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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천본당 관할 정금공소 신축 현장에서 손수 공소를 짓고 있는 정의준 주임 신부(왼쪽 세번째)와 신자들이 한데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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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완공을 앞둔 정금공소에서 매일 봉사하며 힘을 보태온 본당 신자들이 외벽 퍼팅 작업을 하고 있다. |
성전은 하느님의 지상 거주지이며, 주님을 흠숭하는 거룩한 공간이다. 그리스도인은 매일, 그리고 매주 성전을 찾아 생명의 빵이신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고, 영적 목마름을 채운다.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오랜 세월 수 대에 걸쳐 신앙을 지켜온 신자들의 보금자리인 원주교구 우천본당과 신축 완공을 앞둔 정금공소를 찾았다. 소박하고도 깊은 신앙 속에서 사제와 신자들은 공소 신축에 힘을 쏟고 있었다. 이들은 곧 우천본당의 성전 신축을 위해서도 박차를 가하며 공동체 부활의 희망을 꿈꾸고 있다.
사제와 신자들이 함께 짓는 정금공소‘쿵쾅쿵쾅’
안온한 봄바람이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지난 1일. 실개천을 따라 흐르는 냇물 위로 지저귀는 새소리가 한적함을 선사하는 이곳에 요란한 망치질 소리가 정적을 깨고 있었다.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정금리 906-1의 아름드리 동산에 자리한 우천본당 관할 정금공소 신축 현장이다.
주변을 둘러싼 울창한 소나무와 어우러진 초록빛 정금공소가 부활을 준비하며 새 단장 중이다. 작고 아담했지만, 노후화됐던 기존 공소에서 탈바꿈한 공소가 신자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1900년대 이전부터 이어져 온 100년 넘은 신앙을 간직한 공소가 새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속세에서 영적 공간으로 넘어가듯 공소를 들어서자마자 망치 소리의 진원지를 찾았다.
희뿌연 흙먼지를 뒤집어쓴 인부(?)가 공소 주방이 될 공간에서 분주히 타일을 부착하고 있다. 우천본당 주임 정의준 신부다. 로만 칼라 대신 손때 묻은 공구띠를 허리에 둘러맨 채 작업에 열중하던 정 신부는 육중한 기계로 목재를 뚝딱 켜내고, 무거운 타일을 종이 오리듯 잘라 알맞게 부착했다. 리프트 기계를 타고 공소 지붕에 올라 기왓장을 한장 한장 얹은 이도 정 신부다. 본당 사목자임에도 공소 건축 설계자요, 총감독으로 매일 캄캄한 늦은 저녁때까지 손수 공소를 짓고 있다. 벌써 7개월째다.
“5월이면 완공인데, 이제 한창 막바지 작업 중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일하며 사는 존재인데, 사제가 집 짓는다고 뭐 특별합니까. 하하.”
새로 지어진 정금공소는 입구를 중심으로 왼편에는 아늑한 성전이, 오른편에는 사무실과 식당 등을 갖춰 누구나 와서 주님과 만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지어졌다. 교구에서도 ‘건축하는 사제’로 잘 알려진 정 신부는 좋아하는 목공 일을 발전시켜 그 재능을 주님 성전을 짓는 데에 매진해왔다. 정 신부는 “주님께서 제게 건축하는 일을 타고난 재주로 주신 것 같다”며 “이 재능을 주님께 봉헌하고, 신자들이 편히 와서 미사에 참여하도록 하는 데에 주안점을 둔 것밖에 없다”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본당 신자들도 사제와 호흡을 맞춰 연신 힘을 보태왔다. 공소 신자들을 위해 본당 신자들이 매일 재능 기부를 펼쳐온 것이다. 이날도 남성 신자 여럿이 능숙한 솜씨로 외벽 퍼팅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사제와 함께 공소를 짓는 이들의 손길이 정성스럽기까지 했다.
박강주(바르톨로메오, 75)씨는 “그저 예수님만 생각하면서 공사에 임하시는 신부님을 도왔다”며 “공소에서 신자들이 기도하실 모습을 생각하니 덩달아 기쁘다. 올해는 특별한 부활 시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민병국(율리아노, 81) 정금공소 회장은 “100년 넘은 공소가 이렇게나 멋지게 지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신부님과 본당 교우들께 그저 감사할 따름이며, 공사가 끝나면 가가호호 다니면서 공소에 오도록 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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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준 신부와 신자들이 리프트를 타고 지붕에 올라 정금공소 건축을 하고 있다. 우천본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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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천본당 신자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미사에 참여하는 모습. 신자 모두가 공소 건립에 이어, 새 성전 건립도 희망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다시 새 성전 건립의 희망으로우천본당은 본래 7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공소였다. 강원 지역의 뿌리인 풍수원본당에 이어, 횡성본당 공소였던 우천본당은 6ㆍ25 전쟁 이전부터 이곳에 모인 교우들이 하나둘 모여 신앙을 지키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1948년 양적리와 두곡리 등지를 거쳐 1994년 지금의 횡성군 우천면 우항리에 자리 잡았다. 수많은 이들의 헌신과 신심으로 지켜온 우천공소는 2017년 준본당으로, 2020년 본당으로 승격했다.
한적한 대로변에서 벗어나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골목길 사이로 우천성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고요한 우천면 한복판을 거룩한 주님의 자리로 지켜온 성당은 여느 가정집 같은 아담한 모습이다. 정겨운 나무문을 밀고 들어가면 성모상이 신자들을 맞이한다. 60석 규모 성당 옆에 경로당을 매입해 교육관으로 개조한 공간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우천본당 교적 신자 수는 450여 명(정금공소 150여 명 포함). 구교우 집안이 많고, 70대 어르신들이 복사를 서면서 하느님을 만나고 있다. 도시에 사는 자녀들이 “코로나 위험하니까 성당에 가지 마세요”라고 해도 미사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공동체를 이루는 곳이다.
그러나 성전 공간이 넉넉하지 못해 요즘 같은 때에 간이 의자를 두고, 오르간을 치워도 다 앉기 어렵다. 일부 신자들은 교육관에서 소리만 들으며 미사에 참여한다. 사무실이 없어 유아방을 분할해 쓰고 있다. 교육관 방들도 많은 신자가 활용하기엔 어려움이 크다.
신자들은 10년 넘게 새 성전 건립의 뜻을 품고 기금을 모아왔다. 본당들을 다니며 기금 마련을 해오고 있으며, 사목위원들은 알맞은 성전 부지들도 물색해놨다. 그러다 지난해 그간 모아온 정성 약 3억 5000만 원을 더 오래되고, 신축이 필요한 정금공소에 모두 투입하게 됐다. 공소 신자들을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은 본당 신자들의 마음과 사목자의 뜻이 합쳐진 결과다. 조만간 공소가 완공되면, 본당 건립을 위한 노력을 다시 이어갈 예정이다.
송태영(토마, 71)씨는 “5대가 이곳 우천본당에서 신앙을 이어오고 있고, 손주들은 내년쯤 유아세례를 받으며 신앙 대물림을 이어가게 될 것 같다”면서 “모두가 기도하는 본당 건립이 주님 뜻대로 잘 이뤄져 신앙이 잘 전수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유병호(안드레아, 70) 사목회장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신앙을 본받고 자란 저희 교우들은 오랫동안 염원해온 새 성전 건립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물심양면 노력하고 있다”며 “저희의 간절한 기도가 이뤄지도록 많은 분께서 기도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성전 건립 기금 후원 : 351-0970-9966-13, 농협, 천주교 원주교구 유지재단. 후원 문의 : 033-343-7781, 원주교구 우천본당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