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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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 즐기는 황수경 아나운서, 마음 아픈 이들 위한 봉사 꿈꿔

[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28) 아나운서 황수경(헬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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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수경 아나운서. 장군엔터테인먼트 제공



황수경(헬레나)씨는 국제행사와 국가 대표행사의 섭외 1순위였을 만큼 독보적인 실력을 지닌 아나운서이다. 1993년 KBS 공채 19기 아나운서로 입사한 그는 KBS 9시 뉴스를 진행했고 열린음악회 MC를 17년이나 맡았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청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황 아나운서는 2015년 22년간 성실히 근무했던 방송국을 떠났다. 그가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열린음악회 하면 황 아나운서를 떠올리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예전에 홍보국 직원들과 함께 1년에 한두 번 열린음악회 방청을 갔다. 한번은 녹화가 끝나자 모니터를 본 그가 우리를 찾아 긴 드레스를 입고 방청석 중간까지 인파를 비집고 올라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후에도 열린음악회 방청을 종종 갔었는데 그때마다 정말 내가 놀란 것은 그가 긴 대사를 한 번의 NG 없이 방송 대본을 보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었다. 큰 키의 그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들어서면 많은 인파가 운집해 어수선한 녹화장 공기가 순식간에 바뀌고 분위기가 안정된다. 그만이 가진 카리스마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故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음악회에서 황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아 품격있는 진행을 해주었던 것이 특히 고맙다. 프리랜서가 된 뒤 장르와 관계없이 여러 곳에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한다. 황 아나운서는 실제로 만나면 방송에서의 모습과는 다르게 소탈하고 지나치게 수더분하고 순수하다.


▲ 황수경 아나운서. 장군엔터테인먼트 제공



허 신부 : 처음에 어떻게 성당에 다니게 되었어요?

황 아나운서 : 초등학교 4학년 때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갔는데요. 처음으로 사귄 친구가 성당을 다니는 친구였어요. 친구를 따라 처음으로 성당이란 곳을 가보게 됐죠. 미사에서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도통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어린 마음에도 신비로웠던 분위기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나요. 성당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고요. 중학생 때 비로소 반포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어요.



허 신부 : 헬레나씨가 중학생 때라면 내가 반포성당 보좌신부를 했으니 그때 이미 만났을 수도 있겠네요.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황 아나운서 : 사실 학교에서 그런 아이들이 있잖아요? 말없이 그저 책상만 쳐다보고 아주 조용하고 차분한 아이들요. 저는 선생님 말씀이나 학교 교칙을 잘 지키는 약간 모범적, 그런데 답답한 타입이라(웃음) 학급 임원과 선도부 활동도 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들이 “춤 잘 추는 수경이”로 기억하고 있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웃음) “아니 내가 언제 그랬지?” 했는데 아마도 얌전히 있느라 꾹꾹 눌러왔던 끼를 한 번에 발산했었던 가봐요.



허 신부 :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요?

황 아나운서 : 어릴 때는 대학교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교수님들은 생각해보면 그냥 어린 생각에 멋있고 훌륭해 보였거든요.(웃음) 그런 생각에서인지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며 내달리는 계기는 되었던 것 같아요.



허 신부 : 아나운서가 된 이야기를 해주세요.

황 아나운서 : 대학교에 들어가 뉴스 앵커의 꿈을 갖고 방송국 입사를 준비했어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건 3학년 때부터였어요. 정말 운이 좋게도 서류와 실기 면접 등을 거쳐 KBS 공채 19기 아나운서로 입사했어요.



허 신부 : 아나운서 시험을 일명 언론고시라고 하던데 한 번에 합격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해요. KBS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일하면서 특별히 생각나는 것이 있나요?

황 아나운서 : 아닙니다, 신부님. 저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때 아주 열심히 기도했어요.(웃음) KBS에서 아나운서로서 재직한 기간이 22년이다 보니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야 많아요. KBS는 공영방송이어서 국가적인 행사들이나 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적인 이벤트를 주관하는 방송들이 많아 큰 규모의 특집 방송들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2002년 북한 평양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했던 ‘추석맞이 남북 교향악단 합동공연’과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방한 기념 한영 친선 콘서트’는 제게 가장 가슴 벅찬 감동으로 남아 있어요.


▲ 2014년 겨울 열린음악회를 보고 나서 허영엽 신부와 황수경 아나운서. 서울대교구 홍보위 제공



허 신부 : 프리랜서로의 활동은 장단점이 있겠네요.

황 아나운서 : 다양한 일에 도전해볼 수 있고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인 있는 반면에 모든 프리랜서가 그렇듯 사실 지금 하는 일들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게 돼요. 그러나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니 그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 노력하게 되는 점은 좋은 점입니다.



허 신부 : 황수경 아나운서를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도 있을 텐데 인생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조언은요?

황 아나운서 : 저는 제가 가장 잘 아는데 정말 많은 능력이 있는 사람은 아니고 그저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입시와 입사 시험을 봤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변화된 환경이죠. 따라서 요즘의 청년들은 더 힘든 상황에 놓여있고 섣부른 조언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요. 다만 제가 항상 가슴에 담고 사는 말이 있는데 힘들 때 가끔 떠올려 봤으면 합니다. “생각하는 대로 된다. 믿는 대로 된다.” 제가 30년 가까이 일하면서 느끼게 된 것은 평소 잘 웃고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결국 좋은 결실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는 것인데요. 힘들 때일수록 잘 될 거라는 긍정의 마음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물론이고요.



허 신부 : 가장 즐겨하는 기도는 무엇인가요?

황 아나운서 : 기도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하는 편이에요. 요즘 여러 가지 이유로 기도에 소홀해져서 반성 중이지만 언제나 묵주기도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로를 받아요.



황수경 헬레나씨는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 학창 시절을 보내고 KBS에 한 번에 입사한 아나운서 등 항상 승승장구했을 것 같지만 사실 힘든 일을 겪기도 했고 천직이라 생각했던 방송을 할 수 없었던 시간도 있었다. 어느 날 그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신부님, 저에게 고통을 안겨준 일들로 인해 정신적으로 참 힘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기도 중에 세상엔 나보다 더 억울한 사람들도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부님, 진정한 용서를 하는 것이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의 자세이겠지요?”라고 이야기했다. 많은 일을 겪으면서 신앙을 갖고 있는 것이 큰 축복임을 깨닫는다고 그는 말한다.

신앙은 흔들리는 자신을 굳건하게 지탱할 수 있는 마지막 힘이며 신앙이 있어 숨 쉴 수 있었고 일할 수 있었고 어떤 일이든 이겨내며 살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초심자의 마음으로 새로운 일을 도전하며 마음 아픈 이들을 위해 봉사를 원하는 그의 내일이 기대된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 허영엽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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