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두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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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이란 퀴즈에 참여한 참가자들. 왼쪽부터 프레디·강도나·김민혁씨. |
전 세계 난민은 1억 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 난민 인정을 신청한 이들은 7만여 명. 그 가운데서도 단 1.5인 1194명 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다 보니 보통 사람들이 평소에 난민을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 어쩌다 주변에서 마주치는 외국인이 난민인지, 이주 노동자인지, 귀화한 한국인인지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에서다.
취재팀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대한난민의 삶을 조명했다. 그리고 지난 6월 17일, ‘세계 난민의 날’을 앞두고 난민과 한국인이 함께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서로에 관해 전혀 모른 채 처음 마주했다.
우리는 난민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취재팀은 한국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난민에 관한 편견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두 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이라는 이름의 퀴즈를 준비했다. 한국 참가자들에게 난민 참가자 각각을 설명하는 세 가지 사실을 보여주고,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를 물었다. 기획취재팀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대한난민 정착기’를 인터랙티브로 구현한 홈페이지(2022refugee.cpbc.co.kr)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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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 저는 이곳이 북한인 줄 알고 왔습니다.
박선유 : 거짓이라 생각해요. 난민 신청을 하고 오신 건데 북한으로 가고 싶어 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문진우 :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들은 남한과 북한을 잘 구분 못 하더라고요.
최윤정 : 거짓이요. 이제 대한민국이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하고요.
프레디 : 저는 분쟁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습니다.
최윤정 : 다니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전쟁이 많은 지역에선 교육이나 다른 여러 조건이 너무 낙후돼 있으니까요.
문진우 : 프레디님이 한국어도 영어도 굉장히 잘하시는 걸 보면, 거짓이라 생각합니다.
박선유 : 저도 거짓이요. 내전이 장기화하면 그 안에서도 삶은 계속 이어지잖아요.
프레디 : 저는 코로나19 때 K 방역 최전선에 있었습니다.
일 동 : 진실이요. 코로나19 시국 때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법으로 방역에 기여를 했기에 프레디님도 그러셨을 것 같습니다.
한국 참가자들의 답을 흥미롭게 들은 프레디씨가 입을 열었다. 그는 이곳이 북한인 줄 알고 왔다. 고국에선 대학까지 나왔고, 코로나19 초기에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경기도 안산의 코로나19 검진기관에서 안내를 맡았다.
“콩고에선 남한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없지만 북한은 독재 정권이고 자유가 없다는 얘길 자주 접했어요. 저는 극적으로 탈출하느라 비행기 안에서 제가 한국으로 간다는 걸 알게 됐는데, 한국이라고 하니 당연히 북한인 줄 알았습니다. 공항에 내려서야 남한에 왔다는 걸 알게 됐고요.”
프레디씨는 “대학생 때 시위를 많이 했다”고 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자원을 둘러싼 오랜 내전에 더해 독재 정권과 반대파의 정치 싸움으로 혼란이 가중됐다.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외국인은 물론 해외에서 입국하는 한국 사람을 대상으로 PCR 검사 절차를 알려주고 격리 시설을 안내하는 일을 맡았어요. 한국 사람들이 방역 기관에서 일을 안 하려고 해서 인력이 모자라 외국인을 많이 고용했고 저도 그중 한 명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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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나 : 저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박선유 : 거짓이 아닐까요. 경제적 목적으로는 난민 신청이 안 될 것 같습니다.
문진우 : 진실이요. 살려고 오는 건데 어쨌든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최윤정 : 방글라데시에서 오셨잖아요. 음…. 저도 경제적 이유 같아요. 진실이요.
강도나 : 저는 간호사 자격증이 있습니다.
일 동 : 진실이요. 왠지 자격이 필요한 일을 하셨을 것 같아요. 간호사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강도나 : 저는 난민이 아닙니다.
일 동 : 난민의 정의를 잘 모르겠어요. 한국에 오래 사셨으니 이제 더이상 난민은 아니실 것 같습니다. 진실이요.
강도나씨는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 한국에 왔다”고 했다. 방글라데시에선 간호사로 일했고, 난민으로 왔지만 이제는 귀화한 한국 사람이다.
“안전하게 살려고 한국에 왔습니다. 저는 간호사여서 월급은 어느 정도 받았어요. 부자는 아니지만 부족함 없이 살았지만, 안전을 위해서 한국에 왔어요.”
당연히 돈 때문에 한국을 찾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한국 참가자들 얼굴엔 난처함이 가득했다. 강도나씨는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고 이름도 한국식으로 바꿨다.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외국인 지원센터에서 통역관으로도 일했고 귀화에도 성공했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사람들은 저를 한국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여기서도 간호사 일을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속상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인 강도나씨는 여전히 외국인이자 이방인으로 살고 있다. ‘난민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평생 따라다닐 터다. 게다가 난민 대부분은 본국에서 하던 일을 이어갈 수가 없다. 전문직일수록 경력을 살리기 힘들다. 위기상황에서 탈출해 온 난민에게 한국 정부는 본국에서의 경력을 입증할 만한 서류와 자료를 요구한다. 강씨는 “뭘 챙겨 올 상황이 아닌 데다, 절차가 너무나 복잡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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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혁 : 저는 돼지고기를 좋아합니다. 저는 이란에서 왔고 이란은 이슬람 국가입니다.
