “십자가와 성모 성화 앞에서 기도하는 모든 분의 마음에 감동과 기쁨이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제주에 도착한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는 기상 여건에 따라 입도가 어려울 수 있는 우도 준본당을 제외한 교구 내 본당 30곳을 순례한다. 더 많은 신자가 십자가와 성모 성화 앞에서 기도하고, WYD의 열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려는 교구의 배려다.
11월 9일 성 이시돌 피정의 집에서 열리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 연수’에도 두 상징물이 함께한다. 연수 중 참가자들은 인근 금악성당까지 십자가를 지고 행진하면서, WYD를 교회 공동체 전체가 함께 기도하며 준비해야 할 사명으로 되새긴다. 11월 21일 신제주성당에서 열리는 제9회 청년성가제에서는 청년들이 WYD 상징물 앞에서 성가를 부르며 신앙의 기쁨을 나눌 예정이다.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는 한 달 여 동안 제주교구를 순례한 뒤, 11월 27일 다음 순례지인 마산교구로 향한다.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위로 전하는 제주 교구대회
2027 WYD 제주 교구대회의 주제는 ‘표환순파’로, ‘표류’, ‘환대’, ‘순례’, ‘파견’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젊은 사제 김대건(안드레아) 신부가 풍랑을 만나 표류 끝에 제주에 표착했듯, 삶의 방향을 잃은채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방황하는 청년들을 환대하고, 함께 순례한 뒤 세상으로 파견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처럼 제주 교구대회는 청년들이 제주의 자연과 문화 속에서 오롯이 쉼을 갖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여정이 될 전망이다. 2027년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진행되는 교구대회는 첫째 날 ‘입도 환영’을 시작으로, 둘째 날 ‘순례의 날’, 셋째 날 ‘교구의 날’, 넷째 날 ‘본당의 날’을 거쳐 마지막 날 ‘출도 환송’으로 마무리된다.
‘순례의 날’에 순례자들은 홈스테이 가족들과 제주의 순례지와 관광 명소 구석구석을 누비고, 제주의 자연과 고유의 문화를 체험한다.
‘교구의 날’ 행사는 이시돌 일대에서 열린다. K-푸드와 K-컬처, 게임, 제주, 가톨릭 등을 주제로 체험 부스 100여 개가 운영되며, 버스킹 존에서는 각 나라에서 모인 순례자들의 공연이 다채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문창우 주교의 주례로 삼위일체대성당 야외 성당에서 거행하는 ‘축제 미사’를 비롯해 금악성당에서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이시돌 회관에서는 떼제 기도를 봉헌한다.
‘본당의 날’에는 각 본당이 준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신앙으로 일치되는 시간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언어 장벽 넘어 환대의 문 여는 가정들
제주교구는 순례자 전원에게 가정 숙박을 제공하기 위해 도내 모든 본당의 신청을 이끌어 냈으며, 850여 가정의 참여를 확보했다. 홈스테이 가정이 열린 마음으로 순례자들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구별 가정 교육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언어 장벽을 낮추기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제주교구는 순례자와 홈스테이 가정의 소통을 위해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제주교구 청년이 개발한 이 앱의 채팅창에는 구글의 번역 기능이 적용되어, 호스트가 한국어로 메시지를 보내면 순례자에게 모국어로 번역되어 전달된다.
교구는 순례자와 홈스테이 가정이 교구대회 시작 전부터 앱으로 대화를 나누며 열린 마음으로 친교를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순례자들은 앱에서 관광지와 성지, 맛집, 카페 등 제주 맞춤형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WYD 제주 교구대회 조직위원회 실무 책임자 이승협(다니엘) 신부는 “교구대회를 준비하는 교구 공동체와 제주를 찾는 순례자 2000여 명이 진실한 만남을 통해 하나이고 보편된 신앙을 실제적으로 체험하고, 거기에서 얻은 기쁨과 열정으로 일상 속 신앙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청년 순례자들이 홈스테이 가정의 사랑과 환대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고, 그 힘으로 세상에 파견되어 자신의 삶과 믿음의 토대를 단단히 다져 나가는 신앙인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