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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흥식 추기경은 교회를 위해 죽을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주교님, 방금 교황님께서 대주교님을 추기경으로 임명하셨어요!”
추기경 임명 발표가 있었던 지난 5월 29일. 당시 유흥식 대주교는 로마가 아닌,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있었다. 그 소식을 전화로 전해 들은 그는 바티칸으로 돌아와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한 자리에서 질문했다. “교황님, 참으로 부족한 저를 추기경으로 임명하셨는데, 어떻게 하면 좋죠?” 무거운 답이 돌아올 줄 알았지만, 교황은 유머 섞인 한마디로 그의 마음을 헤아렸다. “라자로 대주교님, 가끔 옷 색깔을 바꿔입는 것도 예쁘게 보이고 괜찮을 겁니다.”
교황청 성직자부는 전 세계 지역 교회의 사제와 부제, 신학생들의 개인 문제부터 사목과 직무, 신학교 양성 분야를 관장하고 지원하며, 사목적 쇄신을 증진시키는 부서다. 이곳에서 유 추기경은 하루에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지역 교회(發) 긴급 서신과 문의에 대응하고, 필요한 경우 직접 지역 교회를 방문하거나 찾아오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바쁜 일정 속에 추기경에 서임된 유 추기경은 서임식을 앞두고 곳곳에서 들어오는 축하 인사를 받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어느 곳에서든 자신을 찾아오는 이들을 환대했다. 유 추기경은 성직자부 장관 집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은 보편교회 모든 성직자를 아끼고 사랑하며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일”이라며 “추기경직을 잘 수행하고자 교회를 위해 죽을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바티칸=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Q. 한국인 첫 교황청 장관 추기경이자, 한국인 네 번째 추기경이 되셨습니다. 더 큰 책임감이 따르실 것 같습니다.A. 하느님께서 제게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봉사하라’고 주시는 새로운 명령으로 받아들입니다.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보편 교회와 프란치스코 교황님, 그리고 전 세계 모든 사제와 부제, 신학생을 더욱 사랑하고 섬길 것입니다. 사제가 된 지 43년, 주교로 살아온 지 19년이 됐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만큼 변화무쌍한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누가 성직자부 업무를 알려준 것도 아니었고, 힘들 때엔 ‘내가 여기에 왜 와있는가’ 하며 눈물과 기도가 필요했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성령의 소리를 듣고자 노력하며 만나는 이들을 힘껏 환대하고 있습니다.
Q.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지난 1년여 동안 어떠한 부분에 주안점을 두셨는지요.A. 사제들에게 용기와 희망과 힘을 불어넣는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사제들이 늘 기쁜 모습으로 자유롭게 봉사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사제가 양성되는 일은 복음을 살고,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 신학교는 사제를 만드는 공장이 아니라,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의 공동체입니다. 전 세계의 사제들이 많이 위축돼있는 모습을 봅니다. 미성년자 성추행, 스캔들 등 일부 그릇된 행위로 전체가 비판의 폭격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소외된 이들과 난민 등 고통에 처한 이들을 위해 전적으로 투신하는 착한 목자들이 많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진리와 정의가 균형을 이루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Q. 교황청에서의 평소 일과도 궁금합니다.A. 아침 5시쯤 일어나 바티칸 정원의 ‘루르드 성모님 동굴’까지 묵주기도를 바치며 약 40~50분 동안 산책합니다. 하루를 맡겨드리고, 저를 돌아보며 새로운 결심을 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8시에 출근해 성직자부 담당자들과 여러 가지 일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또 저를 찾아오는 전 세계 주교님, 신부님들을 만납니다. 주제는 교구 사제들의 어려움과 신학교에 관한 것입니다. 대부분 복잡한 문제들이기에 경청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또 교황청의 중요한 위원회의 위원으로서 주요 사안들에 관해 회의한 뒤 교황님께 자문을 드립니다. 늘 기도하고, 준비도 잘해야 합니다.
Q. 최근 교황님과 나눈 말씀이 있다면요?A. 성직자부의 전반적인 상황, 사제들에 대한 교황님의 생각, 저와 성직자부가 나아가려는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합니다. 우리나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한국 교회를 향한 교황님의 크신 사랑을 느낍니다. 교황님께서 처음엔 제게 ‘교황청에 와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는데, 요즘엔 ‘앞으로 나아가라. 무엇이든 내게 말해달라’고 하십니다.
Q. 교회를 위한 많은 고민과 주제들을 교황님과 나누실 것 같습니다.A. 친교와 사제 양성에 관한 것입니다. 교황님과 특별히 친교의 교회 건설에 관해 주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이해하는 열쇳말이 친교입니다. 사제들은 친교의 목자, 대화의 목자가 돼야 합니다. 사제의 쇄신없는 교회의 쇄신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Q. 올해는 교황청 구조 개편이 있었습니다. 복음화와 선교적 투신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여겨집니다.A. 쇄신과 변화가 곧 개혁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즉위 후 ‘8인 추기경회의’를 만드셨고, 두 달에 한 번씩 해서 지난 6월이 42번째였습니다. 바로 이 회의를 통해 교회의 사목활동과 영적인 측면에서 교회가 세상 속에서 나아가야 할 길을 찾으신 것입니다. 그 결과가 6월 ‘성령 강림 대축일’에 실행에 들어간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입니다. 이를 실천하는 것이 교회의 쇄신이며, 교회를 개혁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Q. 추기경 서임으로 직무상 변화가 따르는지요?A.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 실현과 사제 양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성직자부는 모든 사제가 말씀을 살고, 공동체를 이루는 시노드의 삶이 교회 안에 널리 퍼져 복음화를 이루는 데에 선구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Q. 한국인들의 관심과 축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교회, 신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A. 한국의 장한 순교자들의 후예답게 봉사하다가 귀국할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해 주십시오. 저도 매일 우리 국민과 신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세상을 위하고 인류를 위해 봉사하시기 위해 가장 큰 십자가를 지고 계신 교황님을 위해서도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