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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4일 사제서품을 받는 성바오로수도회 네 명의 수사들.
왼쪽부터 한창현·한기철·김태훈·황인수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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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나란히 한 노총각(?) 네 명이 웃는다.
"예쁜 며느리와 영화구경 가는 게 아버지 꿈이었어요. 그런데 다 깨졌죠(웃음)."(한창현 수사)
사제서품식을 10여 일 앞두고 서울 미아동 수도원에 모인 수사들은 기쁘면서도 두려운 마음을 내비쳤다. 미소진 눈가에는 하느님께 받은 사랑이 화석처럼 고였다. 한꺼번에 4명의 사제가 탄생하는 것은 성바오로수도회(준관구장 심재영 수사)가 1961년 한국에 진출한 후 처음이다. `바오로의 해`를 보내고 있어 의미는 더 각별하다.
성 바오로가 이 자리에 함께했다면 뭐라고 했겠냐고 묻자, 곰곰이 생각하던 한기철 수사가 답했다. "걱정된다…." 일제히 웃음이 일었고 한 수사는 "관심이 있어 걱정하시는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참 혼란스러운 시대잖아요. 바오로 사도 같은 굳은 믿음으로 하느님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살 겁니다. 이 희망이 전해지면 성 바오로는 `(걱정되지만) 괜찮다` 하실 것 같습니다."
성바오로수도회는 출판물을 비롯해 영화, 인터넷 등 각종 매체를 통해 복음화 사업에 매진하는 수도회다. 다양한 매체는 발달을 거듭하지만 복음을 전파하기엔 잡음이 많은 세상이다. 황인수 수사는 "쾌락과 돈으로 행복과 즐거움을 약속하는 매스미디어의 환경에서 바오로 사도는 동분서주 했을 것"이라며 미디어 환경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대학생 시절 수도회가 발간한 만화 `내 친구들`이 어린이들에게 기도하는 습관을 준다는 어머니 독자의 편지를 접하고, 매스컴 사도직을 택한 김태훈 수사는 "사제가 되는 건 하느님이 불러주신 자리에 `예`하고 답하는 것"이라며 "함께 서품받는 동기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했다.
요즘 미아동 수도원은 바쁘다. 수도회 역사상 가장 많은 이들이 사제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심이 모아질수록 이들은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한창현 수사가 대뜸 펌프질을 해봤냐고 물었다. "깊은 곳에 뿌리를 두고 콸콸 물을 쏟는 펌프처럼, 하느님께 뿌리를 두고 영적 목마름을 채워주는 사제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펌프질을 하기 전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넣어줘야 하는데 그것은 여러분의 기도"라며 웃었다.
이들은 9월 4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주교좌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주례로 사제서품을 받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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