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1 가톨릭기후행동 회원들이 2021년 11월 6일 ‘기후정의 세계공동행동 도심집회’에 참여해 대학로에서 보신각까지 행진하고 있다. 2 2014년 서울대교구 교구청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 3 2012년 촬영된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 가톨릭평화신문 DB |
가톨릭평화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시대 출범을 앞두고 가톨릭교회가 관심을 두고 있는 사안에 대한 정책 제언을 시리즈로 보도한다. 주제는 생명과 가정, 생태와 기후위기, 복지와 나눔, 평화 등이다. 그동안 윤 당선인이 연설과 자료집 및 인터뷰 등 선거운동을 하면서 어떤 공약을 발표했는지, 또 각각의 사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정리한다. 또 이들 주제에 대해 교회는 어떤 입장인지, 그리고 공약과 다를 경우 현실적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오늘은 두 번째로 ‘생태와 기후위기’ 분야다.
생태와 기후위기 문제는 교회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사안이다.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반포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공동의 집’을 돌봐야 하는 신앙인의 소명을 밝혔다. 이어 교황청은 2020년 5월부터 1년 동안 지구 생태계와 환경을 살리기 위한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를 지낸 뒤, 이후 7년 동안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나서도록 했다.
원자력 발전 비중 30 유지생태와 기후위기와 관련해 윤석열 당선인의 대표적인 공약은 재생 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한 탄소중립 추진이다. 이를 위해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가동 원전의 계속 운전 등 기저전원으로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한미 원자력 협력 관계를 원자력 동맹으로 격상하고, 2030년까지 미국과 공동으로 동구권과 중동을 중심으로 신규원전을 10기 이상 수주해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차세대 기술 원전 및 원자력 수소기술 개발 혁신형 소형모듈원전, 마이크로모듈원전(MMR) 등 차세대 기술원전을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교회의 입장은 “국민의 안전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핵발전은 중단해야 한다”이다. 원자력발전 대신 핵발전이라고 표기할 정도로 교회의 입장은 강경하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교회가 요구한 탈핵 기본법, 원자력진흥법 폐지와 원자력진흥위원회해소, 신규(SMR 포함) 및 수명연장 금지 법제화, 핵발전소 수출 및 핵폐기물 반출 금지(자국 내 처분 명시) 법제화, 재처리 및 관련 연구와 예산 배정 금지 등을 담은 탈핵 법제화에 대해 전면 반대했다.
윤 당선인은 자신의 공약을 강력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15일 울진 산불 피해현장을 찾은 윤 당선인은 “신한울 3·4호기 착공을 가급적 빨리해서 지역에서 많이들 일할 수 있게 해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수정해 원전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지난해 발표한 EU택소노미 초안에서 원전을 녹색산업으로 분류했다. 이런 결정은 택소노미 수정이 ‘원자력발전 유턴’의 필수조건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국, EU 등 서방 주요국도 원전 확대 쪽이다. 미국은 지난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행정명령에서 원전을 무공해 전력으로 명시하고 원전 2기의 설계수명을 기존 60년에서 80년으로 20년 늘렸다. 프랑스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나서 원전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 여론도 윤 당선인 쪽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1일과 2일 MBN의 의뢰로 넥스트리서치가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원전 축소에 동의한 사람은 16.5, 유지 및 확대하자는 의견은 77.6로 압도적으로 원전 찬성이 높았다. 더구나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높아진 상황을 고려하면 원전 건설에 찬성하는 의견이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인 만큼 윤 당선인이 자신의 대표 공약인 원전 관련 정책을 수정하기는 힘들겠지만 교회가 우려하는 점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재생 에너지 비율 확대와 고준위 핵폐기물의 안전하고 올바른 처리방안 마련을 위해 독립적인 핵폐기물 전담 기구 설치와 운영 등은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이 오염수 정화 및 배출계획을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는지, 또 중국 원전 배출물에 대해 우리 국민과 바다가 부당하게 피해를 보지 않는지 상시 감시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석탄발전소 폐쇄 늦어질 가능성 높아기후 위기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임기 내 3분의 1로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노인요양시설에 미세먼지ㆍ바이러스 정화기 설치, 지하철역 등 다중이용시설 실내공기 기준 대폭 강화, 고농도 초미세먼지 경고 12시간 전 발령에서 2일 전 발령으로 변경한다는 공약도 내놨다. 교회는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국내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고, 단일 배출원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석탄발전소 퇴출 연도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2035년까지 현재 운영하고 있는 국내 모든 석탄발전소 폐쇄, 강원도 강릉과 삼척에 건설 중인 4기의 신규 석탄발전소에 대해서도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발전소 폐쇄가 불가피하지만, 우리 국민과 기업, 그리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중장기 전력수급 전망과 대체수단 확보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석탄발전소 폐쇄시기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시기를 못 박지 않은 만큼 석탄발전소 폐쇄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4기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가톨릭교회와 윤 당선인이 현격한 입장 차이가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인 유흥식 대주교가 재외국민 투표 당시 “제20대 대통령이 난민 위기와 기후 변화, 생태 위기 등에 대한 해결책과 빈부격차 해소와 관련해 국제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런 바람대로 가톨릭교회는 윤 당선인이 기후 위기 문제와 관련해 더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개발이 확정된 공항 건설 추진또 교회는 새 공항 건설이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데 큰 방해가 된다고 보고 제주 제2공항, 가덕도신공항, 대구ㆍ경북 통합신공항 등 신공항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개발이 확정된 사업은 개발에 따른 국민편익 증가와 환경훼손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므로, 이를 특별한 사정없이 철회하는 것은 상당한 사회적 갈등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며 반대했다. 특히 가덕도나 대구ㆍ경북 통합신공항은 지역 주민이나 정치권의 요구를 받아들여 결정한 것으로 철회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최소한 유럽처럼 탄소중립 공항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가덕도의 경우 해양 환경 훼손이 우려되는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교회는 이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이밖에 윤 당선인은 탄소중립을 위한 지속 가능한 산림자원 육성, 탄소흡수능력이 높은 우수한 수종 도입, 탄소중립을 위한 국산 목재와 산림 바이오매스 이용 확대, 임도 확충과 경제림 200만ha 조성을 통한 목재 생산과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최근 울진, 삼척 등에서 발생한 산불을 보면 소나무가 화재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수종 변경 등의 공약과 관련해 교회와 큰 이견은 없다. 또 온실가스 저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친환경 농업·생태농업·저탄소 농업으로의 전환, 농식품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GMO 완전표시제를 실현하여 국민의 먹거리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공약도 했다. 교회는 유전자조작식품(GMO) 완전표시제 실시와 학교 급식에서 GMO 식품 퇴출, 저투입 친환경 유기농업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공약과 큰 차이가 없어서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