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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업 신부 시복, 우리의 기도에 달렸다

[신 김대건·최양업 전] (71·끝) 가경자 최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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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 없이는 시복이 어렵다.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을 위해 한국 교회 신자들은 많이 기도해야 한다. 사진은 가경자 최양업 신부 초상화.



최양업 신부 시복 시성은 오랜 염원

“저와 가련한 조선 신자들을 위해 많이 기도해 주십시오.”(최양업 신부가 1854년 11월 4일 동골에서 리브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

최양업 신부는 스승 신부들에게 편지를 쓸 때마다 항상 자신과 조선 교회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의 이 간절한 바람대로 지금은 최양업 신부를 위한 열성적인 기도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최양업 신부의 시복 심사가 현재 교황청 시성부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양업 신부의 시복 시성은 한국 교회의 오랜 염원이다. 순교자가 아닌 최양업 신부는 복자품을 받기 위해선 시복 시성 절차법에 따라 그의 전구로 얻게 된 1개의 기적 사례가, 성인품을 받기 위해선 2개의 기적 사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교황청 시성부의 시복 심사에서 기적 사례 못지 않게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있다. 바로 한국 교회 신자들이 최양업 신부를 얼마만큼 현양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한국 교회 신자들이 얼마만큼 최양업 신부의 신앙 모범을 따르고 있는지, 최양업 신부의 시복 시성을 위해 얼마만큼 정성으로 기도하는지, 또 그의 전구를 통해 얼마만큼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를 기억하기 위해 얼마만큼 순례를 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심사 기준이 된다. 교황청 시성부는 “기도 없이는 시복이 어렵다”면서 “한국 교회가 최양업 신부의 시복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올해 봄 정기 총회에서 ‘가경자 최양업 신부 시복 시성 기도문’을 새롭게 인준 발표했다. 한국 교회 신자 모두의 기도를 더욱 한 데 모으기 위함이다. 한국 주교단이 함께 문장을 다듬고, 가장 좋은 언어로 정성 들여 작성한 기도문이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이 기도문을 발표하면서 “우리가 모두 최양업 신부님을 향한 존경심을 갖고 순례하고, 연구해 나아가는 것이 시복 시성 추진 운동 중의 중요한 요소”라며 “한국 교회는 최양업 신부의 시복 시성을 위한 더욱 절실한 기도와 현양 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양업 신부는 단순히 한국인 두 번째 사제라서 시복 시성 대상자가 된 것이 아니다. 최 신부는 조선 왕조 치하의 박해 상황에서 해마다 7000리 곧 2800㎞를 걸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고, 신자들의 영적 선익을 위해 성사를 집전한 ‘참사제’였다. 또 신자들의 신앙 교육을 위해 우리말 기도문과 교리서를 간행·보급했고, 주님과 성모님을 향한 사랑에 기초한 성덕으로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한 ‘신앙의 증거자’였다. 그래서 한국 교회는 하느님과 우리를 사랑과 친교의 끈으로 이어줄 증거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 시성을 추진하는 것이다.



영웅적 덕행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덕은 교회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라고 했다. 최양업 신부의 성덕은 어떠할까? 최양업 신부는 늘 “하느님과 함께 있기가 소원”이라고 고백할 정도로 하느님과의 일치된 삶을 살고자 했다. 최 신부는 교우촌을 방문할 때마다 신자들에게 “언젠가 천국에서 만나 뵙게 될 하느님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도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인사했다.

최양업 신부는 언제나 하느님의 가르침 안에서 살려고 노력했고, 하느님의 자비와 섭리에 희망을 갖고 위로를 받았다. “우리는 아직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아직도 낙담하지 않으며, 여전히 하느님의 자비를 바라고, 하느님의 전능하시고 지극히 선하신 섭리에 온전히 의지하고 있습니다. 저도 하느님 안에서 항상 영원히 희망을 가질 것이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일하려고 저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의 손에 맡겼으니, 그분을 언제나 믿을 것입니다.”(최양업 신부가 1847년 9월 20일 상해에서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

최양업 신부는 평생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염원했다. “바라건대 지극히 강력하신 저 십자가의 능력이 저에게 힘을 응결시켜 주시어, 제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게 하시기를 빕니다.”(최양업 신부가 1846년 12월 22일 심양에서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 최 신부는 모든 신앙인이 그리스도의 거룩한 늑방 안의 심장이 되어 진실한 사랑과 일치의 근원을 찾고 온전히 순명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최양업 신부는 자신도 언젠가는 조선의 순교자들과 같이 그리스도께서 받으신 수난에 참여하는 순교를 간절히 소망했다. “제 부모와 형제들을 따라갈 공훈을 세우지 못하였으니 제 신세가 참으로 딱합니다. 그리스도의 용사들의 그처럼 장렬한 전쟁에 저는 참여하지 못하였으니 말입니다. 정말 저는 부끄럽습니다. 이렇듯이 훌륭한 내 동포들이며, 이렇듯이 용감한 내 겨레인데, 저는 아직도 너무나 연약하고 미숙함 속에 허덕이고 있습니다.”(최양업 신부가 1844년 5월 19일 팔가자에서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

