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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후 세 차례 회칙 반포를 통해 신앙의 빛 속에 사랑과 관심, 돌봄의 문화로 살아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C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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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일 6개월 만에 재개된 일반 알현 시간에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CNS】 |
보편 교회의 프란치스코 교황호(號)는 8년째 순항 중이다.
지난달로 즉위 3000일을 넘긴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가톨릭 신자 13억 4000만 명의 영적 아버지이자, 공동의 집인 지구촌 78억 인류와 만물을 위하는 가장 선한 리더로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대 이기주의와 민족주의, 경제논리와 부의 양극화, 그리고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잔잔할 날 없는 21세기 풍랑 속에서 교황의 방향타는 늘 자비와 관용, 사랑, 그리고 형제애에 맞춰져 있다. 이는 교황이 지금까지 반포한 회칙(Encyclical)에도 잘 드러나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전까지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은 교황의 강론을 듣기 위해 운집한 15만여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지금도 세계 언론과 국제사회 지도자들은 교황의 발언과 행보에 계속 주목하고 있다. 교황 주일(27일)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반포한 회칙 내용을 통해 교황이 꿈꾸는 지상 ‘하느님 나라’를 다시금 고찰해본다.
신앙, 환경, 사랑 강조한 회칙들「신앙의 빛」(Lumen Fidei),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금까지 3개의 회칙을 반포했다. 회칙은 전 세계 교회를 향해 교황이 발표하는 공식적인 사목교서로, 교리와 규율을 다룬 교황 가르침 가운데 가장 큰 권위를 지닌다. 오늘날 필요한 주요 결정과 사목적 가르침을 담은 교황 회칙은 보편 교회의 사명과 청사진을 내포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 차례 회칙 반포를 통해 신앙의 의미와 생태 환경의 중요성, 그리고 지구 상 인류가 모두 한 형제자매로서 사랑과 우정 속에 연대하며 살자는 뜻을 제시했다. 현 교황이 전하는 최고의 가르침을 담은 회칙은 상호 연결성을 지니며, 그리스도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사랑의 필독서’이기도 하다.
교황 즉위 첫해인 2013년 반포한 회칙 「신앙의 빛」은 우리 마음에서 어느샌가 마치 소용없는 것으로 치부되어버린 신앙의 빛을 다시금 되찾고, 주님의 진리와 연결된 희망을 지닐 것을 역설하고 있다.
신앙은 맹목적인 감정에 이끌리는 행위인가, 아니면 우리의 이성과 동등하게 여겨야 할 이념인가. 교황은 “신앙의 빛은 하느님으로부터 나와야 하며, 신앙은 살아 계신 하느님과의 만남에서 생겨난다”면서 “신앙의 빛은 과거에서 오는 빛이며,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랑, 죽음을 이길 수 있는 사랑을 계시하신 예수님의 삶에 대한 근원적인 기억에서 나오는 빛”이라고 설명한다.
이 회칙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집필을 시작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무리한 공동 작품이다. 2012~2013년 신앙의 해를 맞아 반포된 「신앙의 빛」은 신앙이 나약한 이들의 피난처가 아닌, 가장 빛나는 희망이며 하느님과 일치하는 길임을 다시금 분명히 한 회칙이다.
그 연장선 상에서 2013년 말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을 발표, 가난한 이와 함께하는 삶, 차갑게 닫힌 문을 열어젖히는 교회의 역할에 관해 역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특유의 간결하고도 친근한 문구를 통해 패배주의를 타파하고, 사랑의 혁명을 이루길 요청하고 있다. 교황은 우선 그리스도인들이 가난한 이들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담대한 복음의 선포자로 무장하자고 독려한 것이다.
공동의 집인 지구를 위해2015년 교황의 시각은 지구 전체로 향한다. 교황은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연 만물과 우리는 뗄 수 없는 관계이며, 나아가 생태적 회개를 통해 피조물과 건강하고도 참다운 공존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껏 인류는 전쟁과 산업화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지구 환경의 가치를 등한시해왔다. 욕망의 인류가 경제논리에만 휩싸여 인간 손에 훼손된 자연을 돌보지 못한 죄를 이제라도 반성하고, 피조물을 형제로 여기며 지구 돌봄을 위해 재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경종을 울린 것이다.
쓰고 버리는 문화에서 절제와 재활용의 미덕을,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물과 기후, 동식물을 보호할 권리를 펼쳐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교황은 6장 246항에 이르는 방대한 회칙 안에 공동의 집인 지구 보호자로서 인류가 소비의 악습을 버리고, 하느님 보화를 지키기 위해 투신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찬미받으소서」는 교회 역사상 환경과 생태계만을 주제로 낸 첫 회칙으로, 소비 경제, 환경 불의에 빠진 지구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의 발발로 생태회칙의 가치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으며, 보편 교회는 앞으로 7년 동안 지역 교회 공동체가 돌봄의 문화를 구축하는 구체적인 실천을 펴나갈 계획이다.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들이다교황이 가장 싫어하는 개념들이 있다. ‘무관심의 세계화’, ‘나태한 의식’, ‘세상에 눈이 먼 영혼’, ‘문을 닫은 교회’이다. 교황은 ‘양 냄새 나는 목자’들과 함께 신자의 공동체인 교회가 이웃을 위한 ‘야전병원’이 되어 세상 평화와 공동선을 위해 늘 관심과 열정을 쏟고 사랑을 나누길 촉구한다. 미래를 향한 인류 청사진을 그린 교황 문헌이 바로 2020년 반포한 사회회칙 「모든 형제들」이다.
앞서 신앙을 공고히 하고, 자연 만물을 위하는 마음가짐을 지니기로 다짐했다면, 이제 같은 배를 탄 우리가 하느님의 한 자녀로서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발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교황은 출신, 국적, 인종, 종교라는 관념을 타파하고,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성인들을 닮은 존재들이 되자고 강조했다.
지금껏 우리는 수치심 하나 없이 서로를 공격하고, 참다운 지혜가 빠진 정보를 습관적으로 주고받으며, 어느새 존재를 파괴하는 나르시즘 문화에 익숙해졌다. 버려진 이들, 못 먹고 비참하게 죽어가는 이들의 삶에 손을 내밀지 않고 주님을 따른다고 할 수 없다. 「모든 형제들」은 증오와 무관심으로 변색된 집단 문화를 매우 신랄하게 꼬집은 교황의 문체가 절로 성찰을 이끌어내는 회칙이다.
교황은 지구촌 전체가 대화와 협력, 사랑으로 진정한 형제애를 구축하는 꿈을 실현하자고 촉구한다. 일치가 갈등보다 우월하며, 개별 관심사보다 모두 함께 숭고한 가치를 나누며 이해할 때 사랑의 열매가 맺히는 방법을 자세히 제시해주고 있다.
“사랑은 자비로운 행동의 연속 그 이상이다. 타인에 대한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그들의 삶에서 최고의 것을 찾도록 움직인다. 서로에 대한 이러한 관계를 함양함으로써 우리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사회적 우정과 모두에게 열린 우애를 가능케 할 것이다.”(94항)
이 같은 사랑의 가치가 실현될 때, 지구는 우리가 꿈꾸는 ‘하느님 나라’가 되리라는 것을 교황 회칙이 이미 알려주고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