문진우 : 진실이라 생각합니다. 유튜브에서 이슬람 종교를 가진 친구가 돼지고기를 한 번 맛보더니 엄청 좋아하는 영상을 봤거든요.
최윤정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진실이요. 이란에서는 먹어보지 못했지만 한국에 와서 맛보고 좋아할 수 있으니까요.
박선유 : 거짓이요. 가족과 함께 탈출해 한국에 난민으로 왔다면, 이슬람의 가치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김민혁 : 저는 이주민 전형으로 대학을 입학했습니다.
일동 : 거짓이요. 이주민 전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민혁 : 저는 공무원이 될 수 없습니다.
최윤정 : 거짓이요.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대한민국 사람이지 않나요.
박선유 :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난민 인정받는 것과 대한민국 국민으로 귀화하는 것과는 다르니까요. 공무원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만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문진우 : 저도 선유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김민혁씨는 가톨릭 신자라고 했다. 이란에서 왔으니 당연히 이슬람 신자일 것이라 생각했던 한국 참가자들은 놀란 표정이었다. 김씨는 돼지고기를 좋아하고, 여느 한국 학생들처럼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했다. 공무원은 대한민국 국민만 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가족은 이란에 있을 때부터 이슬람을 거부했었어요. 한국에 와선 성당에 다녔고요. 그리고 한국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먹은 게 소시지였어요. 정말 맛있더라고요.(웃음) 이란이 이슬람 국가지만, 이슬람 신앙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한국 사람들은 그런 생각은 전혀 못 하는 것 같아요.”
김씨는 현재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22학번 새내기다. 그는 “외국에서 살다가 온 학생을 위한 외국인 전형은 있지만, 이주민, 난민을 위한 전형은 없다”고 설명했다. “원래 법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난민은 판사, 검사 같은 고위공무원이 될 수 없다는 얘길 들었다”며 “그래서 사회복지학으로 전공을 바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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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한마디
난민 참가자들에 대한 진실과 거짓을 알아보면서 한국 참가자들은 “난민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없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난민 참가자들은 “외국인 특히 난민에 대한 틀에 박힌 편견을 미디어에서 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 “난민을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똑같은 이웃으로, 있는 그대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선유 : “그동안 왜 난민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을까 생각해 보니, 우리 사회 구성원 중 하나인데 너무 철저하게 분리돼 있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편견을 하나씩 깨트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면 난민과 함께 사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진우 : “난민에 대해선 부정적인 뉴스만 보고 들어서 솔직히 난민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니 제 생각이 편협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난민도 술 좋아하는 대학생이고, 사춘기 자녀의 반항에 속상해하는 평범한 엄마더라고요. 이런 자리가 아니었더라면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 같아요. 특히 이슬람에 대한 잘못된 정보, 가짜 뉴스 문제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윤정 : 돈 때문에 한국에 왔을 것 같다고 한 제 말을 다시 주워담고 싶었어요. 본국에서 누리던 모든 걸 버리고 오직 안전하게 살고 싶어서 왔다는 말에 느끼는 바가 컸습니다. 난민도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제도와 기반이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프레디 : 난민활동가로 강의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난민은 어떤 사람인가요?’, ‘일자리 찾으러 온 거죠?’였어요. 한국 사람들은 난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한국 사람이랑 얘기를 잘 나누다가도 제가 난민이란 걸 밝히면 그 후론 대화가 끊겨요. 한국 사회는 난민을 받아들이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 같아요.”
강도나 : 한국 사람들은 난민들이 한국에 돈 벌러만 오는 줄 아는 것 같아요. 그렇게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에서 돈 벌기는 절대 쉽지 않아요. 저는 지금 중학생, 고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 아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났어요. 아이들은 모국어를 잘 모르니까 100 소통이 안 돼 답답해요. 학교 선생님과 상담하는 게 가장 힘들었고요.”
김민혁 : 난민이면 가난하니까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이런 존재가 아니거든요. 난민이라고 특별한 건 없고 외국인인데 한국에서 보호를 해주는 일반인 정도로 봐주면 될 것 같아요. 난민에 대해선 좋은 기사는 안 나오고 난민이 일으킨 사건·사고 기사나 가짜 뉴스가 대부분이더라고요. 반드시 고쳐져야 하고 한국 언론이 반성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취재팀=총괄팀장 : 백영민, 기사 : 박수정·전은지·김형준·이학주, 사진 : 남궁현, 웹페이지 : 전기환·임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