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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가족’ 반려동물 사랑하는 마음으로 ‘좋은 수의사’ 다짐

[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23) 수의사 김재영 클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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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영씨가 강아지 눈에 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고 있다.

 

 


김재영(클라라)씨는 서울대에서 수의사로 근무하다 미국 유학을 떠났다. 여러 시험을 통과해 다시 수의대생으로 돌아간 그녀는 현재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 소속 동물병원 수의 종양학과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특히 종양이 의심되는 동물을 진단하고, 가장 좋은 치료법을 제공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 치료도 수술적 제거,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그리고 면역 치료까지 다양한 방법이 있다. 여러 측면을 고려하여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때로는 죽음까지 남은 시간이 짧을지라도, 마지막까지 보호자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기도 한다.





▶수의사의 길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많은 수의사와 비슷하지만, 저도 어릴 때부터 병아리, 물고기, 거북이, 토끼 등 항상 동물과 같이 컸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는 부모님을 오랜 시간 설득해서 강아지 ‘또또’를 입양했어요. 입양하러 가던 그 길에 동생과 강아지 이름을 지으며, 아빠 차에서 얼마나 들떴는지 몰라요. 20년이 지났지만, 기억이 생생해요. 부모님께 “모든 건 동생과 둘이 알아서 하겠다”고 큰소리치고 허락받았지만, 결국 엄마가 고생을 많이 하셨죠.(웃음) 또또는 20년 가까이 가족처럼 지내다 세상을 떠났어요. 저는 반려동물들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의미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됐어요.

 

 

 

 

 

 
▲ 김재영씨(왼쪽)와 20년을 함께 한 반려견 또또, 동생 재희씨.

 

 


▶수의사 일을 하면서 가장 특별한 체험이 있다면?

모든 직업이 그렇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보람과 좌절을 번갈아 느껴요. 작년에 밤샘 근무를 하던 어느 날 밤, 12년생 골든 리트리버가 심한 경련을 하면서 응급실로 실려 들어왔어요. 저는 응급처치 후 약물로 경련을 진정시키고, 보호자를 만나러 진료실로 들어갔죠. 백발의 60대 신사분이 손을 덜덜 떠시며 저를 기다리셨어요. 하루 전에도 멀쩡했는데 저녁부터 새벽까지 네 번의 경련을 해서 응급실로 1시간 정도 운전해서 왔다고 하셨어요. 그분의 헝클어진 옷가지와 군데군데 묻은 강아지의 타액 흔적을 보면서 얼마나 놀라셨을까 상상이 갔어요. 저는 그분을 우선 진정시켜드리고, 가장 의심이 되는 질병을 이야기하고 어떤 검사를 해야 하는지 알려드리고 입원을 권유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분은 재정적인 여건이 안 돼서 항경련제만 처방받고 반려견을 데리고 가셨어요. 다음 날 아침 다시 그 강아지의 이름이 응급실 보드에 떴는데 걱정했던 대로 경련이 계속되었어요. 백발의 노신사는 힘겹게 안락사를 선택하셨어요. 그러면서, 지갑에서 꼬깃꼬깃한 사진 한 장을 꺼내어 제게 건네주셨어요. 그분과 강아지가 함께 오토바이에 타고 있는 멋진 모습이었어요. 그리고 반려견은 정말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게 도와준 자신에게 둘도 없는 친구였다고 하시며 옳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어요. 그분은 제게 그 사진을 간직해달라시며, 지금처럼 좋은 수의사가 되어달라고 당부했어요. 저는 추억의 사진이라 극구 사양했지만 결국 제 손에 쥐여 주시고 떠나셨어요. 그 사진은 지금도 집의 한쪽에 항상 보이도록 걸려있죠. 일이 힘든 날에도 좋은 수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하게 해줘요.



▶외국에서 공부하며 스트레스가 특히 많을 텐데 어떻게 해소하나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은 아니지만,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친구들과 이야기하거나 공원을 걷는 편입니다. 주말 아침에 시간이 날 때면 악어가 사는 공원에 가서 악어를 찾아보고, 공원에 있는 여러 종류의 새들을 보며 산책을 한 바퀴 하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인 것 같아요. 저는 그냥 동물이 좋아요.

 

 

 

 

 

 

 

 

 
▲ 김재영씨는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 소속 동물병원 수의 종양학과 인턴으로 근무 중이다. 김씨(앞줄 맨왼쪽)와 종양학과팀 동료들.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에게 혹시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저도 아직 제 길을 찾아가는 중이라 조언을 할 처지는 아니에요. 그래도 한 가지가 있다면 본인이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일찍 찾아서 용기 있게 밀고 나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자신의 인생에 후회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요. 너무 자신에게 혹독하지 말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다독이면서 열심히 같이 살아내자고 응원하고 싶어요.



▶가장 즐겨하는 기도는 무엇인가요?

제가 있는 미국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많은 분이 세상을 떠나셨고, 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분이 너무 많아요. 모두가 편안하고,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길 바라는 기도를 자주 하는 것 같아요. 모두가 힘든 세상이니까요. 한국을 떠난 지도 수년이 되다 보니, 부모님, 동생 그리고 가족의 건강을 바라는 기도는 매일 저녁 하게 돼요. 특히 수술 등을 앞두고는 저도 모르게 화살기도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급할 때 의지할 곳은 하느님뿐이니까요.



▶‘가톨릭 청년성서모임’에서의 체험에 대해 알려주시면?

성당 언니의 추천으로 서울대 성서모임에 나갔어요. 고민이 많던 시절이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저녁 시간에 작은 성서모임 방에서 만나, 성서 공부와 기도도 함께하고 또래 친구들과 이런저런 고민 이야기도 많이 했었어요. 각자의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이 몇 시간이 되고 끝내 서울대입구역 치킨집에서 모임이 이어지곤 했죠.(웃음) 성서 공부와 창세기, 탈출기 연수는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모태 신앙이었지만, 성당을 다닐 줄만 알았지 기도하는 법은 알지 못했거든요. 연수를 통해서 일상에서 기도하는 방법을 배웠고, 함께 모여 기도하는 것의 즐거움도 깨닫게 되었어요. 당시에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기도하는 법을 배우고 나름 담대하게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한국에 돌아오면 어떤 일을 주로 하고 싶나요?

여기서도 매일 고민하고 치열하게 사는 중이라 한국에 돌아가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아직 잘은 모르겠어요. 다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서, 제가 학생 때 배울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한 결핍이 컸었는데, 저랑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에게 어떤 방법으로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반려동물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인식에서 큰 차이가 있나요?

현재는 미국과 한국의 반려견, 반려묘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크게 없어요. 그래서 수의사들의 책임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한 생명체를 받아들일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예요. 동물의 수명이 10~15년 정도인데 그 기간을 책임지는 게 쉽지는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나이가 많아졌다고, 병들었다고 모른 척 등을 돌릴 수 있는 존재는 아니죠.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가장 중요해요.





그녀의 꿈은 항상 바뀌었다. 어릴 때 아버지 연구실에 가면 과학자가 되고 싶었고, 할아버지 약국에서 놀 때는 약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탑골공원 할아버지들과 대화도 하시고 도움을 주시는 모습이 멋져 보였기 때문이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약국은 많은 분이 와서 휴식하는 쉼터로 내어주셨다. 낙원동을 지날 때면, 인자하게 웃고 계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자신도 무슨 일을 하든 할아버지처럼 주변에 따뜻함을 전하고 싶은 것이 그녀의 소박한 꿈이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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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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