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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S 평일 저녁 8시 뉴스를 맡고 있는 최혜림 아나운서. 최혜림 아나운서 제공 |
매일 저녁, SBS 저녁 8시 뉴스를 틀면 만나는 최혜림(체칠리아) 아나운서. 그녀는 SBS의 뉴스를 6년째 진행하고 있는 명실상부 SBS의 간판 아나운서이다. 2006년 12월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4기 아나운서로 발탁되어 현재까지 맹활약 중이다. 최혜림 아나운서의 지혜롭고 또랑또랑한 어투는 어느 앵커보다 편안하면서도 정확하게 들려서 신뢰심이 생긴다. 내가 최혜림 아나운서를 처음 만난 것은 명동의 언론인 신앙학교에서였는데 바쁜 방송 생활 가운데에서도 한 번도 결석이 없었다. 평소에는 겸손하고 수줍어하기도 하는 성격인데 정작 뉴스가 시작되면 순식간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최 아나운서는 2011년에 결혼하여 장난꾸러기 어린 두 남매를 키우며,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자주 하는 다정한 엄마이기도 하다.
▶어떻게 세례를 받으셨나요?엄마를 따라 성당에 갔던 게 6살 때쯤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하얀 원피스를 입은 어린 시절의 제가 잔뜩 긴장해있는 사진이 남아있어요. 세례 뒤에 두 눈을 꼭 감고 손을 모아 기도하는 사진을 보면 귀엽기도 하고, 지금도 경건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성당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어린 나이인데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거든요.(웃음)
▶요즘도 성당에 가면 편안하신가요?사실, 아나운서로 일하면서는 신앙생활에 충실하지 못한 시기가 많았어요. 주말 8시 뉴스를 진행할 때도 주일 미사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이번에 신부님에게 인터뷰 연락받았을 때도 이런 점 때문에 고민을 좀 했는데, 이번 기회에 저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더 마음을 다하는 신자가 되자는 다짐을 해보기로 했어요.(웃음)
저는 부족하지만 참 축복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님 방한 마지막 날, 명동대성당에서 집전하신 미사에 참여했던 게 참 감사한 기억이에요. 성당 내부에 들어가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서 방송국에서도 공동으로 취재하는 풀 영상만 쓰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제가 미사에 참여하게 되었단 말에 회사에서 갑자기 리포트를 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어요. 당시 제 뱃속에 둘째 아기가 있었거든요. 미사 전에 성당 앞에서 리포트하고 들어갈 때 존재감이 드러나더라고요.(웃음) 그 아기는 큰 축복 속에 잘 자라 벌써 장난꾸러기 초등학생이 되었고요.
▶학창 시절 최혜림은 어떤 꿈을 가진 학생이었나요?학창 시절엔 하고 싶은 게 참 많았어요. 선생님도 되고 싶었고, 패션디자인에도 관심이 있었고 건축가의 꿈은 제법 진지하게 꿨던 것 같아요. 그런데 벌써 16년째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지금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아나운서에 관심이 있던 것 같아요. 다 같이 모여 있는 교실에서 책을 읽고 발표하던 기억, 성당에서 전례 봉사를 했던 기억, 또 사춘기이던 중학생 시절엔 전날 밤 드라마가 어땠는지를 친구들에게 침 튀기며 신나게 얘기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러다가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것은 대학 3학년 때쯤이었어요. 그때 고민이 많았거든요. ‘그동안 내가 생각하던 진로가 나와 맞지 않겠구나’를 깨닫고 방황하던 시기였는데, 오랜 친구가 불쑥 너 아나운서 시험 준비해봐~!’라고 얘기해줬어요. 그 한마디가 제 인생을 바꿔놓은 것 같아요.
