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39) 안전관리사 이슬비 클라우디아
| ▲ 이슬비씨는 산업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관리사다.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고 위험한 작업이 많지만 두려움 없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왼쪽 상단은 안전모를 쓴 이슬비씨. |
이슬비(클라우디아)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건설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건설 분야는 그야말로 산업의 종합세트라 할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한 분야가 함께한다. 지금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건설 현장에는 남성들이 대부분이다. 이씨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안전관리사로서 회사의 안전 차장이 되어 새로운 인생을 열고 있다.
안전 관리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 건설 현장에서도 여러 대형 안전사고가 있었고 ‘안전 불감증의 나라’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과거에 비해 작업 현장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언제 어느 때 사고가 날지 모르기에 건설 현장은 늘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안전관리사는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 안전 관리업무를 하는 동시에 법적인 서류작업 업무도 완벽히 해야 한다. 건설 현장에서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여,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사람이 안전관리사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 안전관리사는 몇 개월 전부터 지방의 한 발전소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하고 있는데, 사람의 힘은 정말로 대단하다는 것을 매일 느끼며 지내고 있다고 한다.
| ▲ 이슬비씨 |
Q. 언제 세례를 받으셨나요
A. 원래 어머니께서 결혼 전부터 성당에 다니셨는데 잠시 쉬셨대요. 언니와 저를 낳고 그냥 지내시다가 언니가 큰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성당을 열심히 다니는 외삼촌께서 기도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께서 다시 성당에 다니기 시작하셨고 자연스레 언니와 저도 세례를 받게 되었어요. 세례를 받은 지 벌써 20년이 되었네요.
Q. 학창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저는 조용히 학교만 다녔어요.(웃음) 학창 시절 때는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냈던 걸로 기억해요. 제가 본래부터 놀기를 좋아하고 친구들 만나는 걸 좋아해서 주말만 되면 친구들을 만났던 것 같아요. 과학반 동아리 활동도 했는데 그때 만났던 친구들은 아직도 연락하며 만나고 있어요.
Q.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조금 자세하게 설명해주세요
A. 제 전공은 아니었지만, 건설회사에 입사해서 사무직으로 계속 일하다가 5년 전 안전 분야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최근에는 건설 중에 일어난 불행한 사건으로 건설 안전이 많이 화제가 되었어요. 몇 개월 전 현장에 발령받아 지방에서 일하고 있어요. 일하는 곳이 발전소인데 이곳에서 저희 회사가 수주한 공사에 대한 안전관리를 맡고 있어요. 작업 수칙에 맞춰서 작업하는지, 기계를 안전하게 사용하는지 등 조심해야 하는 것뿐 아니라, 안전을 위해 미리 챙기고 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어요. 사실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고 위험한 작업이 많지만, 하루가 무사히 끝나면 그만큼 뿌듯함도 많은 것 같아요.
Q. 어떤 계기로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됐고, 현장에 여성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 본인에겐 잘 맞나요
A. 저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좋아요. 제가 호기심이 많은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잘 맞는 것 같아요. 요즘 건설 분야 안전에 대해 국가와 사회에서 관심이 많은 만큼 제가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그동안의 건설회사에서의 경험이 큰 밑거름이 되었고 여성이 많이 진출하지 않은 분야라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Q. 하느님께서 주신 탈렌트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새로운 사람과 환경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응력이 좋은 것도 하느님께서 주신 탈렌트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 현장에 근무하게 되면서 모든 것이 처음이고 익숙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웃음도 많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열심히 했어요. 시간이 지나며 저를 잘 봐주시는 사람들이 있었고 도와준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서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어요. 처음으로 해보는 타지 생활도 이젠 제법 익숙해졌고요. 아마 하느님께서 이렇게 새로운 곳에 저를 보내시려고 저에게 잡초와 같은(?) 강한 적응력을 주셨나 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Q. 살아오면서 가장 큰 시련을 겪을 때는 언제였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저는 회사에서 사람 관계 때문에 힘든 적이 있었어요. 작은 오해로 제가 믿고 아주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에게 한순간에 전 투명인간(?)이 되었죠. 매일 우울하고 눈물이 나고 무기력해져서 아무 희망이 없는 것 같은 시간이었어요. 하느님은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가 하는 좌절이 가득 찬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는 어떤 좋은 말과 글도 도움이 안 되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오후에 성당에 가서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청년성서모임’이 생각났어요. ‘극복’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청년성서모임에서 성서를 읽고 느끼고 나눔을 하면서 그리고 연수에 가서 목이 터져라 성가를 부르고 눈물을 흘리면서 많은 ‘치유’가 됐어요. 특별히 탈출기 모임이 좋았어요. 그때의 형제자매님들과 첫 모임을 할 때 지향하던 바람들을 서로 나누고 서로 기도해 주었어요. 그룹원 모두가 성서공부가 끝나기 전에 지향했던 바람들이 다 이루어져서 서로 놀라고 기뻐했던 기억이 나요. 그때 확신이 생겼어요, 하느님은 우리를 지켜주시고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신다는 것을요. 성서 연수 때 ‘뜨거운 가슴’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그때 그 의미를 ‘딱’ 느꼈던 거 같아요. 지금도 가끔 연수 때 불렀던 성가를 듣곤 하는데 성가를 들을 때마다 그때의 뜨거운 감정들이 다시 생각이 나서 벅차오를 때가 많아요.
Q. 살면서 ‘이것이 바로 하느님 기적’이라고 느꼈던 체험이 있다면요
A. 저는 삶의 모든 순간이 기적이라 믿어요. 살면서 순간순간 ‘아! 주님이 나를 지켜보고 계셨나, 알고 계셨나’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운전하다가 위험한 순간을 모면했을 때, 불가능할 것 같은 업무를 하다가 결국 해결이 되었을 때,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순간들, 이 모든 순간이 다 하느님의 기적이 아닐까요?
Q. 일하면서 가장 보람이 있었던 적이 있었나요
A. 하느님은 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을 보내주시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 이야기하길 보통 사회에서는 학창 시절보다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게 힘들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회사생활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알게 되고,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져 감사하고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서로 껄끄러울 수 있는 일인데도 각자의 업무를 잘 수행하고 이해와 배려로 일하게 되면서 사회에서 만난 인연들이 정말 돈독하게 되었어요. 사회생활에서도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으니 저는 운이 참 좋은 거죠. 사람 관계 때문에 상처받았던 나에게 사람으로 치유하라는 하느님의 깊은 뜻일까요?(웃음)
우리 모두가 하느님을 아무 계산 없이 그냥 순수하게 ‘진심’으로 믿었으면 좋겠다는 이슬비씨는 명랑한 성격이라 어떤 장소와 만남에서도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는 시간이 허락되면 아이들을 좋아해서 어린아이들과 연관된 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못 하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어린 아기들을 돌보는 봉사를 했는데 그때 분유를 먹던, 아장아장 걷던 아이들도 성인이 되었을 것 같다고 했다. 부모가 없는 아기들도 꿈을 꾸고 희망을 품고 밝은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소망이라 한다. 그는 하느님께서 언제나 지켜봐 주신다는 믿음으로 희망을 갖고 자신이 일하는 건설 분야에서 새로운 공부와 시도를 계속하겠다고 다짐한다. 그의 삶이 더 행복해지고 주변에도 그 행복의 빛이 비추어지길 기대하며 앞으로의 도전에도 많은 성공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
| ▲ 허영엽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