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코로나 팬데믹을 떨치고 새롭게 일어서는 우리 모두에게 저는 선교 정신으로 재무장하여
새롭게 ‘출발’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변화된 사회에
대처하고, 더 나아가 참다운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로 바꾸어가기 위해서는 교회가
먼저 변해야 합니다.
21세기 사회는 이미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사회 여러 분야에서 발생하는
양극의 대립과 충돌을 보게 됩니다. 정치는 정치대로 정파 간의 대립과 충돌이 끊임없고,
경제는 경제대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강화되면서 특히 많은
젊은이들을 좌절케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속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새롭게
출발해야 합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교회’로 살아가기 위해 올해 저는 다음 두 가지 면을 특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1. 신앙생활의 근원인 미사성제에서 영적 힘을 길어냅시다.
미사 전례는 하느님과 사람이 만나는 장(場)입니다.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이신
아드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죽음을 겪으시어 죽음에게 죽음을 선고하시고, 당신
살과 피로 우리를 먹여 주시어 참생명을 주시며, 우리의 삶이 눈에 보이는 이 세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믿는 이들에게는 이 세상에서의 물질적인 만족이 행복의 기준이 아니라, 참생명과
참사랑이 행복의 기준임을 알아듣게 되고, 새로운 가치의 세계가 열리게 됩니다.
미사 전례는 하느님과 사람이 만나는 시간입니다. 각자의 삶에서 마주치는 여러 난관과 도전들 앞에서 때로는 힘이 빠지고 지치고 무너져가고 있을 때, 그 힘든 상황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힘듦을 그대로 안고 성당으로 달려갑시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고통을 몰라라 하지 않으시고 우리와 함께 그 고통을 지고 가십니다. 온 세상의 다양한 상황에서 빚어지는 고통과 아픔과 눈물이 바쳐지는 미사성제는 하느님의 자비와 위로의 손길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2. 우리 안에 다양한 신심을 새롭게 불 지핍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위축된 신앙생활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신심과 신심행위 그리고 신심운동들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교회는 신자들의 영성생활 활성화에 여러 신심활동이 기여해 왔음을 인정하고 언제나 장려해 왔습니다. 성체조배나 성시간, 혹은 성체거동 등의 성체 신심, 첫 토요일 미사와 로사리오기도 등의 성모 신심, 순교자 현양과 성지 순례 등의 순교자 신심, 성령 기도회나 성령쇄신 운동 등의 성령 신심 등입니다. 다양한 신심활동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위축된 신앙생활에 새롭게 불을 지펴야겠습니다. 새롭게 불붙은 신심이 우리의 신앙을 더 깊게 만들어줄 것이고, 더 깊어진 그 신앙 안에서 우리는 복음적인 삶을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더라’하는 모습으로 우리 사회를 선구적으로 가꾸어 가는 복음의 일꾼이 됩시다