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이임 감사 미사 봉헌하는 제3대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
| ▲ 이임에 앞서 인터뷰를 통해 “하느님의 시간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주님의 가르침을 전하며 조용히 작은 사랑을 실천하며 살고 싶다”고 희망하는 장봉훈 주교. |
오는 23일, 제3대 청주교구장 장봉훈(가브리엘, 75) 주교가 교구장직을 떠난다. 1976년 5월 사제품을 받고 45년 11개월, 1999년부터 교구장 주교로 22년 9개월을 살고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임을 앞두고 8일 교구 공동사제관 최양업관에서 만난 장 주교는 “대과 없이 교구장직을 내려놓게 돼 참으로 기쁘고 너무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3년에 가까운 긴 세월, 교구장으로 사는 동안 교구 신자 여러분께서 저를 위해 너무도 많은 기도를 바쳐 주셨습니다. 그 기도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고, 부족한 제가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소명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교구 신자 여러분 모두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아울러 사목 협력자였던 교구 사제단에도 장 주교는 감사 인사를 남겼다.
기도하고 협력해 주신 교구 공동체에 감사
“학덕이 부족한 교구장과 함께 23년을 사시느라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선배 신부님들께는 특별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선배 신부님들께서는 제가 교구장이 된 이후 든든한 성채이자 울타리가 돼 주셨습니다. 형제애가 가득한 사제단의 일치, 교구장으로서 그보다 더 고마운 게 없었습니다.”
이렇게 교구 공동체에 감사를 전한 장봉훈 주교의 교구장 재임 기간은 ‘시노드 교회’를 향한 여정이었다. 1999년 8월 제3대 교구장으로 착좌한 지 5년 만인 2004년 교구 시노드를 개막, 선교와 청소년, 가정을 의제로 친교와 나눔의 공동체 건설에 나섰다. 4년여 나눔과 경청과 식별의 여정을 거쳐 2008년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시노드 폐막 미사를 통해 사목교서 「주님과 함께 ‘이웃으로 세계로’(마태 28,19-20)」를 반포했고, 이후 12년간 사목교서(최종문헌) 후속 실천을 통해 시노드 교회를 실현해 나갔다.
장 주교는 “‘교구 비전 2050’을 통해 2009년부터 2020년까지 12년간 4개년 계획으로 나눠 3차에 걸쳐 교구 신자 20만 명 시대를 열고 새 영세자와 주일미사 참여자를 50씩 늘린다는 목표를 실천하면서 교구 쇄신과 도약의 기본 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 덕에 제가 교구장으로 취임하기 직전인 1998년에 11만 3290명(복음화율 8.28)이던 교구 교세는 2021년 말 현재 17만 2761명(11.7)으로 증가, 52.49나 늘어났다”며 “복음화율 11.7는 서울대교구, 제주교구에 이어 한국 교회에서 세 번째로 높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2020년 1월,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사는커녕 예비신자 교리도, 반모임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홍수에 모든 게 쓸려가 버린 듯 황폐화됐고, 공든 탑이 무너져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렇지만 장 주교는 최양업 신부의 모범에서 시노드 교회, 친교와 나눔의 공동체로 가기 위한 답을 찾는다.
