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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소속 중증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 앞에서 정부의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단순한 탈시설 정책이 아닌 ‘주거시설의 다양화’와 통합돌봄 시스템 구축의 큰 우산 하에서 장애인의 ‘돌봄’과 ‘삶의 질 증진’을 도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
가톨릭평화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시대 출범을 앞두고 가톨릭교회가 관심을 두고 있는 사안에 대한 정책 제언을 시리즈로 보도한다. 주제는 생명과 가정, 생태와 기후위기, 복지와 나눔, 평화 등이다. 그동안 윤 당선인이 연설과 자료집 및 인터뷰 등 선거운동을 하면서 어떤 공약을 발표했는지, 또 각각의 사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정리한다. 또 이들 주제에 대해 교회는 어떤 입장인지, 그리고 공약과 다를 경우 현실적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오늘은 세 번째로 ‘복지와 나눔’이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장애인 돌봄과 삶의 질 증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치가 경제에 종속되거나, 경제가 효율 중심의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에 종속되지 말아야 한다”(「모든 형제들」 117항)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동시에 계층 간 불평등 해소에 정치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코로나19는 계층 간 격차를 더 벌리고 사회적 약자들을 더 어렵게 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귀를 기울여야 하는 대목이다. 윤 당선인은 장애인탈시설, 부동산, 난민 등과 관련해 다양한 공약을 내놨다. 교회가 관심을 두고 있는 사안 중 하나는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이다. 2021년 8월 2일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정부가 발표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유경촌 주교)는 지난해 탈시설 로드맵에 대해 “충분한 지원 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어려움에 놓여 있는 중증발달장애인, 최중증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어려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정책”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발달장애인이 갖는 아픔을 깊이 숙고해 정부가 추진한 ‘탈시설’ 정책이 아니라, 정책 추진과정에서 관련 단체, 관련 기관, 가족 등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주거시설의 다양화’와 통합돌봄 시스템 구축의 큰 우산 하에서 장애인의 ‘돌봄’과 ‘삶의 질 증진’을 도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 ‘주거시설의 다양화’로 로드맵을 재개정할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윤 당선인의 입장은 최근 서울 시내 지하철 곳곳에서 시위를 벌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 연대의 요구에 따라 변경될 여지가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체장애인이 주축인 단체다. 이들은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의 면담에서 장애인 탈시설화를 요구하며 788억 원의 예산 지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규모 사회복지시설에서 사는 최중증 발달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탈시설화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장 김창해 신부는 “윤 당선인은 장애인 탈시설화 문제에 대해 다시 실태를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윤 당선인은 장애인 탈시설화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시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교회도 이런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도록 주의를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난민 체류 관리 중심 정책, 교회와 이견
지난해 12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요 일반 알현에서 “현재 진행 중인 이주민 위기는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인류의 스캔들”이라며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우리나라는 1993년 난민협약을 비준했고, 2012년에 난민법을 제정했지만 여전히 난민 인정률은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교회는 지나치게 높은 심사기준을 낮추고 절차적 권리 보장 등을 통해 난민 인정률을 높일 것을 주장하는 등 보다 전향적인 난민 문제 해결을 요구해 왔다.
이 문제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신속하고 공정한 난민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난민심사제도를 개선하고, 난민위원회를 독립적이고 공정성을 갖춘 상설 심판원(tribunal)에 해당하는 기구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또 난민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강제 송환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 취업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최저생계가 가능하도록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난민의 초기 정착 지원을 위해 생계비 및 주거시설 지원 기준 등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선인의 공약대로 제도와 절차가 개선된다면 난민 인정 및 처우가 개선될 수 있다.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교회는 이민자들이 한국 사회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체류 관리 중심 정책에서 생애주기 포용 정책으로 변화하고, 특히 미등록 이민자 자녀들을 포함한 이민자 청소년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교육권, 체류권, 의료권 보장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이를 대체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교회와 입장이 갈리는 부분이어서 지속적 관심이 요구된다.
개혁적인 부동산 정책, 공약 이행 점검해야
지난 대통령 선거는 부동산이 대선을 결정지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동산 문제는 국민 대부분에게 뜨거운 감자다. 윤 당선인은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불러온 현 정부의 정책은 실패했다고 보고 다양한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주택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고,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해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에 100로 인상될 예정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현 수준인 95로 동결하고, 1주택자에 대한 세율은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인하한다는 공약도 내놨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을 한시적으로 최대 2년간 배제하고, 현재 1~3인 1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율을 단일화하거나 세율 적용 구간을 단순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50만 호의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주거급여 기준이 되는 기준임대료를 100 현실화한다는 약속도 했다. 그동안 교회는 한쪽에서는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부를 축적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내 집 장만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주택이 안정적인 보금자리가 되도록 개혁적인 부동산 정책을 요구했다. 따라서 윤 당선인의 공약이 약속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교회와의 견해 차이 큰 ‘노동 정책’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등 각종 친노조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또 근로시간과 관련해서도 주 52시간 근무제의 예외조항을 마련해 산업 현장과 근로자의 상황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와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다소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교회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요구한 적이 있다. 윤 당선인이 현 정부와 노동 현안과 관련해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점이다.
복지 확대에 관해 다양한 공약 내놔
정부는 2022년 중앙정부 사업이던 노숙인 사업을 지방 이양 사업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교회는 노숙인에 대한 지역적 편차 심화가 가중되어 노숙인 복지 서비스 공백이 우려된다며 전환에 반대했다. 윤 당선인은 “노숙인 복지사업의 지방 이양 결정에 대체로 반대한다”고 밝혀 교회 입장과 같다. 윤 당선인이 기존 정부의 입장과 달리 정책을 변경할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의료 보장성 강화, 국가 책임 보육, 보편적 기초연금 등 복지 확대와 관련해서도 윤 당선인은 다양한 공약을 내놨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지급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30에서 35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재산 소득환산제에 재산 컷오프제를 도입한다고 약속했다. 또 기초생활 수급 가구 중 장애인, 노인, 아동, 근로능력이 없는 가구원을 포함하고 있는 가구에 월 10만 원을 추가 지급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급여액 결정 시 근로 및 사업 소득에 대한 공제를 5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교회도 이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보건부와 복지부 분리
이밖에 윤 당선인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보건부와 복지부의 분리를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현재의 보건복지부는 관료주의적 발상에 의해 설립된 행정조직으로 응급상황과 전문적 대처에 복지의 기능이 보건의료의 걸림돌이 되고 있어 발전적 해체와 설립이 필요하다”며 “세계 최고의 의료수준을 가진 우리나라의 의과학적 지식이 정부정책과 행정에 반영될 수 있는 대혁신과 수술이 필요한 시대적 요구”라고 밝혔다. 가톨릭교회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등 다수의 병원, 그리고 각종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공약인 보건부와 복지부 분리 공약은 가톨릭과도 큰 관련이 있는 만큼 교회가 지속적으로 챙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