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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번역상 김혜경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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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세레나) 박사는 전 5권으로 구성된 「리치 원전」으로 제30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번역상을 받으며 지난 30년간 묵묵히 걸어온 이탈리아어 번역가이자 연구자로서의 길을 돌아봤다. 이번 수상은 길고 고단했던 번역의 시간에 대한 따뜻한 격려이자 자신의 학문적 노력을 인정받는 뜻깊은 순간으로 다가왔다.

“출발어인 이탈리아어 텍스트를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은 단순한 어학적 변환이 아니었습니다. 16~17세기 유럽의 신학과 철학, 아시아의 지적 토양을 동시에 이해해야만 가능한 고단한 여정이었지요. 학자적 소명과 사명감이 필요했습니다.”

김 박사는 2010년 9월, 예수회 소속 중국 선교사 마태오 리치 신부(1552~1610) 서거 4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앞두고 서강대학교 로욜라도서관 한쪽 귀퉁이에서 먼지에 싸인 채 거의 방치돼 있던 두 권의 두꺼운 검은색 양장본을 발견했던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낯선 동양 땅에 뼈를 묻은 리치 신부님의 치열한 삶의 궤적과 그 두꺼운 책의 무게감은 처음에는 이 위대한 기록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됐고, 점차 학자로서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으로 변해 갔습니다. 결코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작업은 한국어 번역본이 2024년 11월 세상에 나오기까지 무려 14년간 이어졌다. 방대한 원전과 씨름하는 고독하고 힘겨운 시간이었지만, 리치 신부의 삶과 사상을 깊이 알아가는 과정은 번역을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리치 신부님은 단순한 서양 선교사가 아니라, 동양의 고전을 깊이 파고들며 현지인의 사상과 문화를 진심으로 존중했던 겸손한 지식인이었습니다. 당시 중국인 학자들과 진실한 우정을 나누고 화합의 길을 모색했던 그의 고뇌를 원전의 언어로 호흡하면서, 저 역시 두 문명의 만남이 지닌 경이로움을 매일 새롭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김 박사는 「리치 원전」이 관련 학계와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이 학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동서양 문명 교류사와 그리스도교 선교사 분야에서 필수적인 1차 사료를 온전히 제공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한역서학서가 나오게 된 근거에 대해 말해 주는 자료이기에 그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전이 품고 있는 생생하고 방대한 맥락에 직접 다가가도록 돕는 학문적 인프라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박사는 “「리치 원전」이 동료와 후학 연구자들의 발전적인 대화를 이끌어 내는 든든한 마중물로 쓰이기를 바란다”며 “새로운 사료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가교 역할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 수상작 「리치 원전」
「리치 원전」은 예수회 마태오 리치 신부가 1583년 중국 선교를 시작한 이후의 활동을 일자별로 상세히 기록한 ‘그리스도교의 중국 진출기’라고 할 수 있다. 순찰사 알렉산드로 발리냐노의 마지막 명령에 따라 선종하기 전인 1607년부터 1610년까지 3년 동안 집필했다. 이 책은 당시 중국과 관련된 정보뿐만 아니라 근대 초기 서양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극동 아시아의 상황과 국제 정세, 동서양 문명이 초기에 주고받은 것들이 무엇인지 알려 주는 귀중한 자료다. 동양에서는 선교사들이 전한 서양 문화를 통해 서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 서양에서는 이 책이 17세기 중반 유럽에 전해지면서 중국에 대한 관심이 지식층을 비롯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고 볼 수 있다.

■ 김혜경 박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선교신학을 전공했고, 가톨릭대학교·서강대학교·성신여자대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현재 부산가톨릭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 과제와 관련해 이탈리아 피렌체대학교에서 미술사학도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는 「예수회의 적응주의 선교」, 「인류의 꽃이 된 도시, 피렌체」, 「모든 길은 로마로」 등이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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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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