▶아나운서 시험은 언론 고시라고,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요.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도전하겠다고 생각한 뒤부터는 모든 마음을 쏟았어요. 대학에서도 국어 화법, 말하기 같은 관련 과목을 가능한 한 많이 수강하고, 학원도 다니고, 지하철 기다릴 때도 소리 내어 신문을 읽기도 했어요.(웃음) 한국어 시험도 준비하고요. 정말 열심히 했지만 쉽진 않았어요. 일단 문이 너무 좁고, 실력이 뛰어나고 준비된 친구들도 많아서 위축되기도 했어요. 그래도 그 시기, 다른 것에 눈 돌리고 싶지 않아서 후회 없이 해보자는 생각으로 치열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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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아이보트챌린지’에 참여한 최혜림 아나운서. 출처=SBS 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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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혜림 아나운서가 발에 깁스를 하고 방송을 하는 투혼을 보여주고 있다. 최혜림 아나운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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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혜림 아나운서가 2019년 광복절을 맞아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있는 서울 용산역 앞에서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
▶아나운서를 꿈꾸는 준비생들에게 합격 비결을 알려준다면? 합격 비결이 어디 따로 있겠어요? 그런데 일단 방송을 하고 싶다면, 다양한 경험을 많이 쌓아보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입사했던 때와 달리 지금은 아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어서 기회는 훨씬 더 많아졌어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다면 아나운서 시험을 볼 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요. 인생에서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열심히 하는 것은 중요하겠죠.
▶매일 뉴스 앵커로서 힘든 일도 많으실 것 같아요.이제 평일 8시 뉴스를 한 지 만 6년이 가까워지는데 주변에서 뉴스 오래 하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 물어보시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힘든 점이 적지 않아요. 무엇보다 무거운 소식들을 전해야 할 때 힘들어요. 눈을 질끈 감게 되는 소식, 접하고 싶지 않은 소식에도 늘 귀를 기울여야 하고, 자세히 전해야 하다 보니, 종종 마음이 폭풍우를 만난 듯하기도 해요. 그래서 저 자신도 제 안에 감사하는 마음, 선한 마음을 지치지 않고 채워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해요. 요즘은 뉴스에서 타인을 돕고 배려하는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를 마련해서 전보다 자주 훈훈한 소식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든 일이 많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을 아끼고, 다른 사람들을 염려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 가게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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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날 아이들이 그린 작품을 배경으로 꾸며진 스튜디오에서 뉴스 준비를 하는 최혜림 아나운서. |
▶ 혹시 방송 중 당황하신 적이 있었나요? 많지요. 신입 아나운서 시절, 낮에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청취자들의 긴 편지 사연을 들려주는 코너가 있었는데 하루는 사연이 너무 슬펐어요. 사고로 아들을 먼저 하늘로 보낸 나이 드신 노모가 보낸 편지였는데 “아들아, 이제는 볼 수 없지만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 그때도 내 아들로 함께 해주겠니?” 이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생방송인 걸 뻔히 알면서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서 마지막 부분에선 꺽꺽대며 말을 거의 하지 못했어요. 청취자들도 같이 울었다는 사연이 많이 왔었어요. 사연을 보내주셨던 그 할머니께서 잘 지내시는지 궁금해요.
▶어떤 기도를 많이 하시나요?지난해 암으로 투병하시던 친정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병세가 급속히 안 좋아지셔서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간절히 기도했던 시간이 있었어요. 아버지는 하느님 품으로 가셨지만 지금도 따뜻했던 아빠가 많이 그리워요. 몸과 마음이 아픈 분들이 평안하시기를 늘 기도해요.
몇 해 전부터 남편과 함께 성모병원에 후원하는 최혜림 아나운서, 최근에 기부하면서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녀는 금전적인 후원뿐 아니라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봉사도 하고 싶다고 한다. 특별히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와 미혼모를 위해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최 아나운서는 인생의 최고의 가치를 사랑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누구나 살면서 힘겨운 순간들을 겪지도 하지만, 나를 사랑해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따뜻한 포옹에 응어리진 마음이 녹아버리기도 하고 다시 힘을 샘솟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녀는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사랑으로 말랑말랑한 내면을 유지하고 싶다고 한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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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영엽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