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에 만난 사람 (4) 서울 노동사목위 ‘마음돌봄 피정’에 참여한 요양 보호사들
| ▲ 노동사목위원장 김시몬 신부가 요양 보호사들을 위해 발 씻김 예식을 하고 있다. |
| ▲ 파견 미사 후 요양 보호사들과 노동사목위원장 김시몬 신부, 노동사목위원회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멀기도 한 거리. 바로 마음과의 거리다. 가장 잘 아는 것 같지만, 잘 알기 힘든 것이 마음이다. 마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알고 또 제때 돌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김시몬 신부)가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피정의 집에서 요양 보호사들을 대상으로 피정을 진행했다. 사람이면 누구나 마음을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요양 보호사들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신체적, 정서적으로 돌봐야 하기 때문에 정작 자신들의 마음은 제대로 돌볼 겨를이 없다. 어쩌면 누구보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일지 모른다. 3일 요양보호사들을 만났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내 마음의 주인은
피정의 집에 들어서 계단을 올라가니 3층 숙소와 강당을 연결하는 휴식 공간에 요양 보호사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밝은 분위기,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피정 첫날의 어색함을 덜어내고 사이가 좀 더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치유된 마음을 통해 나타나는 원래의 밝은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기자가 인사를 건네자 순간 약간의 어색함이 흘렀지만, 기자가 지나가자 분위기는 다시 밝아졌다.
오전 9시 30분. 피정 이튿날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첫 번째는 등 만들기. 요양 보호사들은 신중하게 꽃 스티커를 골라 하나하나 종이에 붙인 뒤 색연필과 파스텔, 사인펜을 사용해 하얀 바탕을 꾸몄다. 종이에는 어느새 작은 화단이 꾸며졌다. 요양 보호사들은 피정을 통해 느낀 점, 그리고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종이에 옮겼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한단다’, ‘용기를 내어라’. 굳이 이유를 듣지 않아도 어떤 마음인지 느껴졌다.
돌봄을 받다
등 만들기가 끝난 뒤에는 발 씻김 예식이 진행됐다. 돌봄을 제공하기만 했던 요양 보호사들이 돌봄을 받게 되는 순간이었다. 노동사목위원장 김시몬 신부가 요양 보호사들의 발을 씻겨주자 요양 보호사들의 얼굴은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아마도 기쁨과 즐거움, 감사함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요양 보호사들은 자신의 차례가 끝날 때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김시몬 신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발 씻김 예식 후 요양 보호사들은 피정의 마지막 순서인 파견 미사를 봉헌했다. 김시몬 신부는 미사 강론을 통해 요양 보호사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했다. 김 신부는 “나를 사랑해주시는 분이 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기쁨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힘들더라도 나를 사랑해주시는 분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요양 보호사들은 “피정을 통해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한 보답을 해주신 거 같아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이 마음을 갖고 살아가겠다”고 화답했다.
“하느님 믿고 다시 봉사할 것”
요양 보호사 최송미씨(발레리아, 서울 일원동본당)
“제가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못 하고 살았어요. 이제는 사랑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사랑을 가득 담아 눈으로 보고, 만지고, 느끼고, 호흡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송미씨는 3년 차 요양 보호사다. 2019년 자격증을 취득해 2020년부터 요양 보호사 일을 시작했다. “어머니가 연세가 있으셔서 어머니를 모시려고 앞을 내다보고 자격증을 준비했어요.” 최씨는 연로한 어머니를 위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어머니를 위해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어서 일을 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인의 소개로 요양 보호사 일을 하게 됐다. 요양 보호사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상자를 돌보는 일 자체가 힘들기도 했다. 대상자를 돌보는 문제를 두고 대상자 가족과 의견이 충돌하기도 했다. 코로나19속에서 대상자를 돌보기 때문에 감염에 대한 우려로 최씨는 자신을 위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씨는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대상자를 돌보는 일에 온 마음을 다하고 있다.
최씨는 “요양 보호사를 하기 위해서 교육을 받는 만큼 대상자나 가족도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양 보호사가 하는 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다. 그는 그러면서 “곧 출범할 새 정부가 요양 보호사들을 위한 정책적, 제도적 뒷받침을 잘해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번 피정을 통해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이 많이 치유됐어요.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고 이 길이 하느님의 길이라면 하느님을 믿고 한번 가보겠습니다.”
“내 마음 돌보고 더 마음 열려”
요양 보호사 김도희씨(젬마, 서울 문정동본당)
“피정은 저를 다양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정말 행복합니다.”
김도희씨가 요양 보호사 일을 한 것은 14년째. 시아버지를 위해 2009년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 시작이었다. 김씨는 요양원을 다니며 요양 보호사 일을 했다. 하지만 가족의 반대로 요양 보호사 일을 중단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던 중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에 들어가며 3년 전부터 다시 요양 보호사 일을 시작했다. “요양원에서 일할 때는 코로나가 심하지 않아서 느끼지 못했는데 요즘은 코로나도 심하고 저는 외부로 다니니까 저를 통해서 어르신이 감염될까 봐 그게 가장 걱정입니다.” 코로나로 김씨의 행동은 더욱 제약이 걸렸고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더 고단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그러던 중 주보를 통해 요양 보호사 마음 돌봄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접하게 됐다.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내 눈에 띄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행복한 마음으로 신청했고 이번 피정으로 100 만족하고 돌아갑니다.” 김씨는 “피정을 통해 이런 것이 치유라는 생각을 했다”며 “상처와 아픔을 낫게 해주고 저의 마음을 돌볼 수 있는 계기가 돼서 마음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봄노동을 하고 있지만 요양 보호사들도 돌봄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돌봄은 봉사라고 생각해요. 봉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봉사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어야 상대방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송미씨와 김도희씨는 생계를 위해 요양 보호사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요양 보호사 일을 해야만 하는 이들도 있다. 편견과 무시로 지금도 고통을 겪는 요양 보호사들도 적지 않다. 우리도 언젠가는 가족을 다른 이의 손에 맡겨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도 다른 이의 돌봄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9년도 장기요양 실태조사’를 보면 2019년 기준 요양보호사의 월 평균 임금은 107.6만 원이다. 비난, 고함, 욕설을 듣기도 하고 신체적 위협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