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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물려준 믿음 “하느님의 작은 도구로 쓰여지길 늘 기도해요”

[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40) 아나운서 문지애 체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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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애 아나운서는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내공이 이미 우리의 안에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순간의 어려움과 실패들을 잘 견뎌내면, 그것이 우리 안에 더 큰 내공으로 쌓여 삶의 모든 순간을 감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아나운서 역시 그 순간을 기다리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문지애(체칠리아)씨는 2006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해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예능, 뉴스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는 발음이 매우 정확하며 차분하고 선한 인상으로 시청자들에게 편안함과 신뢰감을 주는 MBC의 대표 아나운서로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2013년 MBC를 퇴사한 후 현재는 프리랜서 방송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육아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그는 대학원에서 아동·청소년 상담을 공부한 전공을 살려 ‘그림책 학교’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아동과 성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생활명품애’라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에서 의류와 패션 아이템을 제안하면서 자기 능력을 한껏 펼치는 중이다. 그는 책을 좋아하고 글솜씨도 좋아서 최근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Q. 어떻게 신자가 되었는지요?

A. 세례받는 저의 모습은 제가 자라온 기록들이 모여 있는 두꺼운 앨범의 맨 앞장에 있어요.(웃음) 저는 한겨울 엄마의 품 안에서 유아세례를 받고 성모상 앞에서 기념 사진을 남겼습니다. 신심 깊으신 어머니는 유아세례를 받도록 하면서 “딸들이 태어남과 동시에 하느님의 자녀로 살며 어렵고 힘든 순간마다 하느님께 의지하고 버틸 수 있는 존재를 만들고 주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엄마 손을 잡고 어린이 미사, 성경캠프에 열심히 참가했던 기억도 나요. 제 어린 시절 생각나는 어머니의 모습은 늘 기도하는 모습이었고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으셨어요. 어머니의 신앙 덕분에 자연히 하느님 안에서 저 역시 늘 연결되어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어요. 저의 삶, 신앙은 순전히 어머니에게 소중한 유산처럼 물려받은 것이에요.



Q.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A. 학생 때 아주 소극적이고 조심성이 많은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욕심은 많았지만 그만큼 따라가지 못해 속상하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은 자신감을 잃은 채 보낸 시간도 많았어요. 눈에 띄는 학생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다 중간 언저리였던 스스로의 모습이 사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시간들을 글을 쓰거나 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곱씹어 보며 보냈어요.



Q. 나중에 보니 그런 시간도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소극적인 성격인데도 아나운서에 도전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A. 사실은 어린 시절부터 마음속 깊이 꿈꿨던 일이에요. 초등학생 때 발표를 했는데 담임선생님이 “지애는 커서 아나운서를 하면 되겠구나”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집에 와서 아버지에게 아나운서가 뭘 하는 직업이냐고 묻자 아버지는 MBC 뉴스를 틀어 백지연 앵커를 보여주셨어요. 그때의 감정이 여전히 기억납니다. 어린 시절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가 제 인생의 길을 선택하게 해주었던 것이죠. 지금 신앙의 눈으로 보면 부르심이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대학 입학과 동시에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꿈을 향해 무모한 도전을 하기로 했어요. 무작정 아카데미에 등록하고, 스터디를 꾸리며 5년의 시간을 아나운서 준비에 매진했어요. 아나운서가 되는 것은 제겐 정말 이루고 싶은 간절한 꿈이었고 드디어 그 꿈을 이뤄서 무척이나 행복했어요. 당연히 그 시절 기도도 많이 했어요. 하느님께서 저의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생각해요.






Q. 하느님이 주신 탈렌트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하느님께서 왜 그런 탈렌트를 주셨을까요?


A. 하느님께서 저에게 목소리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소리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달라질 수 있지만, 소리 자체가 가진 색깔은 변할 수 없잖아요. 타고난 것들은 부모님이 주신 것이고 하느님께서 허락해주신 것이잖아요. 주변 분들이 제가 힘이 있는 소리를 내지만 따뜻하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 덕분에 가슴 따뜻하고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데 적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하느님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사회 약자들을 향한 이야기를 전하는 데 제 탈렌트를 사용하라는 뜻이 있지 않으실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그림책의 숨겨진 의미와 낭독도 어쩌면 그 길을 향한 다리가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해요.



Q. 살아오면서 혹시 큰 시련을 겪을 때가 있었나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울컥해요. 아버지가 아프실 때였는데 지금까지 제 삶에 가장 큰 시련이고 아픔이었어요. 아버지의 사랑만 받던 딸인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무척 두렵고 슬펐습니다. 저는 신앙이 많이 부족했지만 그때는 하느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었어요. 가족들이 모여앉아 하느님께 매달렸던 기도가 있었어요. ‘하느님, 우리 아버지를 10년만 더 가족의 곁에 있게 해주세요’였어요. 정말 그 기도대로 아버지는 10년을 안간힘을 다해 버텨 주셨고 가족들은 최선을 다했어요. 불가능하게 생각했던 아버지가 가족 곁에서 10년을 더 함께해주신 것은 기적이라고밖에 느낄 수 없습니다.



Q. 제가 아는 어느 신부님께서 방송국에서 성경 공부를 하셨는데 명단에서 문지애 아나운서도 본 적이 있어요. 방송인들이 했던 성경 공부는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A. 늘 부족한 신자인 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하느님을 잊고 살아가곤 해요. 그러다 어렵고 힘든 순간이 찾아와 기대어 쉴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할 때 다시 하느님을 찾는데 부족하고 이기적인 저를 그래도 하느님께서는 늘 받아주시고 기다려주시는 것 같아요.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방송인 신자들의 모임에 반강제적(?)으로 나가게 되었던 적이 있어요.(웃음) 성경 공부는 하느님께 다가가는 기회가 되었고, 제가 가톨릭 신자임을 잊지 않게 하는 기회가 되었어요. 좋아하는 성경 말씀은 시편 16장 7절 “저를 타일러 주시는 주님을 찬미하니 밤에도 제 양심이 저를 일깨웁니다”예요. 이기적인 종교 생활과 ‘나’ 위주의 기도를 하는 저를 반성하게 하고, 욕심에 가려진 양심을 살아나게 해주는 말씀입니다.



Q. 일을 하면서 기도를 열심히 했던 적이 있나요?

A. 저는 어린 나이에 입사했어요. 당시 회사는 저의 그릇에 비해 거대했고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높게만 보였어요. 사람을 만나고 방송을 하는 모든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죠. 뉴스를 진행할 때는 더 그랬어요. 오프닝을 알리는 시그널이 울리면 저는 가슴에 작은 십자가를 그으며 “하느님, 오늘도 지켜봐 주세요”라고 기도드리며 하느님께 의지했어요. 은총 덕분에 17년 차 방송인으로 큰 사고 없이 지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아나운서가 되기 전 몇 해 동안 성가정입양원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그 시절엔 아이들이 그저 안쓰러웠고 함께 하는 동안 예뻐해 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이제는 자신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고 다시 아이들과 함께할 봉사의 시간이 있다면 태어났음에 대한 축복과 존재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때 만났던 그 아이들은 이제 스무 살이 넘어 어엿한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며 환히 웃는 그가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주변에 빛을 더 넓게 비추기를 기대해본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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