최양업 신부의 성모 신심은 탁월했다. 그는 신학생 시절인 1843년 중국 장춘 소팔가자 교우촌에서 ‘성모 성심회’ 조선인 첫 회원이 됐다. 그는 묵주를 만들어 보급했고,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예수 마리아”를 찾았다. 천주가사 ‘사향가’에서 “천주성모 버리시면 괴로움이 무궁하다”고 가르친 최 신부는 “주님, 보소서. 저희의 비탄을 보시고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소서. 저희의 죄악에서 얼굴을 돌리시고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성심에 눈길을 돌리시어, 당신을 향하여 부르짖는 성인들의 기도를 들어주소서”(최양업 신부가 1847년 9월 20일 상해에서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라고 기도했다.



가경자 최양업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4월 26일 최양업 신부의 ‘영웅적 덕행’을 인정해 ‘가경자’(可敬者, Venerable)로 선포했다. 가경자는 ‘가히 공경할 만한 대상’이란 뜻으로, 하느님의 종이 교황청 시성부 시복 심사를 통해 순교 사실을 인정받거나, 증거자로서 영웅적 덕행의 삶을 산 것을 인정받는 때부터 붙이는 칭호다.

최양업 신부의 가경자 선포는 오랜 시간 시복 추진에 매진해온 한국 교회의 결실이다. 최양업 신부의 시복 추진은 1995년 봄 청주교구 배티성지가 한국교회사연구소와 협의해 최양업 신부 전기 자료집을 간행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1년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가 최양업 신부 시복 시성 안건의 청구인이 되기로 하면서 공식 절차에 돌입했다.

주교회의는 2005년 시복 법정을 열고, 2009년 법정을 종료해 시복 심사 문서를 교황청 시성부에 제출했다. 2014년 8월 시복 안건 최종 심사자료인 교황청 시성부 ‘포지시오’(Positio)가 통과됐고, 시성부 역사위원회와 신학위원회 심의가 잇따라 열렸다. 그리고 2016년 3월 추기경과 주교들이 ‘성덕 심사’를 통과한 후 그해 4월 가경자로 선포됐다. 이제 최양업 신부의 시복은 그의 전구를 통해 일어난 치유 기적 1건을 입증하는 일만 남았다.



최양업 신부 현양을 위한 추천 서적

최양업 신부의 시복 시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신자들의 끊임없는 기도와 현양 운동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기도와 최양업 신부님의 삶을 더욱 구체적으로 돌아보는 순례를 통해 매일 그분을 만날 수 있다.

최양업 신부의 삶과 영성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서적은 바로 「하느님의 종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서한집」이다 청주교구 배티성지 양업교회사연구소가 펴낸 최양업 신부의 라틴어 친필 편지를 우리말로 옮긴 서한집이다.

또 청주교구가 펴낸 최양업 신부 전기 자료집 「스승과 동료 성직자들의 서한」과 「증언록과 교회사 자료」는 최양업 신부를 제대로 알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최양업 신부 서한집은 고 정진석 추기경이 번역해 바오로딸이 출판한 「너는 주추 놓고 나는 세우고」도 있다. 아울러 청주교구 배티성지 양업교회사연구소 차기진 명예 소장이 저술한 「김대건 최양업 신부 연구」도 추천한다.

최양업 신부 사목지와 관련 성지를 순례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해줄 「희망의 순례자」도 꼭 챙기길 권한다. 원주교구 배론성지에서 펴낸 이 책은 최양업 신부 사목지와 관련 성지 30곳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따라 최양업 신부 현양 순례를 시작해 배론성지에서 여정을 마치고 책자를 제출하면 순례 완주증명서와 함께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 명의의 축복장과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한국 교회 많은 신자가 이들 추천 도서를 통해 최양업 신부를 제대로 알고 그의 덕행을 따라 실천하고, 그의 전구로 이 땅에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길 희망한다.



“순교자들의 임금이신 주님,



영원으로부터 감추어진 십자가의 권능과 지혜를 제 마음 안에 부어 주시어



당신의 발자취를 따름으로써 저로 하여금 당신의 거룩한 십자가의 종들과 함께

당신의 거룩한 마음과 지극히 복되신 성모님의 달고 단 사랑과 순교자들의 공로를 통하여



현세에서는 전우가 되게 하시고, 후세에서는 공동 상속자가 되게 하소서.

아멘.”



(「기해ㆍ병오박해 순교자들의 행적」 후기에 최양업 신부가 라틴말로 쓴 기도문)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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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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