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보다 더 큰 공로를 세우신 분들이 계신데 제가 상을 받게 돼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한국가톨릭학술상 제정 30주년을 맞아 공로상을 받게 됐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습니다. 이번 수상을 제 삶의 새로운 전기로 삼고 싶습니다.”
제30회 한국가톨릭학술상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된 조광(이냐시오)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가톨릭학술상 30년 역사의 산증인이자 상의 초석을 놓은 인물이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평신도 신학자 고(故) 양한모(아우구스티노, 1921~1992) 선생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톨릭신문사가 1997년 가톨릭학술상을 제정할 당시 기초 작업을 맡았던 이가 바로 조 교수다.
이뿐 아니라 그는 30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가톨릭학술상 운영위원과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한국교회 안에 신학 연구 풍토가 자리 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
“30년이면 한 세대입니다. 3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신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신학 연구자가 30배 가까이 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톨릭학술상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조 교수는 가톨릭학술상 30년 역사를 함께하며 수상자 선정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각별히 노력해 왔다고도 밝혔다.
“가톨릭학술상을 제정할 당시에는 평신도 신학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상을 주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를 구분하지 않고 신학 연구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분들에게 상을 수여한다는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지금도 평신도 신학자들에 대한 지원이 더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습니다. 30년을 돌아보면,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수상할 만한 업적을 남긴 분들을 선정해 왔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서 「조선후기 사회와 천주교」로 2010년 제14회 가톨릭학술상 본상을 받은 조 교수는 가톨릭학술상이 자신의 학문 연구에도 큰 자극이 됐다고 전했다.
“이번 공로상 수상을 계기로 500~600쪽 분량의 한국천주교회사를 집필하려고 합니다. 집필에는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동안 한국교회사는 한국사와 충분히 연결되지 못한 채 특수사의 영역으로 다뤄진 측면이 있습니다. 한국사와 교회사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조 교수는 아직도 한국교회가 눈에 보이는 성전을 짓는 일에는 힘을 기울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성전인 학문과 신학적 기반을 조성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후학들과 동료 연구자들에게는 “한국사의 일환으로 교회사를 밝히는 작업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 조광 교수는
1969년 가톨릭대학교 신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고려대 사학과에서 수학했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1973년 석사, 1979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부터 2010년까지 고려대 문과대학 한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문과대학 학장과 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한국사연구회 회장과 서울특별시 시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2017년 6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제14대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와 한국교회사연구소 고문, 대전교구 해미순교자국제성지 신앙문화연구원 원장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