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친구와 술을 마시다 가게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웠다. 담배를 다 피워갈 때쯤 가로수 밑에 담배꽁초가 가득한 것을 봤다. A씨도 담배꽁초를 가로수 밑에 버렸다.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A씨는 다음날을 생각해 숙취해소 음료를 사서 마셨다. 쓰레기통을 찾던 중 건물 사이 좁은 틈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눈에 띄었다. A씨도 음료수병을 그곳에 두고 떠났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말하기도 쉽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생명 주일을 맞아 우리 모두의 생명을 살리는 작은 실천에 동참했다.
플로깅(plogging)
플로깅은 스웨덴어로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플로카 우프(plocka upp)’ 와 달리기를 뜻하는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다.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했는데 뛰거나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것을 말한다.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을 하는 동시에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줍다’와 ‘조깅’을 합쳐 ‘줍깅’이라 하기도 한다. 국립국어원은 2019년 11월 ‘플로깅’을 대체할 우리말로 ‘쓰담달리기’를 선정한 바 있다.
이번 기획은 한 SNS 게시글로부터 시작됐다. SNS에서 플로깅 관련 게시글을 봤는데 열정 넘치는(?) 신입 기자들과 하기에 좋은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플로깅을 하기 위해서는 쓰레기를 담을 종량제 봉투나 재활용 가능한 에코백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집게를 들거나 장갑을 착용하면 된다. 그래서 20ℓ 종량제 봉투와 장갑을 준비했다. 플로깅 시 쓰레기 줍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잘 버리는 것이다. 분리해서 수거함에 꼼꼼하게 분리 배출하는 것이 플로깅의 취지에 가장 잘 맞는 것이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신입 기자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 ▲ 가로수 밑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하다. 담배꽁초가 틈 사이사이에 끼어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줍기가 쉽지 않다. |
| ▲ 서울 중구청에서 붙인 쓰레기 무단 투기 경고장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주변에는 쓰레기로 가득하다. |
사람들이 떠난 자리
서울 중구 을지로는 ‘힙지로’라고도 불린다. 힙지로는 새롭고 개성이 강하다는 의미의 ‘힙(hip)’과 을지로의 ‘지로’가 합쳐진 말이다. 개성 넘치는 거리 풍경과 다양한 맛집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낮과 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이곳을 찾는다. 을지로3가역을 기준으로 을지로 일대를 돌아봤다.
환경미화원들이 거리를 청소하기 전인 새벽 5시. 을지로3가 12번 출구를 출발하자마자 쓰레기들이 눈에 띄었다. 식당 앞 가로수 밑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좁은 틈 사이사이 담배꽁초들이 끼어 있었다. 도구가 없으면 빼내기도 쉽지 않았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한 눈에도 깨끗하지 못한 거리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담배꽁초는 물론이고 담뱃갑과 전단, 페트병, 일회용 컵, 마스크 등이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건물 사이사이 좁은 틈에도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마치 숨겨놓은 것처럼 쓰레기를 버려둔 모습이었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찾기도 힘들 정도였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붙은 자리 밑에도 쓰레기는 가득했다. 20ℓ 종량제 봉투는 30분이 채 되지 않아 가득찼다. 사람들이 떠난 힙지로에는 쓰레기만이 남았다. 힙지로를 찾는 사람들의 마음은 힙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어지럽히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환경미화원 손영남(서울 중구청 소속)씨는 20년째 환경미화원 일을 하고 있다. 손씨의 하루는 새벽 5시 30분부터 시작한다. 거리 곳곳을 다니며 전날의 흔적들을 지운다. 손씨는 “이 일대에는 음료수병이나 커피 컵 같은 게 많다. 도로 노면청소차가 오면 하루에 100ℓ짜리 3~4개, 오지 않으면 5개까지 쓸 때도 있다”며 “담배꽁초의 경우 쓰레받기로 담는데 2통이 가득 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쓰레기통이 없으면 한군데 모아놓으면 좋은데 여기저기 버리니까 아침에 청소하기가 쉽지 않다”며 “쓰레기통에다 버리거나 분리를 해서 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상임대표 양기석 신부는 “쓰레기를 줍고 줄이려고 하는 노력은 굉장히 바람직하고 또 권장한다”면서도 “동시에 적게 소유하고 쓰레기를 적게 만드는 것에도 좀 더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kg이다. 벨기에(170.9kg), 대만(141.9kg)에 이어 세계 3위다. 우리나라의 생활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18년 323만 톤으로 2009년 188만 톤보다 72 증가했다.
| ▲ 본사 김정아 기자(왼쪽)와 환경미화원 손영남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 ▲ 을지로 일대를 플로깅 한 결과 20리터 종량제 봉투가 가득찼다. 김정아 기자가 종량제 봉투를 들어보이고 있다. |
김정아 기자 소감
플로깅을 하기 전 20ℓ 종량제 봉투가 가득 찰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길가에는 쓰레기가 나뒹굴었고 곳곳에 쓰레기가 있었다. 환경미화원 손영남씨가 ‘시민의식이 아직 멀었다’는 말을 했는데 공감이 되었다. 손씨가 하루 300~400ℓ의 쓰레기를 치운다는 말에 매일 많은 쓰레기가 배출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번에 플로깅을 하면서 매일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했던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 컵을 사용해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소중했던 것은 플로깅이 끝나고 깨끗해진 거리를 마주한 것이었다. 운동도 하고 환경보호도 할 수 있는 플로깅. 많은 분이 함께하면 좋겠다.
지구를 살리는 작은 실천
1. 텀블러(개인 컵), 다회용 컵 사용 생활화하기
2. 장 볼 때는 장바구니(에코백) 사용하기
3. 음식 포장 시 다회용기 사용하기
4. 음식 배달 시 안 쓰는 플라스틱 거절하기
5. 플라스틱 빨대 및 젓는 막대 사용 줄이기
6. 음료 구매 시 무라벨 제품 우선 구매하기
7. 과도하게 포장된 제품 소비 줄이기
8. 포장 안 한 상품으로 구매하기
9. 불필요한 비닐 사용 줄이기
10. 물건 사기 전 꼭 필요한 것인가 고민하기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