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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9년, 낮은 곳 향한 쇄신과 연대 행보

프란치스코 교황이 걸어온 쇄신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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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0년 1월 23일 한국인 유학생 김나영(심포로사)씨에게 평신도 직무 가운데 독서 직무를 수여하고 있다. 【바티칸 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지 올해로 9년을 맞았다. 지난 9년간 교황은 변화와 쇄신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왔다. 낡은 제도를 고쳤고, 쇄신의 큰 축이었던 교황청 구조 개혁도 이뤄냈다. 교황은 교회를 향해 성직주의에서 벗어나 “거리로 나가라”고 끊임없이 외쳐왔다. 변방의 교회를 찾아다녔고, 차별받고 소외된 이웃들을 앞서서 챙겼다. 그러면서 하느님 백성 모두가 함께 걸어가도록 교회를 이끌어 왔다. 26일 교황 주일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 9년의 발자취를 돌아본다.



하느님 백성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 시대를 살아온 지 9년이다. 파격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그의 행보는 이젠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그는 교황 즉위 이후 주례하는 첫 ‘발씻김 예식’을 교도소에서 거행했다. 10~20대 재소자들의 발에 입을 맞추기 위해 70대 교황은 기꺼이 무릎을 꿇었다. 여자 재소자도 있었고, 이슬람 신자도 있었다. 「로마 미사 경본」에 따르면 발씻김 예식엔 ‘남자’를 선발하게 돼 있다. 이후 교황은 발씻김 예식 전례를 수정, 남자 신자만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을 선발하도록 했다. 특정 계층이나 신분에 속한 이들이 아니라 평신도와 성직자, 기혼자와 독신자와 봉헌된 이, 건강한 이와 병든 이, 어린이와 청년과 노인을 두루 포함하기를 요청했다.

교황은 성직자 중심의 교회 전례와 의사결정 구조에도 변화를 꾀했다. 하느님 백성과 함께하는 교회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추기경과 주교 등 고위 성직자에게만 주어지던 자리에 수녀와 여자 평신도를 하나둘씩 임명하더니, 올해 3월 교황청 구조개혁을 담은 교황령을 반포해 교황청 모든 부서 최고 책임자에 세례받은 신자 누구든 임명될 수 있도록 했다. 교황은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에서 “교황과 주교, 서품받은 성직자들만이 교회의 복음 전파자는 아니다”며 “평신도도 교황청 조직에서 역할과 책임을 맡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앞서 2021년 1월에는 남자 평신도만 참여가 가능했던 독서직과 시종직을 여자 평신도도 참여할 수 있도록 교회법을 개정했다. 평신도 교리 교사 직무를 제정하고 미사 중에 남녀 평신도 16명에게 독서직과 교리 교사 직무를 공식 수여하기도 했다.


▲ 교황은 2018년 제2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노숙인들을 교황청으로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CNS】



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 선택


교황이 어디를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 지엔 늘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그는 자신의 생일 때마다 노숙자들을 초대해 식사를 같이 했다. 사목 방문지에선 어김없이 난민과 이주민을 만났다. 교도소, 고아원, 양로원을 방문해 세상 사람들에게 가난과 소외, 무관심과 차별로 고통받는 이웃들의 존재를 환기시켰다. 늙은 노숙인이 거리에서 숨진 채 발견돼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세태를 한탄하며 목소리를 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줬다.

교황은 2015년 자비의 특별 희년(2015년 12월 8일~2016년 11월 20일)을 선포하며 가톨릭 교회가 하느님 자비를 실천하며 살기를 독려했다. 그는 “교회는 오랫동안 자비의 길을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 잊고 있었다”며 자비의 희년이 굶주리고 목마르고 헐벗은 이웃을 돌보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했다. 자비의 특별 희년은 ‘세계 가난한 이의 날’ 제정으로 이어졌다. 교황은 “전 세계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가장 작은 이들과 가장 가난한 이들에 대한 그리스도 사랑의 훌륭한 징표가 되기를 바란다”며 2017년부터 연중 제33주일에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지내도록 했다.

매년 세계 가난한 이의 날에 교황은 가난한 이들을 위해 교황청 문을 열어뒀다. 이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식사를 나눴다. 행사는 교황 자선소가 주관해 왔다. 교황 자선소는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교황 뜻에 따라 바티칸 거리에서 노숙인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노숙인을 위한 세탁소, 샤워시설, 이발소, 진료소, 약국 등도 운영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황은 자선소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나누고, 전쟁 지역에 긴급구호기금을 보내며, 난민센터를 지원해 왔다. 2018년 제주에 온 예멘 난민을 위해 교황청 자선기금 1만 유로를 제주교구에 보내기도 했다. 교황청 부속 기구였던 교황 자선소는 이번 교황청 구조 개편에서 애덕봉사부로 승격했다.


▲ 교황이 2019년 10월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을 기념하며 아시시에서 가져온 참나무를 바티칸 정원에 심는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교황이 2015년 발표한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제목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부른 찬가에서 따왔다. 【CNS】



▲ 교황이 2018년 3월 로마에서 열린 시노드 예비 모임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느님 백성 모두가 함께 걸어가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대하며 공동의 집 돌보기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을 돌보면서 교황은 더 먼 미래를 내다봤다.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세상을 고민하며 우리에게 삶의 터전을 내 주고 있는 ‘공동의 집’(지구)과 인간을 둘러싼 모든 피조물로 시선을 확장했다.

교황은 환경과 생태 회복을 위해 인간 중심주의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진단했다. 교황은 인간이 다른 피조물과 관계 안에서 자신을 깨닫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기후 위기의 한가운데서 2015년 교황이 발표한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는 교회를 넘어 전 세계에 생태 위기를 교육하고 행동하게 하는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

교황은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버리는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더 많은 자연재해와 환경 재앙이 닥칠 것을 경고했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결국 가난한 이들이다. 교황은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하면서 매년 9월 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내도록 했다. 또 2020년에는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맞아 5월 24일 회칙 인준일 이전 주간을 ‘찬미받으소서 주간’으로 정하며 공동의 집을 돌보기 위한 행동에 교회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기후 위기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 전쟁과 테러 발발 등 현대 사회가 빚어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제시했다. 그는 2020년 발표한 사회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온 인류가 서로 연결된 사회에서 살고 있음을 일깨우며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바탕으로 연대하기를 당부했다. 교황은 “아무도 혼자서는 삶에 대처할 수 없다”면서 “우리를 지탱하고 도와줄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됐고, 그해 11월 자신의 첫 공식 문헌 「복음의 기쁨」을 발표했다. 그는 「복음의 기쁨」에서 교회 안팎으로 불어닥친 위기를 명확히 짚어내며 “앞으로 여러 해 동안 교회가 걸어갈 새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가 걸어온 지난 9년은 ‘복음의 기쁨’을 몸소 실천해 온 시간이었다. 교황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복음의 기쁨 속에서 함께 걷자고 손을 내밀었고, 넘어져도 일어나 다시 걸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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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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