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살아가는 자세 안에서 우리가 늘 겸손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으면 또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면, 다른 단체 안에서 교회 모습이 교회답지 못한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때로는 폭력으로 발전하거나 과거의 아픔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사진>는 5월 28일 제주시 아라일동 주교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신축교안이 120년이 지난 과거의 사건이지만 신축교안이 갖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면서 “신축교안을 교회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이정표로 바라봐달라”고 밝혔다.
문 주교는 “신축교안은 120년 전 제주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1876년 조선 개항 후 천주교회가 우리나라의 각 지역으로 들어오면서 천주교와 지역민의 충돌이 많이 있었다”면서 “특히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으로 배를 타고 들어오는 데 몇 개월이 걸렸고, 그만큼 충돌과 희생은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3년 제주교구와 1901년 제주항쟁기념사업회가 발표한 ‘화해와 기념을 위한 미래 선언문’ 이후 신자들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기초적인 작업과 함께 교회는 문화 우월적 자세를 가졌던 점을 반성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선교사들이 갖고 있던 자세는 문화 우월적인 자세였습니다. 제주 문화를 미개하다고 생각하고, 가르치려 했고, 문명화시키려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신축교안 심포지엄은 제주의 문화로부터 인간이 살아가면서 소중히 여겨야 하는 가치들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 주교는 “신축교안은 선교사들을 위한 샘플(교본)이 될 수 있다”며 “당시 프랑스 선교사의 과오를 통해 앞으로 선교지로 향하는 선교사 교육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주교는 “천주교회가 커지는 가운데 교회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교회를 알리는 선교적 방식뿐 아니라 신자들 스스로 먼저 기쁜 소식으로 복음화돼야 한다”며 “이는 우리의 신앙뿐 아니라 이웃과 살아가는 자세 안에서 복음화돼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문 주교는 신축교안 심포지엄(28일)을 시작으로 황사평성지에 마련한 ‘화해의 탑’ 제막식ㆍ신축화해 길 걷기(29일)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며, “이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떠나 역사 안에서 그분들을 통합하고 일치하고, 기억하는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화를 위해 ‘신축항쟁120주년기념사업회(시민사회 단체)’가 발족했다”며, “출범식뿐 아니라 화해와 상생의 굿, 삼의사비(‘종교가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고 권세를 등에 업었을 때 생겨나는 폐단에 교훈적 표석이 될 것’이라는 글로 시작하는 비로, 1901년 신축년 농민항쟁을 이끈 세 장두를 기리는 비석) 앞에서 나름의 화해의 제막식이 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분들의 행사에 우리도 참석해 화해와 상생을 위해 본격적으로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주교는 “화해의 탑을 세운 황사평성지는 신축교안 당시 민군이 제주성에 들어오기 위한 집결지였던 동시에 희생을 당한 천주교 신자들이 잠든 장소”라면서 “추모공간이자 기도하는 공간, 제주민 모두에게 열린 장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주교는 제주도민의 일원이자 제주교구를 대표하는 목자로서 역사 문제를 통해 제주 사회에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그는 제주 4ㆍ3 70주년 특별위원회 위원장, 제주교구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과거에 벌어진 역사 안에는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아픔과 갈등, 서로 이해하지 못한 사건들이 있습니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고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역사에 대한 진실한 추적을 통해 교회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문 주교는 “이 시대에 요청되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신 ‘형제애’”라며 “이는 곧 ‘하느님의 백성다움’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두가 형제라는 인식 안에서 하느님의 시선을 갖는다면, 많은 갈등과 충돌, 고통, 폭력, 전쟁 문제를 하느님 안에서 다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맹현균 기자 maeng@cpbc.co.kr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