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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흥식 추기경과 이명수 의원. 이명수 의원실 제공 |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님을 처음 뵈온 지는 벌써 30여 년이 훨씬 넘었다. 유흥식 추기경님과는 충남도청 ‘솔뫼회’ 지도 신부와 회원으로 처음 만나 지금껏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추기경 서임식에 함께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컸지만, 어지럽기만 한 국내외 정국에 로마로 떠날 결심이 쉽게 서지 않았다. 하지만 신임 추기경님과 개인적인 인연 외에도 국회 ‘일치를 위한 정치(MPPU)포럼’ 대표라는 공식 직함으로 활동한 인연까지 있었다. 그러던 중 라자로 추기경님의 “바티칸에서 기다리겠다”는 전화에 바티칸행을 결심했다.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교황청으로 향했다. 추기경님께서는 첫 만남 때의 그 푸근한 미소 그대로 사무실 청사 앞까지 마중 나와 계셨다. 국제 가톨릭 상황에 관한 소상한 말씀, 우리 국민과 국가에 대한 애정과 걱정이 담긴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 깊은 울림을 주셨다.
8월 27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을 향한 발걸음이 한없이 기쁘고 설레었다. 순교자의 피 위에 세워진 한국 교회의 소중하고도 자랑스러운 위상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새 추기경들을 호명하셨는데 유 추기경님이 두 번째로 호명됐다. 추기경을 상징하는 주케토와 빨간색의 비레타가 씌워졌고 추기경 반지가 끼워졌다. 한국인 최초의 교황청 장관 추기경 서임은 전 세계 보편 교회 안에서 높아진 한국 가톨릭의 위상과 높아진 국격이 맞물려 벅찬 감동을 안겨준 순간이었다.
교황님은 서임식에서 새 추기경들께 “강력하고도 은은한 그리스도의 불을 세상에 전하십시오”라고 말씀하셨다. 특히 세상의 눈에 높은 사람이든 보잘것없는 사람이든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말씀에서는 신자 정치인으로서 나의 지나온 의정 활동과 입법 활동을 돌아보게 했다. 그날 밤 너무 많은 은총과 숙제를 받아들다 보니 잠이 오지 않았다.
서임식 다음 날인 28일. 로마 한인신학원 성당에서 기념 미사와 축하행사가 열렸다. 서임 감사 미사에 참여한 한국 교회 고위 성직자들의 축사는 유 추기경에게 사랑과 평화의 새로운 빛이 되어 달라는 요청이었지만, 나에겐 분열과 갈등의 온상지가 돼 버린 정치인에 대한 질타로 들렸다. “천국 문을 열어 사람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해 달라.”(염수정 추기경) “이 세상 모든 성직자와 신학생들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빛으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헌신해 달라.”(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우리 한국 교회가 세계 안에서 복음을 더 힘차게 선포하라는 선교의 역군이 되라는 숙제까지 함께 주신 거라 믿는다.”(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미사로 시작해 미사로 끝난 바티칸 의원 외교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갈등과 분열, 난제로 얽힌 국내 정치 뉴스를 접했다. 여독을 누르는 무거운 고뇌와 우울감이 엄습했다. 그래도 새로운 희망을 다짐하며 유흥식 추기경께서 선물로 주신 묵주를 손에 꼭 쥐고 다시 국회로 향했다. 열정을 잃지 않고 땀을 흘려 정의로운 길을 포기하지 않고 간다면 우리 정치에도 희망의 아침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바티칸을 다녀온 뒤 매일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의 기도’를 바친다. “오 거룩하신 주님!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해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