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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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길과 도시락 기다리는 이웃들 생각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본당으로 돌아가자 - 본당 봉사활동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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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계양업본당 프란치스코회 회장 문정란씨가 이금자(마리아) 할머니에게 도시락을 건넨 뒤 안부를 묻고 있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에 있는 꽃은 늦게 핀다. 꽃이 늦게 피는 가장 큰 이유는 햇빛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관심에 있다. 햇빛을 받아 화사하게 핀 꽃처럼 눈에 잘 띄지 않아 외면받기 때문이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햇빛을 보게 하고 적당한 물과 영양분을 줘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 신앙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이다. 늦게 피는 꽃을 마침내 피웠을 때 느끼는 아름다움은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이다.

부활 제2주일은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어려운 이들과 함께해 온 본당들을 소개한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서울대교구 중계양업본당(주임 강문석 신부)

“안녕하세요~저 왔어요.” 찬 바람이 봄을 시샘하던 14일.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는 백사마을(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104번지)을 찾은 중계양업본당 프란치스코회 회장 문정란(데레사)씨의 밝고 경쾌한 목소리가 고요한 달동네의 적막을 깼다. “아이고~오늘은 빨리 오셨네요.” 반가운 사람이 온 것을 알고 한 주민이 문씨를 기쁘게 맞이했다. 문씨를 본 그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문씨가 그에게 도시락을 건네며 말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어요. 감기 조심하시고요.” 문씨가 건넨 것은 단순히 도시락이 아니라 그에 대한 진심이었다. “다음 주에 봬요.” 그는 문씨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문씨가 백사마을을 방문하는 날은 일주일에 한 번, 매주 목요일이다. 중계양업본당 프란치스코회의 도시락 배달봉사 날이다. 백사마을로 배달되는 도시락은 본당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다. 빈 도시락 가방을 성당 입구에 두면 신자들이 원하는 만큼 가져간다. 따뜻한 밥과 반찬, 그리고 국까지. 신자들이 자신의 집에서 각자 도시락을 준비해오기 때문에 반찬은 모두 다르다. 혹시나 음식이 식을까 봐 도시락은 모두 당일 아침에 준비한다. “바람도 불고 추워서 어떡해요.” 도시락을 가지고 온 한 신자가 프란치스코회 회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가 건넨 인사에는 도시락은 준비했지만, 같이 가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담겼다. “괜찮아요. 너무 감사합니다.” 프란치스코회 회원들이 감사 인사로 화답하며 그의 따뜻한 마음을 받았다. 14일 오전 성당 입구에는 도시락과 함께 신자들의 따뜻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였다.

중계양업본당은 20년 넘게 백사마을 어려운 이웃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한때 도시락 배달봉사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본당은 이내 도시락 배달봉사를 재개했다. “어르신들이 대부분 고령이다 보니까 저희로 인한 감염에 대한 우려가 있었어요. 그래서 중단했었는데 어르신들이 도시락보다 저희를 기다리시니까 어르신들을 뵙자는 마음으로 재개했어요. 신부님께서도 어르신들이 식사는 꼭 하셔야 한다고 하셨고요.” 문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할 때도 도시락 배달봉사를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니 멈출 수가 없었다.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라서 우리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코로나지만 중단할 수가 없었어요.”

백사마을로 배달되는 도시락은 10여 년 전 50여 개에서 지금은 7개로 줄었다. 재개발로 인해 주민 대부분이 이주한 데다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계양업본당의 도시락 배달봉사는 계속된다. “백사마을이 없어지기 전까지는 계속 해야죠. 언젠가 없어지면 그때는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문씨는 “봉사는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봉사는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함께 해서 이 기쁨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어요.”





대구대교구 임고본당(주임 김충 신부)

“아저씨요~우리 집에 보일러가 고장났니더.”

“할배요~쪼매 기다리소. 금방 가니더.”

김씨 할아버지 집에 보일러가 고장이 났다. 4월이지만 아직 큰 일교차 탓에 아침저녁으로는 난방이 필요하다. 보일러를 빨리 고치지 않으면 김씨 할아버지가 추위에 떨어야 한다는 생각에 임고본당 사랑나눔봉사단 회원들이 급히 장비를 챙겨 김씨 할아버지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방안에 한기가 돌았다. 회원들이 보일러를 뜯어 고장이 난 원인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일러와 씨름하기를 십여 분. 보일러가 고장이 난 원인을 파악해 마침내 수리를 마쳤다. 방안에는 다시 온기가 돌았고 수도에서는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졌다.

임고본당 사랑나눔봉사단이 발족한 것은 3월 13일. 어려운 이웃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임고본당 신자들이 나섰다. 사랑나눔봉사단의 시작은 이종섭(재무회장)씨로부터 사실상 시작됐다.

“대구에서 관련 일을 했었거든요. 언젠가는 시골에 가서 봉사하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혼자서 시작을 하려고 면사무소를 찾아갔는데 본당 신부님께서 그 사실을 아시고 마음이 있는 신자들과 함께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셔서 그렇게 시작하게 됐죠.”

사랑나눔봉사단은 회원 25명이 함께 하고 있다. 정해진 활동 시간은 없다. 요청을 받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 회원들은 전기, 설비, 건축 등 관련 분야에 기술을 갖고 있다.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나눈다. 대상은 본당 관할 구역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임고면사무소에 그 사실을 알리면 임고면사무소에서 사랑나눔봉사단에 연락해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신자, 비신자 가리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 모두가 대상이다. 수고비도 받지 않는다. 다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수고비를 줄 경우에는 수고비를 따로 모아뒀다가 또 다른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한다.

임고본당은 폐지와 고철 모으는 운동도 하고 있다. 폐지와 고철을 팔아 다른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자원재활용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도 있다.

“봉사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봉사하려고 하는 겁니다. 봉사하고 나면 오히려 얻고 오는 것이 많습니다.” 이씨는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분들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봉사에 참여해 함께 하니 좋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런 활동들이 활성화돼서 지역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까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자가 아닌 분들에게도 알려져서 선교 역할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것이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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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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