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우 최불암(프란치스코·본명 최영한) 씨가 10월 29일 오후 10시경 선종했다. 향년 87세.
고인은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후 재활 치료를 이어왔으며, 최근 건강이 악화돼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고인은 2018년 10월 31일 서울 명동 주교관 소성당에서 당시 서울대교구장이었던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에게 세례성사를 받으며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세례명으로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선택했다.
고인이 신앙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아내 김민자(도미니카) 씨의 영향이 컸다. 1990년 먼저 세례를 받은 김씨는 남편의 입교를 바라며 오랫동안 기도해 왔다. 고인은 세례 당시 혼자 성당에 다니는 아내에게 미안함을 느껴 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세례식에 이어 부부는 혼인갱신식을 통해 하느님 앞에서 부부로서의 서약을 새롭게 했다. 세례 대부는 당시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회장이었던 손병선(아우구스티노) 씨가 맡았다.
고인은 세례를 받기 전부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행동으로 옮겨 왔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처한 어려움을 알리고 이들을 돕는 일에 오랜 시간 참여했다.
1985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아동복지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고인은 40여 년간 후원과 나눔에 참여해 왔다. 소년수형자들을 위한 교정 프로그램인 제로캠프에도 힘을 보탰다. 이 프로그램은 김천소년교도소에 수용된 청소년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경험하고 사회 복귀를 준비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아내 김씨도 장애 아동과 교정시설 수용자 등을 돕는 활동에 참여해 왔다. 청각장애 아동을 지원하는 사랑의 달팽이에서 회장을 맡았으며,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에서도 봉사했다.
부부는 올해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주관하는 제42회 가톨릭대상 선교·문화 부문 본상을 받았다. 각자의 사회적 활동과 대중적 영향력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활용해 온 점을 인정받았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10월 30일 발표한 애도 메시지에서 연기자로서뿐 아니라 나눔을 실천한 고인의 생애를 기렸다. 정 대주교는 고인이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사회에 되돌려 주고자 노력했다고 평가하며, 어린이와 위기청소년을 위한 오랜 헌신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또 고인이 선종을 앞둔 10월 20일 염수정 추기경으로부터 병자성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전하고, 고인의 영원한 안식과 유가족을 위한 기도를 청했다.
고인의 장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5일간 거행된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1월 2일 오전 7시 40분이다. 장례미사는 이날 오전 9시 서울대교구 여의도동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봉헌된다. 이후 서울 무교동 초록우산 본부에서 추모 일정을 진행하며, 장지는 경기도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이다.
1939년 인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했다. 1965년 국립극단에 입단한 뒤 연극과 방송을 오가며 활동했다. 1971년 시작된 MBC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박 반장을 연기하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1980년부터 방송된 전원일기에서는 김 회장 역을 맡아 오랫동안 시청자들과 만났다. 이 밖에도 그대 그리고 나 등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했으며, 2011년부터 KBS 한국인의 밥상 진행을 맡아 지역의 음식과 사람들의 삶을 소개했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