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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예외없는 하느님의 보편 사랑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63) 요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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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서는 에즈라-느헤미야 시대 이스라엘의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율법 중심의 배타적 분리주의 삶을 배격하고, 하느님께서는 누구도 예외없이 당신의 보편적 사랑을 베푸시어 모든 이를 구원하신다고 가르치고 있다. 미켈란젤로, ‘요나 예언자’, 1508년께, 시스티나 소성당, 바티칸.


구약 성경 예언서 가운데 요나서 만큼 그리스도교 성미술에 영감을 준 경전이 없습니다. 오늘날에도 성미술가들뿐 아니라 그리스도인 가정에서 어른들이 자녀들과 아이들에게 요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신앙생활의 교훈을 전승해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요나 예언자의 됨됨이보다는 흥미로운 삶의 여정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공생활 중 요나를 언급하셨죠. 주님께서는 당신께 기적을 요구하는 바리사이들과 사두가이들의 청을 거절하시면서 “악하고 절개 없는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구나! 그러나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요나가 사흘 밤낮을 큰 물고기 배 속에 있었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사흘 밤낮을 땅속에 있을 것이다. 심판 때에 니네베 사람들이 이 세대와 함께 다시 살아나 이 세대를 단죄할 것이다. 그들이 요나의 설교를 듣고 회개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마태 12,39-41)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행하시는 기적의 의미가 무엇보다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을 실현하는 것임을 보여주신 것이죠. 실제로 예수님의 이 말씀은 주님 부활로 명료하게 드러납니다. 이에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께서) 성경 말씀대로 사흗날에 되살아나셨다”고 선포합니다.(1코린 15,4)

구약 성경 제1경전인 「타낙」은 요나서를 오바드야서 다음, 미카서 앞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요나는 우리말로 ‘비둘기’라는 뜻입니다. 이는 구약 성경 안에서 하느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을 가리키는 상징으로 종종 사용되기도 했습니다.(호세 7,1; 11,11; 시편 74,19) 헬라어 구약 성경 「칠십인역」과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 그리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발행한 우리말 「성경」은 히브리어 요나를 음차해 ‘Ιωναs’(요나스), ‘Ionas’, ‘요나서’로 표기합니다.

요나서는 “주님의 말씀이 아미타이의 아들 요나에게 내렸다”로 시작합니다.(1,1) 그래서 요나 예언자가 기원전 8세기 북 왕국 이스라엘 예로보암 2세 임금에게 이스라엘의 땅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던 ‘요나 벤 아미타이’(2열왕 14,25)와 같은 사람이라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경학계에서는 예로보암 2세 때 활동했던 아미타이의 아들 요나는 ‘국수주의자’인 반면 요나서의 주인공인 ‘만민 보편 구원주의자’로 서로 맞지 않기 때문에 같은 사람이라 볼 수 없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입니다.

기원전 539년 신바빌로니아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대제국을 건설한 페르시아의 키루스 임금은 복속된 민족들의 전통을 존중하고 우호 정책을 폅니다. 키루스 임금은 기원전 538년 칙령을 반포하고 유다인들을 해방시킵니다. 바빌론 포로 유다인 가운데 4만 9897명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옵니다. 귀환자들은 즈루빠벨과 에즈라·느헤미야의 지도로 예루살렘과 성전을 재건합니다. 즈루빠벨은 예루살렘 성전을 기원전 515년에 준공해 봉헌합니다. 느헤미야가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를 재조직했죠. 그리고 사제이며 율법학자인 에즈라는 이스라엘의 민족적ㆍ종교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율법 중심의 유다교 개혁을 단행합니다. 그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예루살렘 성전에서 율법을 근거로 하느님의 백성다운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면서 이민족과의 완전한 분리를 강요합니다. 유다인들은 에즈라를 ‘제2의 모세’라고 칭송하며 그의 요구대로 이미 혼인해 자녀를 둔 이민족 아내를 내치고 이방인과 그 문화를 배격하면서 율법 중심의 폐쇄적인 삶을 고집스레 살아갑니다.

요나서는 에즈라-느헤미야 시대의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배타적 분리주의 삶을 배격하면서 하느님의 자비가 모든 민족에게도 열려 있다는 보편 구원관을 드러냅니다. 이 보편 구원관은 제2이사야서(이사 40─55장)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성경학자들은 추정합니다. 그래서 요나서는 바빌론 유배가 끝나고 상당 기간이 흐른 뒤 제작됐고, 기원전 180년께 최종 편집됐으리라 짐작합니다.

요나서는 4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리고 내용상 세 장면으로 구분됩니다. 성경학자들은 독립적으로 전승돼 오던 이야기가 편집자의 손을 거쳐 보편 구원관에 기초해 일관된 이야기로 재구성했을 것으로 봅니다.

첫째 장면은 ‘하느님의 부르심과 도주 그리고 회개’입니다.(1─2장) 요나가 아시리아의 수도인니네베로 가라는 하느님의 명을 어기고 반대편 땅끝인 타르테소스로 도망치다 큰 물고기에 삼켜져 고통스러운 사흘을 보낸 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주님의 부르심을 재확인합니다.

둘째 장면은 ‘니네베에서의 설교’입니다.(3장) 요나는 니네베로 가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했고, 니네베 사람들은 임금부터 짐승에 이르기까지 모두 단식하며 회개합니다.

셋째 장면은 ‘하느님 자애를 깨우침’입니다.(4장) 요나서의 절정이자 결론 부분으로 하느님께서는 책벌하시려고 하다가도 인간이 회개하면 용서하시는 분임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누구도 예외 없이 당신의 보편적 사랑을 베푸신다는 것을 요나에게 깨우쳐주십니다.

요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신탁 형식으로 전하는 일반 예언서와 달리 요나가 경험한 사건들을 통해 교훈을 전해줍니다. 요나서는 하느님께서 모든 이의 구원을 바라시기에 이방인들에게도 구원은 주어진다고 합니다. 동시에 요나서는 모든 이가 용서를 베푸시는 하느님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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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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