최양업 신부의 ‘찾아가는 사목’ 본받아야
“코로나19라는 대전환의 시대가 너무도 갑자기 찾아왔잖아요. 사람들이 만남을 싫어하고 거부하는 게 생활화되는 듯해요. 이런 상황에서 교회 역할은 뭘까요? 저는 최양업 신부님의 ‘찾아가는 사목’이 열쇠라고 봅니다. 박해 시대는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보다 더 어려웠어요. 포졸의 눈을 피해 산간벽지에 숨어 있는 신자들을 목숨 걸고 찾아다닌 최 신부님의 사목은 코로나 시대의 사목적 어려움을 푸는 관건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장 주교는 최 신부의 시복이 이뤄지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2016년 4월 22일 교황청 시성성 7인 의학자문위원회 기적심사에서 기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정말 잠도 못 잤고, 밥맛도 없어 식사도 못 했어요. 너무 큰 충격이었고, 실망이었어요. 왜냐하면 전 하느님께서 제 임기 중에 틀림없이 최양업 신부님께서 시복되는 영광을 주실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장 주교는 기도 안에서 하느님의 계획을 찾았다. “2021년은 최양업 신부님에게 개인적으로 뜻깊은 해였지만, 최 신부님 개인 한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춘 거라면, 2031년 조선대목구 설정 200주년은 한국교회 전체의 기쁨의 해이기에 그때 하느님께서 최 신부님 시복시성의 영광을 드러내시려는 것 같다”고 장 주교는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청주교구하면, 맨 먼저 가정과 생명운동을 떠올릴 정도로 ‘가정사목’에 치중한 것도 장 주교의 사목적 지향 때문이었다.
생명운동 활성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
장 주교는 “한국 사회의 상황을 보면, 가정사목이든 생명운동이든 한 걸음도 뗄 수가 없다”면서 “그럼에도 가정과 생명운동을 하게 된 것은 그게 하느님 일이고 생명보다 더 귀한 건 없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래서 낙태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 20년간 이어진 교구 생명의 밤 행사와 세 자녀 가정에 대한 출산장려금 50만 원 지원, 교구 새생명지원센터 설립과 운영, 생명학교를 통한 생명활동가 800여 명 양성, 주교회의 생명31운동본부 출범 등을 통해 생명운동을 활성화하는 데 이바지했다. 물론 생명운동의 결과는 보이지 않았지만, 장 주교는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고 생명 수호에 나선 여정이었다”고 돌아봤다.
가정과 생명 수호운동과 더불어 청소년사목도 장 주교의 주된 관심 분야였다. 1998년 교구 설정 40주년을 맞아 개교한 국내 첫 대안교육 특성화 고교인 양업고를 명문 대안학교로 키워냈고, 1958년 교구청이 시작됐던 터전에 가톨릭청소년센터를 건립해 허물어져 가는 청소년사목을 다시 시작하는 구심점이자 본거지로 삼았으며, 매괴여고도 남녀 공학으로 전환하고 인성교육의 장으로 만들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영접 큰 기쁨
교구장 재임 시절에 가장 기쁘고 보람이 컸던 일을 묻자 장 주교는 세 가지를 꼽았다. 가장 기뻤던 것은 2016년 4월 26일 교황청 시성성 교령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하느님의 종 최양업 신부를 가경자로 선포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2018년 10월 4일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 초대 주임인 임 가밀로 신부의 고향 루르드 성지의 899.17㎡ 규모 성모 동굴을 그대로 스캔해 그 중심부만 275.85㎡ 크기로 축소한 뒤 감곡 매괴동산 성모광장에 재현한 성모동굴 제대에서 100차 감곡 성체 현양 미사를 집전하는 기쁨을 누린 것을 꼽았다. 세 번째로는 2014년 8월 16일 꽃동네에서 청주교구를 사목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영접하고 모셨던 기쁨을 들고, “우리 교구같이 작은 교구에서 교황님을 맞아들이고 함께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은 앞으로 전무후무할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은퇴 후 계획을 묻자 장 주교는 “걷는 게 제일 좋다고 하니, 날마다 최양업관 인근 공원을 걷고 싶고, 또 하느님의 시간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주님의 가르침을 전하면서 작은 사람으로, 조용히 작은 사랑을 실천하며 살고 싶다”고 희망했다. 장 주교는 또 “행복의 열쇠는 서로 사랑하는 것, 조건 없이 용서하는 삶을 사는 데 있다”면서 “두 열쇠를 잘 간직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면서 모두 행복하시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장 주교의 교구장 이임 감사 미사는 23일 오전 10시 교구 내덕동 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