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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승들이 명동성당을 둘러보며 해맑게 웃는 모습, 로만칼라를 한 사제들이 사찰에 가서 합장하는 장면…
이런 광경은 요즘 신문이나 방송에 자주 비치는 덕에 자매님께도 그다지 낯설지 않을 겁니다. 이런 활동은 서로 상대방 종교를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사제가 불상 앞에서 합장하고 허리를 굽히는 것은 합당한 예를 갖추는 것이지 부처님을 믿는 행위가 아닙니다.
가톨릭과 불교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는 국내 7대 종교 지도자들 모임인데, 이곳에서도 개신교, 유교, 원불교, 천도교 등 여러 종교 지도자들이 자주 모여 대화하면서 국가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천주교에는 전국 주교님들의 협의체인 주교회의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그 기구 안에 있는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는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는 물론 타 종교와의 대화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개신교, 정교회, 성공회 신자들은 우리와 똑같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만 역사의 질곡 속에서 `갈라진 형제들`입니다.
교황청 역시 종교간대화평의회를 두고 이슬람과 불교, 힌두교 등 비그리스도교 중요 축제일에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등 타 종교를 존중하고 있습니다.
서로 교리가 다른데 왜 화합해야 할까요? 종교간 대화를 위해 노력해온 두봉 주교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 종교를 갖듯이, 인류가 행복하려면 종교가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세계 평화에 종교 간 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종교는 국가를 초월하기 때문입니다."(평화신문 3월 18일자 제1158호 22면 참조)
종교간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고 김수환 추기경님 역시 "남북 분단에다 국민들까지 지역ㆍ계층ㆍ세대로 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종교인들은 우리 사회에 사랑과 화합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김 추기경님은 유학자인 김창숙 선생 묘소를 참배할 때 그들의 예법에 따라 술을 붓고 절을 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종교인들이 화합하는 모습은 두 종교 신자들뿐 아니라 사회의 갖가지 갈등과 분열에 지친 국민들에게 선한 마음을 불러 일으킵니다. 자매님도 성탄절에 스님이 아기 예수님 연등을 만들어갖고 찾아와 축하 인사를 건네면 기분이 좋을 겁니다. 불교 신자가 성당을 지나가다 석가탄신일 축하 현수막이 붙어있는 것을 봐도 마찬가지겠죠.
김은아 기자 eun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