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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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백성의 해방을 약속하고 이행하신 하느님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31)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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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이스라엘인들의 이집트 탈출은 유다인들이 지니는 하느님 신앙의 기초이다. 성경학자들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바다 곧 죽음을 건너가게 하신 것은 한 민족을 창조하는 것을 나타낸다고 해석한다. 니콜라 푸생, ‘홍해 건너기’, 유화, 1634년께, 빅토리아국립미술관, 멜버른, 호주.


“하느님께서는 지극한 사랑으로 온 인류의 구원을 세심하게 계획하시고 준비하시어, 언약을 맡기시려고 특별한 배려로 당신 백성을 뽑으셨다.”(「계시 헌장」 14)

모세의 인도로 히브리인들이 이집트를 탈출한 사건은 이스라엘 자손을 하느님의 백성으로 탄생시킨 획기적 사건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주님이 되시고 히브리인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되는 귀중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인격적 만남에서 비롯됐으며, 하느님의 순수한 선물입니다.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만남은 그 백성이 생명의 하느님과 함께 사는 약속의 땅을 향해 매진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박요한 영식, 「탈출기 1」 7쪽 참조)

구약 성경과 모세 오경의 둘째 책인 「탈출기」는 “이들이 이스라엘 자손들의 이름들이다”(주교회의가 간행한 「성경」에서는 “야곱과 함께 저마다 가족을 데리고 이집트로 들어간 이스라엘의 아들들 이름은 이러하다”)고 시작합니다. 책의 첫 문장 첫 단어를 제목으로 하는 고대 근동의 전통에 따라 히브리 성경에서는 책 이름을 ‘워엘레 셔모트’(이름들은 이러하다)라 부릅니다. 히브리어 성경의 이 이름을 헬라어로 번역한 「70인 역본」은 탈출기의 내용에 따라 우리말로 탈출을 뜻하는 ‘엑소도스’(Εζoδos)를 책 이름으로 정했습니다. 라틴어 대중 성경인 「불가타」는 헬라어 이름을 그대로 받아들여 ‘엑소두스’(Exodus)라 표기했습니다.



구약 성경의 복음서

탈출기는 ‘구약 성경의 복음서’라고 일컬어집니다. 하느님께서 이집트에서 노예살이하는 이스라엘 자손들을 해방하시어 약속의 땅으로 데려가겠다는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기 때문입니다.

탈출기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1부(1─12장)는 히브리인들의 이집트 노예살이 실태와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하라는 사명을 주십니다. 그리고 파라오가 모세의 요구를 거절하자 하느님께서 열 가지 재앙을 내려 파라오를 굴복시킵니다. 제2부(12─18장)는 이집트 탈출의 결정적 사건들이 전개됩니다. 제3부(19─24장)는 탈출기뿐 아니라 구약 성경 전체의 핵심이 되는 주요한 사건을 다룹니다. 바로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산에서 계약을 맺습니다. 십계명은 하느님과 이스라엘이 맺은 계약 조목입니다. 제4부(25─40장)는 계약의 궤와 성막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파스카

이집트인들에게 가장 공포의 밤이었던 열 번째 재앙을 치르는 날 밤, 히브리인들은 처음으로 ‘파스카’(해방절)를 지냅니다. 이날은 하느님께서 이집트의 맏아들과 맏배들을 모조리 죽이시면서 히브리인들을 ‘거르고 지나가셨음’(파스카)을 체험한 밤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이 해방된 민족, 하느님께 구원받은 백성으로 탄생한 이 사건은 길이 기념되고 경축 되고 있습니다. “너희는 주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너희에게 주실 땅에 들어가거든, 이 예식을 지켜라. 너희 자녀들이 너희에게 ‘이 예식은 무엇을 뜻합니까?’하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여라. ‘그것은 주님을 위한 파스카 제사이다. 그분께서는 이집트인들을 치실 때, 이스라엘 자손들의 집을 거르고 지나가시어, 우리 집들을 구해주셨다.’”(탈출 12,25-27)

파스카 사건에 나타난 하느님의 이 위대한 구원 역사는 이스라엘이 지니는 하느님 신앙의 기초를 이룹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존재를 자기 역사 한가운데에서 활동하시는 현존을 통해, 구원을 베푸시는 하느님의 전능을 통해, 조상들과 맺은 당신의 언약을 변함없이 이루시는 하느님의 성실성을 통해 직접 체험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갈라진 갈대 바다를 건넘으로써 파스카를 또 한 번 체험합니다. “두려워하지들 마라. 똑바로 서서 오늘 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이루실 구원을 보아라. 오늘 너희가 보는 이집트인들을 다시는 영원히 보지 않게 될 것이다. 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워 주실 터이니, 너희는 잠자코 있기만 하여라.”(탈출 14,13-14) 이 내용은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미사 셋째 독서(탈출 14,15─15,1)로 봉독 되며 파스카 축제에서도 중심이 되는 성경 본문입니다. 성경학자들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바다 곧 죽음을 건너가게 하신 것은 한 민족을 새로 창조하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이집트 탈출, 파스카 해방절을 기념해 새해가 시작하는 첫 달인 니산달(3~4월) 10일에 그해 출생한 파스카 어린 양을 선별해 14일에 잡아 그 피를 문설주에 바르고 고기는 전부 구워 누룩 없는 빵과 쓴 나물을 먹습니다. 또 15일부터 한 주간 동안 누룩 없는 빵 축제인 ‘무교절’로 들어갑니다. 파스카의 어린 양의 피는 ‘속죄’의 의미를, 쓴 나물은 이집트 노예살이의 고통을 상징합니다.

한편, 예수님께서는 파스카 축일 지키시면서 성찬례 곧 성체성사를 제정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외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생명을 파스카 어린 양으로 내어주심으로써 파스카 신부를 완성하십니다. “그리스도인들과 유다인들이 모두 파스카를 기념하되, 유다인들은 미래를 지향하는 역사상의 파스카를, 그리스도인들은 항상 결정적인 완성을 기다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성취된 파스카를 기념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096)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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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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