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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은 전멸하고 하느님 정의가 승리하는 때가 온다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66) 하바쿡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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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쿡 예언자는 이방 세력과 남 왕국 유다 여호야킴 임금의 악행을 고발하면서 하느님의 정의가 승리하는 구원의 때가 반드시 도래한다고 예언합니다. 도나텔로, ‘하바쿡 예언자’, 1423~1426년, 피렌체 주교좌 대성당 박물관.




히브리어 ‘하바쿡’은 우리말로 ‘끌어안아 주시는 분’이란 뜻입니다. 이를 음차해 헬라어 구약 성경 「칠십인역」은 ‘ΑμΒακουμ’(함바쿰)으로,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Habacuc’으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하바쿡서’라 표기하고 있습니다.

하바쿡 예언자에 대한 개인 정보는 성경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가 언제 어디서 누구의 아들로 태어났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활동 시기를 추정하는 근거인 임금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다니엘서에 “유다에는 하바쿡 예언자가 있었다”라며 사자 굴에 갇힌 다니엘에게 음식을 전해 주는 인물로 등장합니다.(다니 14,33-39 참조)

다니엘 예언자는 남 왕국 유다 여호야킴 임금 재위 3년 때인 기원전 606년부터 페르시아 키루스 임금 재위 3년 때인 기원전 536년까지 활동했던 인물입니다. 그래서 하바쿡 역시 여호야킴 시대에 활동한 예언자로 추정할 수 있지요. 그러나 히브리어로 쓰인 구약 성경 제1경전 「타낙」에서 예언서가 아닌 ‘성문서’로 분류된 다니엘서는 실제로 다니엘 예언자가 활동하던 때보다 400년 후인 기원전 2세기 셀레우코스 왕조의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4세 때에 저술됐습니다. 따라서 성경학자들은 다니엘서에 서술된 하바쿡 예언자(다니 14,33-39) 내용은 실제 역사 자료가 아니라, 다니엘서 저자가 이미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하바쿡서를 빌려 제2경전에 속한 후대 전승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여깁니다. 이런 이유로 하바쿡서 역시 저술 연대를 정확히 추정하기가 어려운 책입니다.

하지만 성경학자들은 하바쿡서 한 문장에서 하바쿡 예언자가 언제 활동했는지를 냉철하게 찾아냈습니다. 바로 “이제 내가 사납고 격렬한 민족 칼데아인들을 일으키리니 그들은 넓은 세상으로 진군하여 남들이 사는 곳을 차지하리라”(1,6)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칼데아인은 바로 신바빌로니아를 말합니다. 따라서 하바쿡서의 역사 배경은 기원전 7~6세기 고대 근동 지역을 지배하던 아시리아의 세력이 기울고, 신바빌로니아와 이집트가 패권을 다투던 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시리아 세력이 약해지자 기원전 625년 칼데아인 나보폴라샤르가 바빌로니아를 점령하고 아시리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합니다. 그는 메디아의 키악사레스 임금과 연합해 기원전 612년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를 점령합니다. 아시리아가 무너지는 틈을 타 숨죽이고 있던 이집트의 느코 2세(기원전 610~595년) 파라오가 아시리아의 저항군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군사를 일으킵니다.

느코 2세가 이집트 군대를 이끌고 팔레스티나 지역을 가로지르려 하자 남 왕국 유다의 요시야 임금은 이를 저지합니다. 예루살렘 성전과 율법을 중심으로 정치와 종교 개혁을 단행하고 있던 요시야 임금 입장에선 이집트 군대가 순순히 유다 땅을 짓밟고 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집트 군대와 맞붙게 됩니다. 요시야 임금은 기원전 609년 므기또 전투에서 전사하고 맙니다. 그리고 그의 아들 여호아하즈가 왕위를 계승하게 되지요. 여호아하즈는 즉위 3개월 만에 느코 2세 파라오에게 끌려가 폐위된 후 죽음을 맞습니다. 느코 2세는 요시야의 다른 아들 엘야킴을 유다 임금으로 세웁니다. 엘야킴은 ‘여호야킴’으로 이름을 바꾸고 이집트에 조공을 바쳤습니다.

여호야킴(재위 609~598년)은 나약하면서도 무자비한 독재자였습니다.(예레 22,13-19; 36,27-31) 그는 파라오에게 금과 은으로 조공을 바치기 위해 백성들에게 막대한 세금을 부과했습니다.(2열왕 23,35) 그는 스물다섯 살에 임금이 되어, 예루살렘에서 열한 해 동안 다스렸습니다.(2열왕 23,36) 그는 하느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만 했습니다.(2역대 36,5) 그래서 주님께서는 예레미야 예언자를 통해 여호야킴을 단죄합니다. “아무도 그를 위하여 애곡하지 않으리라. …사람들은 노새를 묻듯 그를 묻으리라. 그를 끌어다가 예루살렘 성문 밖에 멀리 내던지리라.”(예레 22, 18-19)

여호야킴은 초기 이집트의 종이 되었다가 신바빌로니아가 쳐들어오자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에게 붙어 3년간 그의 신하가 됩니다. 이후 그는 예레미야 예언자의 말을 듣지 않고 반란을 일으켰다가 기원전 598년 예루살렘을 함락한 네부카드네자르의 군대에 의해 처형되고 맙니다. 그리고 유다인들의 제1차 바빌론 유배가 시작됩니다.(2열왕 24장 참조)

하바쿡서는 총 3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내용상으로는 제1부(1─2장) ‘예언자의 탄원과 하느님의 응답’, 제2부(3장) ‘하느님의 승리를 찬미하는 하바쿡의 노래’로 구분됩니다. 하바쿡서는 다른 예언서처럼 이스라엘 백성의 죄악을 고발하거나 이민족을 향한 심판을 선포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방 세력과 독재자 때문에 고통을 겪는 이스라엘 백성의 입장을 하느님께 탄원하면서 하느님의 답변을 얻고자 합니다.

제1부에서는 여러 세대를 통해 제기된 선과 악의 문제를 다룹니다. 하바쿡은 폭력의 원인이 되는 권력자들의 문제를 지적하고 탄원 형식으로 이들을 강하게 고발합니다. 이에 대해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전멸하고 의인이 승리할 것이라고 응답하십니다. 이에 하바쿡은 하느님의 정의가 승리하는 종말론적인 구원의 때가 반드시 도래할 것을 확신하며 기쁨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자신의 기도를 마무리합니다.

 


리길재 선임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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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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